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Nov 09. 2019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Please

나는 특이한 집에 산 적이 있다. 우연히 놀러 갔던 전원주택이 많은 동네가 참 예뻐 보였다. 다들 땅과 가까이 지내야 건강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상황이 안되니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지 전원주택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카페와 먹거리촌으로도 유명했던 전원주택단지 부동산에 그냥 한번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전세 가격이 저렴해서 엉겁결에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방충망을 통해 본 옛날에 살던 동네의 풍경 ㅋ


그 집은 한 식구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3층집이라서 외부 계단이 없었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2층과 3층 내부 연결 계단을 함께 쓰는 구조였다. 주인집 부부와 아들은 1층을 사용하고, 딸들 3명은 2층을, 그리고 남편과 나는 3층에 살았다. 근데 옥상이 우리 주방 옆에 있다 보니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기, 장독대 사용을 위해서는 3층으로 올라오셔야 했다. 꽃과 나무가 많은 것, 까치가 눈높이 나무에서 지저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다 낮은 전원주택이다 보니 안정감 있는 구도는 참 좋았다. 그런데 문을 세게 닫고 계단을 뛰어다니는 딸들, 옥상에서 세탁기가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소리로 빨래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 오르고 내릴 때마다 마주치니 이건 우리 집이 아니라 셋방살이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본의 아니게 눈칫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가끔 지인들이 집에 놀러 오면 구조에 한번 놀라고, 딸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놀랬다. 참고로 그 딸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었다. 그래도 밖에서 보기에는 참 이쁜 동네였다 ㅋㅋ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쳐서인지,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이다.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과 아빠의 오토바이 소리, 자동차 시동소리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전원주택에 살 때도 남편의 차가 도착한 것을 밖으로 내다보지 않아도 소리로 감지할 수 있었다. 뭔가 차 잠금 소리도 다르게 구별이 되었었다. (지금은 신규 아파트이므로 남편의 차가 주차장으로 진입하자마자 "차량이 도착했습니다"라고 여자 AI가 말해준다. 거의 집에서는 혼자 지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묵언수행을 하는데 예고도 없이 저 여자 목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라곤한다)



기본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내가 소리에 민감하다 보니 문을 쾅쾅 닫는다던지, 발도장 소리가 들리는 층간소음이 너무 괴롭다. 가뜩이나 부부 둘만 사는 우리 집은 도서관처럼 조용하니 소리가 더 잘 들릴 수밖에 없는데 귀 까지 밝으니 나는 아파트로 이사올 때 고민 없이 탑층으로 결정했다. 다행히 층간소음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물론 아랫집이나 아랫 옆집의 소음도 타고 들어온다. 아랫집 욕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그렇게 잘 들리고, 어디선가 아이가 울면 당연히 소리가 타고 올라온다. 나에게도 토끼 같은 조카들이 많으므로 당연히 이해하고 넘어간다)



아파트 옆집에는 자매가 사는 것 같은데 매번 드나드는 사람이 바뀌는 것 같다. 뭐 자매의 남자 친구들이 바뀌든지 말든지 내가 상관 할바는 아니다. 그런데 현관문을 너무 쾅쾅 닫는다. 게다가 귀가 시간도 늦는데 말이다. 한 번은 새벽 2시쯤 삑삑삑(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쾅, 삑삑삑 쾅을 몇십 번을 반복하는 게 아닌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해서 나가서 좋게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문을 부서질 정도로 쾅쾅 닫는 건 개선이 안되고 있다. 사실 현관문 닫히는 속도와 강도를 나사를 조여서 조절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모르시는 건지 화난 사람처럼 문을 쾅쾅 닫으시면 정말 괴롭다. 하필 내 공부방이 옆집과 바로 붙어있는 구조라서 책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신혼시절 아파트에 살 때  층간소음에 괴로웠기에 우리 집은 기본적으로 사시사철 청소 슬리퍼를 신는다. 먼지도 잡아주고, 발 망치 소리도 방지해주고, 마루에 발자국도 방지해준다. 의자 다리에는 커버를 씌우고, 겨울에는 카펫을 깐다. 내가 탑층이라고 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그건 무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배려가 필수인 아파트 생활에서 조금씩만 더 조심하면 어떨까?

청소 슬리퍼의 장점은 너무 많다



옆집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기에 새벽에 몰려다니고, 드나드는 남자들이 바뀌는지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제발 문 좀 살살 닫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요~~~~ 제발요^^




#30일 글쓰기 9day  <불편>

1day https://brunch.co.kr/@nager128/135 

2day https://brunch.co.kr/@nager128/137 

3day https://brunch.co.kr/@nager128/139 

4day https://brunch.co.kr/@nager128/140

5day https://brunch.co.kr/@nager128/142

6day https://brunch.co.kr/@nager128/143

7day https://brunch.co.kr/@nager128/136
8day https://brunch.co.kr/@nager128/146




구독은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공유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이 자와 같은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