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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보여

모두를 위한 연결 - 카카오 페이스톡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농인(聾人)에게는 수화 언어가 제1언어다. 그들에게 음성과 문자 언어를 기반으로 한 기존 통신 서비스의 한계는 명확했다. 2015년 6월 카카오톡이 영상 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톡을 처음 선보였을 때 농인들이 이 소식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던 이유다. 영상통화로 사람의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소통의 폭이 무한히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연결’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에는 페이스톡이 청각장애 2급 농인인 천정우, 김수란 씨의 일상에 가져다준 변화를 담았다. 수화로 진행된 대화는 김상화 농아사회정보원 원장의 통역을 거쳤다. 


왼쪽부터 김상화 원장, 김수란 씨, 천정우 씨




 ‘수화’에 대한 오해 


Q. ‘청각장애인’과 ‘농인’의 차이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두 단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천정우  청각장애인이라고 모두 수화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에요. 성장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청인(聽人) 사회에서 자랐다면 음성 언어가 편해서 여전히 페이스톡보다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많이 써요.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죠. 

김상화  두 단어는 접근법이 달라서 그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습니다. 굳이 차이점을 설명한다면 ‘청각장애인’은 법률 및 의학적, ‘농인’은 문화적 측면의 정의라고 볼 수 있어요. 청각장애인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열다섯 가지 장애 안에 포함된 청력 손실, 즉 청각장애를 지닌 사람을 말합니다. 반면 농인은 농사회에서 농문화를 체화하고 제1언어로 수화 언어를 사용하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에 가까워요. 오늘 인터뷰에 함께한 두 분도 농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수화 언어를 사용하고 계시고요.


Q. 세 분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상화  농아사회정보원은 다양한 농인들과 여러 실험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요. 곧 다가올 선거철을 맞아 수화형 선거 공보나 선거 벽보를 만드는 것처럼요. 정우 씨와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한국수어영상도서를 만들면서 만났어요. 50명이 넘는 농인들이 참여하는 큰 프로젝트입니다. 농인들이 직접 한국어를 한국 수어로 번역해서 발행하는 거예요. 외국 도서를 번역하듯이요. 정우 씨는 촬영과 편집을 총괄하고 있어요. 


Q. 세 분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수화는 시각적인 요소가 강한 것 같아요. 손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표정도 상당히 풍부해요. 

천정우  맞아요. 표정으로 전해지는 것이 많아요.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죠. 여기 제가 있고 원장님이 저쪽에 있으니까, 제가 저쪽을 가리키면 이게 ‘원장님’이라는 뜻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를 직접 보고 대화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김상화  수화 언어를 시각 및 동작 언어 체계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름 철자를 손가락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농사회 구성원에게는 ‘얼굴 이름’이라는 것이 있어요. 제 명함에 손동작으로 표현한 얼굴 이름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청인들이 쓰는 언어와는 체계가 완전히 다르네요. 

김상화  그렇죠. 수화 언어를 한국어 어순 그대로 옮긴 언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수화와 한국어는 별개의 언어라 체계가 전혀 달라요. 농인은 한국어를 제2언어로 배우죠. 또 수화 언어에도 나라별로 차이가 있어요. 이런 특징을 인지해야 농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ㅁ(문자해)’ 대신 ‘ㅋ(카톡해)’ 


Q. 문자 메시지를 사용할 때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천정우  문자 메시지뿐만 아니라 ‘버디버디’,‘네이트온’ 같은 인터넷 메신저들도 많이 사용했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입력하는 것은 수화로 표현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아무래도 제 언어가 아니니까요. 번역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생각을 해야 그 뜻이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Q. 카카오톡이 생기고어떤 점이 가장 편리해졌나요? 

천정우  이모티콘이나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어서 편해요. ‘지금 뭐 하고 있어?’라고 하면 ‘밥 먹어’라고 답장하는 대신 밥 먹고 있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요. 카톡에서는 문자와 달리 사진 보낼 때 비용 걱정이 없어서 참 좋아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좋은 기능이고요. 

김수란  수화의 ‘문자해’라는 단어가 이제는 ‘카톡해’로 바뀌었어요. 수화에서 표현하기 힘든 말을 보충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문자를 표현하는 것을 ‘지문자’라고 하는데, 지문자로 ‘ㅋ’을 만들어서 왼손 바닥 위로 슥 보내면 ‘카톡해’라는 뜻이 돼요. 예전에는 손가락을 구부려 만든 ‘ㅁ’을 보내서 ‘문자해’라고 했어요. 지금은 카카오톡을 제일 많이 쓰니까 쓰는 말도 바뀐 거예요.




 일상에 스며든 페이스톡 


Q. 스마트폰 이전부터 ‘영상 전화기’라는 것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자주 사용하셨나요? 

천정우  영상 전화기가 출시된 지도 20년쯤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농아인협회나 구청 같은 곳에 설치돼 있었고, 10년 전부터 가정에도 보급됐어어요.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었죠.


Q. 페이스톡 외의 영상통화 서비스도 이용하시나요? 

천정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 영상통화 서비스가 많이 생겼어요. 농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일반 영상통화 앱 중에 사용하기 편한 것을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어요. 탱고(tango), IMO, 우브(oovoo) 같은 앱이요. 

김수란  이런 앱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니까 외국의 농인들도 만날 수 있어요. 수화가 나라별로 다르니까 서로 언어를 가르쳐주고 배우기도 하면서요. 저는 중국에서 왔는데 남편이랑 영상통화 앱으로 친해졌어요. 영상통화를 장시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페이스톡이 끊김이 가장 적고 통화 품질이 좋은 것 같아요.  

천정우  보통 영상통화 앱은 설치한 사람끼리만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카카오톡이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톡을 내놓았을 때 참 반가웠어요. 카카오톡은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하니까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누구와도 편하게 통화할 수 있잖아요. 

김수란   페이스톡이 출시되고 나서는 거의 페이스톡만 이용해요. 저희가 쓰는 수화로 카톡 보내는 것처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아요.


Q. 실제로 어떤 경우에 페이스톡을 이용하시나요? 

김수란  오늘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을 때도 원장님께 페이스톡을 걸어서 지금 있는 장소를 카메라로 보여드렸어요. 도착했다는 뜻으로요. 

천정우  일할 때 많이 사용해요. 책의 내용을 수화로 번역해서 영상도서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수화 모델과 연락해서 촬영 장소랑 시간을 정할 때 페이스톡을 자주 써요. 사실 수화를 하지 않는 사람과는 페이스톡을 할 일도 많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가 수화를 잘 못 해도 페이스톡을 하면 얼굴 표정으로 어떤 감정인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요. 문자로 주고받을 땐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어도 얼굴을 보며 소통하면 그럴 일이 없어요. 저희 부부가 처음 만난 4년 전에 아내는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사다 중국에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중국 농인들과 페이스톡으로 소통하면서 장사를 했죠. 입소문이 나면서 청인들에게도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는데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난처했어요. 결국 신용이 떨어져서 문을 닫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Q. 페이스톡이 만든 새로운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김수란  ‘페이스톡해’라는 말도 생겼어요. ‘카톡해’를 의미하는 ‘ㅋ’ 뒤에 손가락을 얼굴 앞에서 한 바퀴 돌리고, 양손의 손가락을 카메라처럼 마주보게 해요. 이게 영상통화라는 뜻이에요. 세 동작을 연결하면 ‘페이스톡해’가 되는 거예요. 

김상화  청인에게 같은 내용을 전화로 전하는 것과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것에 미묘한 차이가 있듯, 농인도 마찬가지예요. 음성통화 역할을 페이스톡이 하는 거죠. 덕분에 대화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Q. 영상통화를 할 때 한 손으로 휴대폰을 잡고 있으면 수화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나요? 

천정우  간단한 대화는 한 손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요. 한 손이더라도 대화 내용과 맥락을 통해 수화의 의미를 알 수 있거든요. 오랜 시간 대화할 때는 휴대폰을 거치대 위에 세워놓고 두 손으로 수화를 하고요. 

김상화  수화에도 언어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분이 생략되어도 맥락을 통해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한다’는 수화는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오른손을 그 위에서 돌리는데, 이때 왼손의 주먹 없이 오른손 동작만 보고도 뜻을 알 수 있죠.


Q. 영상통화를 주로 하다 보면 통신 요금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아요. 

천정우  청각장애인을 위한 요금제가 있긴 있어요. 그런데 종류가 많지 않고 무료로 제공되는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제한 LTE 요금제를 쓰자니 무료 제공 음성통화는 전혀 쓸모가 없고요. 그래서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일부러 찾아가고 있어요. 농인의 영상통화는 생계 수단인 경우가 많으니 더 많은 혜택이 필요합니다.




 카카오, 앞으로도 잘 부탁해 


Q. 페이스톡에 어떤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하시나요? 

천정우  청인과 농인의 중계 서비스가 추가되면 편할 것 같아요. 지금은 ‘손말이음센터’라는 통신 중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제가 전화로 피자를 주문하고 싶으면 여기에 연락해요. 컴퓨터 카메라로 연결하거나 페이스톡이 아닌 다른 영상통화 앱을 이용해서요. 제가 수화로 주문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면 중계사가 음성으로 대신 전화를 걸어주는 서비스예요. 페이스톡을 가장 많이 쓰니까 카카오톡으로도 중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수란 카카오톡에서는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해요. 수화 동작을 그린 이모티콘도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룹 페이스톡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보이스톡은 그룹 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Q. 카카오의 서비스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으면 하시나요? 

천정우  이미 카카오 덕분에 저희의 일상이 예전에 비해 훨씬 편해졌어요. 페이스톡은 물론이고, 카카오T의 택시 서비스도 저희에겐 정말 고마운 기능이죠. 카카오T 앱에서 목적지를 미리 설정해두면 되니까 기사님께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저희가 할 수 없거나 하기 불편한 것들을 카카오가 대신 해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수란  저희한테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에서 어떤 분들이 일하고 계시는지 궁금했어요. 직접 와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회사 분위기가 정말 좋네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좋아해서 함께 사진도 찍고 싶어요. 오늘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6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6호 목차

카카오 파트너들의 특별한 5월 / Mason's talk

◼︎ Partners

50년 역사의 어린이집, 디지털을 입다 / 세네동 어린이집
바른 소통을 위한 알림장의 진화 / 키즈노트
부부가 함께 그리는 귀촌 라이프 / 글피
모두가 자라는 '푸른 꿈 작은 공부방' / 꿈들

프로젝트 성공 노하우 카카오가 코치합니다 / Kakao 클래스

◼︎ with Kakao

너의 목소리가 보여 / 모두를 위한 연결 (본 글)
아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향해 / 같이가치 with Kakao
지금 학교는 만들기 공부 중 / 학교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
카카오미니, 일상 속으로 성큼 / 카카오미니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6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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