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뜯어먹는 소리> 글피 작가팀
부부 웹툰 작가 김주영・주태희 씨는 다음웹툰에서 2010년 팀으로 데뷔한 베테랑 작가다. 스스로를 ‘생계형 만화가’라고 소개하는 두 사람의 최신작 <풀 뜯어먹는 소리>에는 물가 높은 도시를 떠난 부부의 좌충우돌 시골 생활을 담았다.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만화 속 캐릭터를 꼭 닮은 부부를 서울의 한 만화 카페에서 만났다.
Q. 얼마 만의 서울 나들이인가요?
김주영 두 달 만에 올라왔어요. 업무 미팅 때문에 생각보다 서울에 자주 오는 편이거든요.
주태희 인터뷰 끝나면 아내와 맛집에 가보고 구경도 한 뒤 밤에 내려가려고요. 덕분에 오랜만에 데이트도 하고 좋네요.
Q. 팀 글피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김주영 저는 스토리를, 남편은 일러스트를 맡고 있어요. 제가 먼저 콘티를 짜면 남편이 스케치와 펜선을 그리고, 제가 거기에 밑색을 칠해요. 이어서 남편이 그림 후반 작업을 끝내면 제가 다시 최종 파일을 모아서 대사를 넣고 간격을 조정하면서 편집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주태희 저는 원래 게임 회사에서 일러스트를 담당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친한 후배였던 아내의 권유로 같이 웹툰을 그리게 됐죠. 글피라는 팀 이름도 처음부터 쭉 써오고 있어요. 내일이나 모레는 너무 촉박한 것 같고, 글피쯤에는 우리도 만화가가 되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Q. 두 분이 언제 어떻게 만나신 건지 궁금해요.
김주영 남편이 고등학교 한 학년 선배예요. 교내 만화 동아리에서 만났어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2학년 때 생긴 동아리라 3학년이던 남편은 거의 활동을 못 했지만요.
주태희 졸업하고 한동안 안 만나다 직장인이 된 후 출퇴근 지하철에서 아내를 우연히 만났어요. 제 출근 시간이랑 아내의 대학원 통학 시간이 겹쳐서 일주일에 1~2번은 계속 만났던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안산에서 강남까지 꼬박 2시간 걸리는 출퇴근을 하고 있었어요. 야근도 잦아서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하는 날의 연속이었죠.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을 때, 아내가 같이 웹툰 공모전에 지원하자고 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그게 벌써 10년 전이에요.
Q. 웹툰과는 어떻게 가까워지셨나요?
김주영 2008년 대학원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논문 주제로 웹툰을 연구했어요. 다음을 비롯해 지금은 없어진 ‘야후’나 ‘파란’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도 만화 무료 연재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강풀 작가의 초기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웹툰이라는 장르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처럼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죠. 그러다 저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친한 선배였던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사람이거든요. 집도 가까우니 같이 일하기도 편할 것 같았고요.
Q. 팀 ‘글피’의 첫 공모전 결과는 어땠나요?
주태희 떨어졌어요. 다시 취직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아내가 계속 도전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몇 년간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와서는 회사원으로 버는 돈의 열 배를 벌게 해주겠다면서 저를 설득했어요. 그 당시엔 결혼은커녕 연애를 하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사실 안정적으로 월급받던 직장인이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웹툰 작가의 수입을 검색해봤어요. 회당 10만원, 혹은 한 달에 40만원 정도 번다는 거예요. 충격이었죠.
김주영 저희가 10만원 받으면서 데뷔한 마지막 세대예요. 2010년에 데뷔하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웹툰 작가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거든요. 지금은 신인 작가의 기본급도 보장이 잘되는 것으로 알아요.
Q. 낮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웹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주태희 자료 조사 차 덕수궁에 있는 미술관에 간 날이었어요. 날씨가 무척 좋은 평일 낮에 여유롭게 바깥을 거닐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회사 다닐 때는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해가 뜬 하늘을 볼 일이 없었거든요. 일요일에는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우울했고요. 돈을 적게 받더라도 이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옆에 있는 아내에게 될 때까지 한번 해보자고 했어요.
김주영 그 기억이 정말 좋았던 모양인지 저희는 지금도 주말에는 절대 외출을 하지 않아요.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시내까지 나가려면 국도를 지나야 하는데 주말이면 항상 길이 꽉 막히거든요. 주차도 힘들고요. 평일에는 저희가 전세 낸 것처럼 다닐 수 있는 곳인데 말이죠. 남편은 지금까지도 이렇게 평일 오후에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곤 해요.
Q. 다음웹툰에서는 어떻게 연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주태희 당시 웹툰 작가 지망생에게는 다음 ‘만화 속 세상’(현 다음웹툰)의 ‘나도 만화가(현 웹툰리그)’가 정식으로 데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었어요. 여기서 <레이어즈>라는 판타지 학원물을 연재하던 중 다음웹툰에서 연락을 주셔서 2010년 4월 <매지컬>이라는 8화짜리 단편으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이후 <매지컬>을 시즌 2까지 연재했고, 이어 장편 연재 계약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김주영 저희의 첫 웹툰 도전작인 <레이어즈> 역시 2011년 다음웹툰에서 정식으로 연재했고 시즌 2인 <레이어즈 아나키>까지 선보였어요. 다음에서 유통한 ‘라임 오딧세이’라는 게임과 협업으로 동명의 웹툰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Q. 어느덧 8년 차 웹툰 작가입니다. 그동안 웹툰 시장에도 변화가 많았을 것 같아요.
주태희 스마트 기기가 보급된 것이 가장 큰 변화죠. 저희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비한 편이에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매장에 찾아가서 저희 웹툰이 어떻게 보이는지, 글씨 크기는 적당한지 체크하기도 하고요. 웹툰을 그릴 때 보통 종이에 스케치를 하고 스캔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초기에는 그랬고요. 2015년부터는 모든 작업을 태블릿 PC로 하고 있어요. 다음웹툰 작가 모임에 나가면 제 작업 방식에 대해 다른 작가님들이 관심을 갖고 많이 물어보시곤 해요.
김주영 예전보다 유료 독자가 훨씬 많아진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예요. 완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아서 보는 분들도 많고요. 또 유행하는 장르도 계속해서 변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데뷔했을 무렵에는 공포, 스릴러가 유행이었다면, 여성 독자가 점점 많아져서 로맨스물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또 한동안은 옴니버스 형식의 일상툰이 많은 사랑을 받다가, 지금은 다시 호흡이 긴 스토리물이 많아진 것 같아요.
Q. <풀 뜯어먹는 소리>가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귀촌을 결심하셨나요?
김주영 순전히 생계를 위한 결정이었어요. 저희는 두 사람이 일해도 한 작품의 고료를 받는데 도시의 물가는 터무니없이 비싸니까요. 웹툰 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가 얼마든지 가능하니 꼭 도시에서의 삶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시어머니와 먼저 상의했어요. 저희 어머님이 추진력이 굉장하시거든요. 그 다음 주에 찾아뵈었더니 벌써 부동산을 여기저기 알아보셨더라고요. 귀촌을 결심하고 실제로 이사를 하기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시아버지와 남편의 반대가 심했는데 지금은 두 사람이 제일 좋아하세요.
Q. 반면 불편한 점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김주영 병원이 가장 큰 문제예요. 처음에 귀촌을 결심했을 때는 저와 남편만 내려가려고 했어요. 아파도 젊으니까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귀촌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하고, 어머님까지 내려오시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아이와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 고민이 많아요.
주태희 적응할 만하면 사건 사고가 터져요. 멧돼지가 출몰해 저희가 가꾼 고구마밭을 다 망쳐놓거나, 두더지가 딸기를 따먹기도 하고요. 직접 텃밭을 일궈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꿨는데, 현실은 야생동물 세상이더라고요. 저희는 나물 캐먹고, 민들레잎 따먹고 그래요.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제목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
Q. 이전 작품과는 장르가 확연히 다른 일상툰이기도 해요. 어떻게 기획을 하게 되었나요?
김주영 귀촌하고 1년쯤 지나니 이곳 생활을 웹툰으로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주로 10~20대 남성 독자들을 만나왔는데 좀 더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웹툰을 그려보고 싶었죠. 또 시골에서 사계절을 겪으며 쌓인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풀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처음엔 다른 플랫폼에서 선보인 판타지물 작업을 끝내고 출산을 하면서 일에 매진할 여력이 없었어요. 그러다 시어머니께서 육아를 도와주시면서 작품 기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주태희 다음웹툰 박계현 PD님께 처음 기획안을 보여드렸을 때는 저희를 주인공 삼을 게 아니라 픽션을 가미하면 어떻겠냐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스누피’나 ‘심슨’처럼 가상의 캐릭터가 귀촌 마을에서 살아가는 내용으로요. 신혼부부가 주인공인 일상툰은 이미 많이 있으니 차별화된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내가 콘티를 짜보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김주영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캐릭터에 동화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역으로 저희가 박 PD님을 설득했어요. 캐릭터 시안도 많이 보여드리고요. 여태까지 연재한 웹툰과는 전혀 다른 작업이어서 기획 단계에서 박 PD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죠. 그리는 방식이나 채색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많이 얻었고요.
Q. 다음웹툰 담당 PD와 원래 기획 단계에서 의견을 많이 주고받는 편인가요?
주태희 PD님들은 독자들에 대해 저희가 모르는 정보를 많이 알고 계시잖아요. 다음웹툰 독자들의 연령과 성별, 선호하는 장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가 잘 드러나게끔 기획 단계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기획이 통과돼 연재하는 동안에는 작가의 역량에 맡겨주시는 편이고요.
김주영 저희가 처음 데뷔했을 때에 비해 기획안 통과가 훨씬 까다로워졌어요. 이미 작품을 연재한 경험이 있는 작가라 해도 예외는 없어요.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진 PD님들이 많이 영입되었고, PD님 개인의 의견뿐만 아니라 전체 편집 회의를 통과된 기획안만이 연재의 문턱을 넘을 수 있거든요. 작품이 잘되어야 작가에게도 좋은 거니까 이런 과정과 PD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죠.
Q. 팀 글피에게 다음웹툰은 어떤 존재인가요?
김주영 친정 같아요. 어디서 데뷔했는지도 웹툰 작가에게는 꽤 중요하거든요. 다른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분들을 보면 다음웹툰에서 저희 작품을 알게 되었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풀 뜯어먹는 소리>를 어느덧 2년 반 넘게 연재하고 있으니 저희에게는 다음웹툰이 주업인 셈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처음에는 웬만한 아르바이트보다 수입이 낮았는데 지금은 보통 직장인만큼은 벌거든요. 귀촌을 결심했던 당시만 해도 생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귀촌하고 2014년을 기점으로 웹툰 작가의 처우가 많이 좋아졌어요. 초창기만 해도 웹툰은 포털 사이트 서비스의 일부이고 무료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2014년부터 유료 구매 독자가 점점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다만 프리랜서여서 다른 일거리가 더 있고 없고에 따라 수입의 변동폭이 큰 편이죠.
주태희 프리랜서지만 소속감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어요. 회사 다닐 때의 복지가 가끔 그립기도 하고요. 다음웹툰에서는 작가들 상대로 건강검진까지 시켜주세요. 건강관리에 소홀한 웹툰 작가들이 많아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까 정말 감사하죠.
Q. 두 분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의견이 부딪칠 일도 많을 것 같아요. 갈등을 해결하는 나름의 비결이 있나요?
김주영 마감을 하려면 강제로라도 화해를 할 수밖에 없어요. 두 사람의 분위기가 냉랭하면 일이 절대로 안 되더라고요. 왜 기분이 나빴는지, 어떤 점이 서운했는지 대화하면서 풀어요. 둘 다 일이 잘 안 될 때는 같이 게임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해요.
주태희 저희는 하루 동안 10m 이상 떨어져 있을 일이 거의 없어요. 방금 인터뷰하다 아내가 화장실 갔을 때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Q. 두 분이 서로에게 최고의 짝꿍인가봐요.
주태희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심지어 관심사까지 비슷하기는 확률적으로 엄청나게 어렵잖아요. 성격이 아무리 잘 맞아도 서로의 취미나 하는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죠.
김주영 맞아요. 언젠가 남편이랑 마트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나갈 준비를 다 하고도 신용카드를 찾느라 시간을 지체한 적이 있어요. 보통 이런 상황에 다른 가족이나 친구라면 저를 비난했을 텐데 남편은 ‘괜찮아. 나도 같이 챙겼어야 했는데’ 하면서 같이 카드를 찾아주는 거예요. 그때 남편에게 또 한 번 반했어요.
주태희 결혼 전에 반했던 순간은 없나요? 역시 그림 그리는 노예가 필요했던 걸까요.
김주영 에이, 그럴 리가요. 어쨌든 해피엔딩이잖아요.
◼︎ 팀 글피의 좌충우돌 시골 생활기 <풀 뜯어먹는 소리>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6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6호 목차
- 카카오 파트너들의 특별한 5월 / Mason's talk
◼︎ Partners
- 50년 역사의 어린이집, 디지털을 입다 / 세네동 어린이집
- 바른 소통을 위한 알림장의 진화 / 키즈노트
- 부부가 함께 그리는 귀촌 라이프 / 글피 (본 글)
- 모두가 자라는 '푸른 꿈 작은 공부방' / 꿈들
- 프로젝트 성공 노하우 카카오가 코치합니다 / Kakao 클래스
◼︎ with Kakao
- 너의 목소리가 보여 / 모두를 위한 연결
- 아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향해 / 같이가치 with Kakao
- 지금 학교는 만들기 공부 중 / 학교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
- 카카오미니, 일상 속으로 성큼 / 카카오미니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6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