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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번 더 안아주기 Mar 27. 2022

05 아빠의 SURPRISE

꿈같았던 3일

SURPRISE

여보, 마지막 주 주말에 일정 어때?
애들도 아빠 보고 싶어 하고, 둘째 생일도 있고 하니
 surprise로 한번 다녀가는 거 어때?
좋지! 잠깐만 일정 한번 볼게.


갑작스러운 제안에 남편은 신나는 얼굴로 일정을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상상도 못 한 시점에 아빠를 만나서 놀라고 즐거워할 아이들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설렜다. 얼마나 좋아할까? 


드디어 D-day. 남편은 출발한다는 문자를 남기고 비행기를 탔다. 이제 나의 임무는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밤에 깨지 않도록 잘 살피는 일이다. 왜냐? surprise는 아이들이 자고 일어난 아침에 짜잔~ 하고 이루어져야 하니까. 첫째가 요즘 늦게 자는 날이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일찍 잠들었던 둘째가 밤 11시가 넘어서 깨는 바람에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물 한잔 마시고 얼른 다시 잠이 들었다. 휴우. Mission Completed! 


자정 무렵. "도착"이라는 문자와 함께 남편이 싱가포르 도착을 알렸다. 집 앞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1층에 내려가니 공동현관 문틈 사이로 남편의 얼굴이 보인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우리는 조심조심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에 어떻게 등장하는 것이 가장 드라마틱할지를 논의했다. 그래! 원래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하게 등장하자!


다음 날 아침 8시. 아들은 깨어 있고, 딸은 곧 깰 것 같은 순간이다. 두둥! 남편은 먼저 딸 방으로 향했다. 

 

우리 딸~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지~
응. 그래야지.
어? 잠깐만! 근데 아빠가 왜 여기 있어? 


잠결에 대답을 했던 딸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묻는다. ㅋㅋㅋ 대성공이다. 
이번에는 아들한테 갈 차례다. 


우리 아들~ 일어났어? 아침 먹어야지~
뭐야? 갑자기 아빠가 왜 여기서 나와?

종종 아빠 꿈을 꾸고 나서 힘들어하던 아들은 이번에도 꿈일까 봐 볼부터 꼬집어 본다. 그제야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내 활짝 웃어 보인다. 


넷이서 즐겨 가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오랜만에 staycation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영장에서 슬라이드도 타고, 잠수 시합도 하고, 게임도 했다. 아빠의 빈자리로 그동안 채워질 수 없었던 랩탑-프린터 연결이 정상화되었고, 아들은 아빠와 오랜만에 캐치볼을 했다. 그렇게 꿈처럼 지나간 3일. 


딸은 아빠가 가기 하루 전부터 아빠가 가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고 내게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고, 아들은 아빠랑 마지막 수영과 야구를 하고 들어와 옷을 갈아입다가 혼자 울먹였다. 마음이 찢어진다. 아이들 좋아하는 모습 그거 하나 보고 싶어서 계획한 surprise 였는데.. 괜히 그랬나? 아직 헤어짐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을 흔들어 놓은 건가?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이들은 각자 아빠한테 편지를 썼다. 딸은 자주 편지를 써주는 편이라 이번에도 사랑과 유머를 담아 어렵지 않게 편지를 써 내려갔다. 아들은 갑자기 A4 용지 한 장을 달라더니 짧지만 감동적인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딱 두 문장이지만 자기보다 아빠를 더 걱정하는 그 마음에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헤어짐은 참 적응이 안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처음이든 아니든, 여전히 힘이 든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그리고 두 달 있다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아빠가 탄 Grab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아이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오늘은 셋이 같이 안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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