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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Oct 24. 2020

14개월 정산; 쪽쪽이 X, 유아식 O

휴직 177일째, 민성이 D+426

'비눗방울, 하나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이젠 거의 기어 다니지 않는 15개월 차 강민성 어린이. / 2020.10.21. 어린이집


아이가 돌이 넘으면, 생후 날짜를 세는 데 무덤덤해진다. 항상 아이 침대 맡에 두었던 'D+' 달력도 어느샌가 넘기지 않게 되었다. 달력의 날짜는 그대로여도, 아이는 계속 자란다. 민성이는 생후 1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민성이는 더 이상 쪽쪽이를 물지 않는다(쪽쪽이 대출 상환). 뗄 때가 되기도 했고, 아이의 치아 배열에도 좋지 않을 거라고 해서 아내가 쪽쪽이를 가위로 잘라버렸다. 역시 무서운 여자다.


처음 사나흘은 민성이가 잠을 못 자고 힘들어했다. 물론 아이의 짜증 폭격에 우리도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 사나흘뿐이었다. 지금은 쪽쪽이 없이 잘 잔다. 그렇게 민성이는 쪽쪽이를 뗐다.


아이 14개월부턴 이유식 대신 유아식을 먹이기 시작했다(유아식의 세계). 계속 시판 이유식만 편히 사 먹이다가 유아식을 시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니었다.


물론 매 주말 손수 민성이 국을 만들어주는 - 그것도 하나만 먹으면 질린다고 두 개씩이나! - 할머니의 도움이 컸다. 그녀 덕분에 민성이의 유아식 라이프가 연착륙될 수 있었다.


아이의 의사 표현도 부쩍 늘었다. 민성이는 이제 자기가 원하는 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날 쳐다본다(질문은 시작됐다). 내 말에 점점 올바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나의 물음에 아이가 답한다).


의사 표현의 '의사'에는 아이의 '떼'도 포함된다(고집일까, 불안일까). 민성이는 이제 자기 뜻대로 안 된다 싶으면 즉각적으로 울거나 짜증을 낸다. 그때그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매일 현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울고불고하고(마스크 전쟁), 기저귀를 갈 거나 콧물을 닦아주려고 해도 얼마나 떼를 쓰는지 모른다. 많이 컸다, 이 녀석.


14개월 민성이는 처음 키즈카페에 가봤고(민성이 첫 '키카' 방문기), 처음 감기에 걸렸다(코 찔찔이 부자). 나는 처음 학부모 상담을 받았다(부모님 오시라고 해라). 이제 15개월이다. 또 달려보자. 새로운 처음이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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