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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Aug 04. 2024

배롱나무꽃이 있는 풍경

어디 시원한 곳

찾아가 볼까

오랜만에 맘먹고

집을 나선다


빽빽한 빌딩이여 안녕

촘촘한 일상이여 안녕

우리는 바다로 가요


한참을 달려가서

작은 바닷가 마을

내리쬐는 뙤약볕

온몸으로 받고 있는

갯벌 드러난 포구

무의도의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가다가


엄마가 봄소풍날 입으라고

오래된 재봉틀에

드르륵 박아서 만들어준

블라우스 빛깔을 닮은

배롱나무꽃을 만났어요


어떻게 저런 분홍이 있지

신기하고 정겨워

마음에 쏙 담아보는

파란 지붕 옆

쨍그랑한 분홍으로 피어난

무의도 배롱나무꽃


포구에 정박한 고기잡이 배

뜨거워진 갯벌에서

먹이를 구하는

하얀 갈매기떼


아이 놀이 같은

백남준 그림을 보고

커피에  바질페이스토를 바른

바삭한 호밀빵을 먹으며

무엇이 예술인가 한참을 생각한다


그래도 여름엔 바다에 들어가야지

하나개해수욕장에 눈을 담그고

을왕리 해수욕장에 마음도 담근다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워진 음료를 들고 가는

젊은 아빠의 고단한 뒷모습과

신이 난 딸의 튕길듯한 발걸음

두 사람을 챙기는 젊은 엄마의

다정한 손길이 있는 곳


고깃배를 고치고

해물칼국수를 팔고

잡은 고기 배를 갈라

꾸덕꾸덕 말리는 섬


뜨거운 태양

파아란 하늘 아래

쨍그랑한 분홍꽃을 피우는

8월 무의도

배롱나무꽃

무의도 배롱나무꽃 2024.8.2




2024년 4월 21일부터 8월 4일까지 수요일, 일요일 주 두 편씩 30편의 시를 써서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1>을 완결합니다.


시를 다시 쓰면서 저는 점점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2편을 이어서 쓰려고 합니다.


<이제 꽃을 보고 시를 씁니다 2>는 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발행예정입니다. 맑고 고운 우리말로 빛나는 언어를 길어 올려서 꽃을 매개로 한 우리의 이야기를 시로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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