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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끝' 봤어?

모바일 콘텐츠 스타트업 디노먼트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1boon이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디노먼트를 눈여겨봤다. 책의 줄거리를 흥미롭게 소개함으로써 결말을 직접 찾아 읽게 만드는 ‘책 끝을 접다’가 디노먼트의 대표 콘텐츠. 디노먼트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엄선하는 1boon을 통해 수백만 명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책 끝을 접는 

사람들


디노먼트의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유독 채광이 좋아 아늑한 서재를 연상시키는 곳.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1boon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도서 추천 콘텐츠 ‘책 끝을 접다’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디노먼트 에디터들의 임무는 매일 쏟아지는 신간과 빛을 보지 못한 구간들 사이에서 좋은 책을 골라내는 것이다. 페이지 한쪽을 잔뜩 접어둔 책이 가득 쌓인 책상이 그들 자리다.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몇백 쪽에 달하는 이야기 속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추리고, 그걸 다시 맛깔나게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디노먼트의 박종일 대표는 경기 이천교육청 도서관에서 사서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 책의 매력에 푹 빠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200쪽 넘는 책이 ‘해리포터’ 시리즈였다니, 어찌 보면 조금 늦은 나이에 독서의 재미를 깨달은 편이다.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영감을 얻는 것은 영화나 웹툰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높게만 느껴졌던 독서의 문턱을 한 발짝 넘으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 짜릿한 만족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던 박 대표는 책을 아이템 삼아 2014년 창업에 도전했다. 그때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세 가지 가설

열한 번의 시도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11월, 책 한 권을 읽어주는 5~6시간 분량의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6개월간 준비해서 세상에 내놓은 서비스가 사람들의 외면을 받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첫 창업이라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 점도 있었고, 복잡하게 계획만 많이 세웠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돈은 점점 바닥나고 몇몇 팀원들도 떠나갔다. 박 대표는 남아 있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딱 세 가지 가설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첫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가. 둘째 플랫폼 사업자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가. 셋째 우리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있는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카드 뉴스 콘텐츠를 만들었다. 오디오북을 출시하며 마케팅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을 골라서 카드 뉴스 형식으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정사각형 포맷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좋아요’ 몇십 개로 사업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열한 번째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이제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팀원과 술자리를 갖던 박 대표의 휴대폰에 ‘좋아요’ 알림이 계속 울렸다. “사람들이 드디어 저희 콘텐츠에 반응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이전 콘텐츠의 100배가 넘는 좋아요 숫자를 기록했어요. 열한 개의 콘텐츠 안에서 단어나 포맷을 하나하나 바꾸면서 실험을 하다 마침내 사람들의 마음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발견한 거예요. 그 미묘한 포인트를 찾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죠.”



오직 

콘텐츠에 대한 믿음으로


첫 번째 가설의 증명으로 자연스레 두 번째 가설도 입증됐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당연히 플랫폼 사업자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감사하게도 카카오 측에서 콘텐츠 제휴를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구세주 같았죠. 이렇게 파급력 있는 플랫폼에서 저희 콘텐츠를 소개한다면 세 번째 가설까지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박 대표는 다음 직장IN 채널 담당 권기영 PD와 제휴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권 PD가 디노먼트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연결해준 게 1boon팀이다. 1boon은 2015년 7월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고 같은 해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노먼트는 초창기 1boon의 콘텐츠 제휴 파트너 중 하나로 참여했다. 


1boon은 디노먼트에 회사 규모나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콘텐츠를 진정성 있게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저희가 유명한 언론사도 아니고 당시에는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오로지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셨어요. 저희를 비롯한 초창기 파트너사들이 1boon의 이런 취지에 공감했고, 서로 분위기를 잘 만들어와서 1boon이라는 플랫폼이 지금까지 특색을 잃지 않고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디노먼트는 2015년 11월부터 1boon에서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어웨이크(AWAKE)’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이나 잡지, 뉴스에서 얻은 영감을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공해 꾸준히 소개하는 채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반응이 좋았던 추천 도서 소개 코너 ‘책 끝을 접다’는 2017년 3월부터 1boon의 별도 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광고 아닌 광고


1boon에서 2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여교사의 충격적인 고백’은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 소설 <고백>의 줄거리를 주인공의 독백 형식으로 소개한 콘텐츠다. 국내에 2009년 발간된 이 책은 2016년 4월 ‘어웨이크’에 소개된 후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이후 <앨리스 죽이기>,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 <82년생 김지영>, <제노사이드> 등 디노먼트가 운영하는 채널에 소개된 도서들이 잇따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판매 순위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실질적인 수익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출판사들 사이에서도 디노먼트가 만드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쌓여갔다. 


이 콘텐츠들이 책을 소개하는 광고라는 것은 구독자들도 인지하고 있었다. “스토리가 있고 재미있으니까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것 같아요. 콘텐츠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이 더 많고요. 그런 분들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커뮤니티에 올려서 더 널리 퍼져나가기도 해요.” 출판사에서도 서점 매대 광고나 배너 광고보다 이런 콘텐츠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 성과는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콘텐츠 관리 시스템 ‘카카오하모니’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박 대표는 콘텐츠의 성과를 확인하는 1차 지표로 조회 수와 공유 수를, 2차 지표로 콘텐츠의 마지막 화면에서 배너를 클릭한 횟수를 눈여겨본다. “책의 결말이 궁금할 수밖에 없게끔 콘텐츠를 구성해요. 마지막 페이지에서 배너를 클릭하면 해당 도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게 하고요. 카카오하모니에서 조회 수 대비 10%, 많게는 20%까지 배너를 클릭한다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요. 정확한 구매 전환율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저희가 소개한 것 외에 다른 이슈가 없었는데도 판매 순위가 오르는 걸 보면 무척 뿌듯하죠.” 



‘책끝’과 친구 맺기


‘책 끝을 접다’를 만나는 또 다른 방법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맺는 것이다. 2017년 5월 새 단장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는 콘텐츠 발행을 비롯해 카카오톡을 활용한 비즈니스 연동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오픈 플랫폼이다. 2017년 6월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시작한 ‘책 끝을 접다’와 1년 사이에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친구를 맺었다.


“저희가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는 자신 있지만 독자들을 만나는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앱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모두가 다 아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1boon 페이지로 연결해서 조회 수까지 올릴 수 있어요.” 실제로 오전 11시 ‘책끝’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되면 15분 이내로 다음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 ‘퍼다 나르는’ 열혈 구독자들도 적지 않다. 여러 장의 카드 뉴스 이미지를 하나의 게시글 형태로 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게시글은 다음 카페 인기글과 카카오톡 채널에 다시 한번 소개되기도 한다. “저희가 일반 독자인 것처럼 사칭해서 게시글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가끔 계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커뮤니티에 가입도 하지 않았는 걸요. 대신 검색을 통한 모니터링은 철저히 하고 있어요. ‘오늘 책끝 봤어?’, ‘오늘 책끝 이야기 너무 재밌음’처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큰 힘이 돼요.” 구독자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SNS에 달린 댓글에는 일일이 답변을 달고 메시지나 메일도 꼼꼼히 읽는다. 이렇게 ‘책끝’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과 애정을 전해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책끝’이 있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고르고 또 고른

책 한 권


디노먼트 사무실에는 한 달에 30~60권의 신간이 도착한다. 그 중 적게는 5권, 많게는 8권을 고르고 골라 ‘책끝’만의 큐레이션을 완성한다. 사업 초기에는 광고비를 받고 콘텐츠를 납품하는 단순한 방식을 두고 갈등하기도 했다. “광고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직접 읽어보고 소개하고 싶은 책을 고르는 쪽을 택했어요. 최근에는 예전에 출간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좋은 책을 발굴해 출판사 측에 역으로 제안하기도 해요.” 


이렇게 많은 책들 사이에서 박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무엇인지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책을 읽는 행위가 거룩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해요.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이미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거든요.”


박 대표는 일단 책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서의 재미에 발을 들여놓고, 그 다음 단계에서 지식을 얻거나 생각할 거리를 가져가거나 복잡한 감정을 느껴봐도 좋습니다. 그 첫 번째와 두 번째 관문을 ‘책끝’이 열어드리고 싶어요.”



◼︎ 1boon 인기 채널 '책 끝을 접다' 바로가기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7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7호 목차

카카오 파트너들의 색다른 도약 / Mason's talk

◼︎ Partners

작고 똑똑한 공기청정기, 그 탄생의 비밀 / 클레어
더 나은 공기, 만들고 느끼다 / 클레어
카카오톡으로 주문하는 샌드위치 / 죠샌드위치 판교테크노밸리점
오늘 '책끝' 봤어? / 디노먼트 (본 글)

두근두근 미스터리 봉사여행 / 어떤버스

◼︎ with Kakao

챙챙, 세상과 소통하는 소리 / 다가치펀드
무럭무럭 자라는 코딩 꿈나무 / 제주 with Kakao
생산과 소비의 모습을 바꾸다 /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7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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