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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번 더 안아주기 Mar 03. 2022

03 아빠랑 도넛 가게에 갔었는데

그게 꿈이었어. 엉엉엉.

아빠와 떨어져 세 식구만 지내는 싱가포르 생활. 


처음 며칠은 큰 아이가 힘들어했다. 집안 곳곳에 아빠 흔적이 있는데 그게 보이고 느껴졌기 때문일 거다. 

아빠가 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들어주고 기다려 주는 수밖에. 시간이 지나고 변화된 지금이 다시 새로운 일상이 될 때까지..


반면 둘째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가끔 아빠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우울해 보인다거나 눈물을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주말 오후. 낮잠을 자던 둘째가 자다 깨서 펑펑 운다. 주사를 맞거나 엄마 아빠한테 혼나도 소리를 내서 펑펑 울지 않는 아이다. 소리 없이 눈물만 주룩 흘러서 더 안쓰럽고 마음이 아픈 아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큰 소리로 펑펑 운다. 


아이방으로 얼른 달려갔다. "우리 아들, 왜 그래? 무서운 꿈 꿨어?" 엎드려 울고 있던 아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답을 했다. 

아빠랑 도넛 가게에 갔었는데.. 그게 꿈이었어.. 엉엉엉


우는 아이를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 얼마 전에 남편이 아이에게 드라이브 가던 길에 자주 들르던 도넛 집 아직 그대로 있다고 다음에 한국 오면 꼭 아빠랑 같이 가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꿈속에서 아빠랑 거길 갔었나 보다.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지만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지금이 아이들에게는 힘든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부분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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