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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T가 만든 뜻밖의 변화

모두를 위한 연결, 네 번째 : 카카오 T

수화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에게 카카오의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 T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택시 기사와 필담으로 소통하던 수고를 몇 번의 클릭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연결’ 네 번째 이야기로 만난 청각장애 2급 현영옥, 김진욱 씨는 카카오 T 덕분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에도 믿음이 생겼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농인의 일상 속 불편함을 덜어줄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수화로 진행된 대화는 김상화 농아사회정보원 원장의 통역을 거쳤다.





- 연결을 위한 만남 -


Q. 반갑습니다.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현영옥  저는 수화 강사로 일하면서 재활복지대학원에서 수화 언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김상화 농아사회정보원 원장님과는 2004년 서울농아인협회에서 만났어요. 그 후에 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도 함께 일했고요. 벌써 원장님과도 14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네요. 

김진욱  저는 서울 독산동에 있는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컴퓨터 수치 제어) 회사에서 공구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마침 오늘 쉬는 날이라 막내아들을 데리고 아내와 인터뷰하러 왔어요. 원래 활달한 녀석인데 오늘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조용하네요.


Q. 오늘 인터뷰 장소인 카카오 판교오피스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김진욱  집이 경기 시흥시인데요, 오늘은 아이 유모차도 있고 해서 직접 운전해서 왔어요. 

현영옥   오늘 남편 차가 없었다면 카카오택시를 이용했을 거예요. 평소에는 정말 자주 이용하거든요. 농인 사회 구성원들이 페이스톡만큼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예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택시 좀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아요.





- 당연했던 불편 -


Q. 이전에는 택시를 어떻게 이용하셨나요? 

현영옥  저희도 빈 택시가 지나가면 손 들어서 잡죠. 그런데 의사소통이 편하지 않으니 불편한 부분이 많았습다. 전화를 할 수 없으니까 일반 콜택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어요. 장애인 콜택시는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여서 저희는 이용할 일이 없었고요. 

김진욱  친구들과 저녁에 술 한잔하고 택시를 타려고 하면 가까운 거리는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어요. 더군다나 종이를 꺼내서 필담으로 목적지를 말하려고 하면 더 안 가려고 하시고요. 그나마 저희처럼 젊은 농인들은 필담으로라도 목적지를 얘기하고 택시를 이용하는데, 연세가 있는 분들은 오히려 그게 더 불편해서 웬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 다니신다고 하더라고요. 

현영옥  어떤 기사님은 제가 가방에서 종이랑 펜을 꺼내려고 하니까 흉기 같은 걸 꺼내려는 줄 알고 깜짝 놀라신 적도 있었어요. 무척 당황스러웠죠. 그 이후로는 한동안 목적지를 종이에 미리 적어서 갖고 다녔어요.


Q. 카카오택시(현 카카오 T)가 처음 나왔을 때 어떠셨어요? 

현영옥  당시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사용해보진 않았어요. 농인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니까 우리가 이용해도 괜찮을지 불안하기도 했고요. 어느 날 친구가 한번 사용해보더니 굉장히 편하다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택시를 부르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김진욱  부모님 댁이 제주도여서 김포공항에 자주 가는데, 공항에서 카카오택시를 처음 이용해보고 서비스를 완전히 신뢰하게 됐어요. 요즘엔 차 없을 때 늘 카카오택시만 이용해요.


Q. 카카오택시를 처음 이용했을 때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현영옥  지금도 여전한 문제이긴 한데 택시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곤란해요. 전화를 안 받는다고 그냥 가버리는 기사님도 계시고요. 통화를 할 수 없는 저희 사정을 모르니 승객 평가 점수를 나쁘게 줬을지도 모르죠. 

김진욱   이미 약속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어요. 채팅 기능이 있지만 기사님이 운전 중에 귀찮아서 잘 안 쓰시는 것 같아요. 

김상화  저도 자가용이 없어서 카카오택시를 자주 이용하는데요, 농인이 탑승한 적 있는지 여쭤보곤 해요. 기사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외국인이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영어로 주소가 뜬다고 하더라고요. 기사님이 영어를 잘 몰라도 주소와 내비게이션이 있으니까 별다른 대화 없이 가면 된다고 하셨어요. 기사님이 영어를 잘 모르는 것처럼 농인들도 수어가 아닌 구어로 소통하는 것이 힘들 뿐이라고 설명해드렸죠. 그런데도 기사님은 전화를 안 받으면 그냥갈 수밖에 없다고 하셔서 안타까웠어요. 카카오 T 앱 내의 채팅 기능이 좀 더 강화되어 기사님이 승객이랑 간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서서히 자리 잡은 편리함 -


Q. 기사님과의 소통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현영옥  보통은 목적지를 알고 계시니까 딱히 대화가 필요가 없어요. 목적지에 다다라서 손짓으로 이쪽에 내려달라고 가리키면 그제야 저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도 하시고요. 가끔은 저희가 대답을 못 하면 외국인인 줄 알고 영어로 말을 거시는 분도 있어요. 그게 아니라 들리지 않는다고 하면 당황하시는 기사님도 간혹 있고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기사님이 농인들을 덜 낯설어하시는 것 같아요. 카카오 T 덕분만은 아니겠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해요. 

김진욱  맞아요. 어떤 분은 저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입 모양을 크게 하거나 제스처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기도 해요.


Q. 카카오 T에 카카오페이를 연동하면 택시 스마트호출이나 블랙 등의 요금을 자동으로 결제할 수 있어요. 이용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현영옥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정말 편리하겠네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랑 신용카드를 주고받을 필요도 없고요.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농인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굉장히 신중한 편이에요.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해결하기 위한 절차가 청인이 체감하는 것보다 저희들에게는 훨씬 복잡하거든요. 카카오페이로 결제가 잘못된 경험은 없지만, 예전 경험 때문에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차라리 그냥 카드로 결제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거죠. 

김상화  농인들은 특히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편했던 경험이 누적되어 있어요. 이를테면 신용카드를 분실했을 경우 보통은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본인 인증하고 재발급을 받으면 되지만, 농인은 AR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수화 통역사와 함께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등 훨씬 번거롭죠. 

김진욱  이런 이유들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농인 사회에서 자리 잡는 시점은 청인 사회에 비해 늦긴 해요. 하지만 서비스가 이용하기 편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면 입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훨씬 빠른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 카카오 T와 페이스톡은 농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요. 농인 사회에서 카카오가 만드는 서비스는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는 것 같아요.


Q. 카카오 T로 리뉴얼 후에는 드라이버, 주차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됐어요. 이용해보신 적 있나요? 

김진욱  아니요. 카카오 T에 대리운전 기사 호출 서비스가 있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기회가 되면 한번 이용해보고 싶어요. 

현영옥  남편이 이용해보고 친구들에게 알려주면 택시 서비스처럼 금방 유행할 것 같아요. 저도 택시 말고 다른 서비스는 이용해본 적이 없지만 카카오 T 내비게이션 기능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 모두를 연결하는 아이디어 -


Q. 카카오에서 농인들을 위해 만들었으면 하는 서비스가 있나요? 

현영옥  지금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에도 무척 만족하기 때문에 딱히 더 바라는 것은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에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무언가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냥 농인이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거죠. 

김상화  저도 여러 농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부분의 농인들은 불편한 것을 참고 견디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불편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사회는 변하지 않을 테니, 이런 인터뷰 자리야말로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이렇게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몇 가지 떠올랐어요.


Q. 어떤 아이디어인가요? 

김상화  카카오 T에 ‘데프 드라이버(deaf driver)’ 서비스가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요. 농인 중에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이런 분들이 드라이버로 등록하면 농인 승객이 호출했을 때 우선적으로 배차해주는 거죠. 더 나아가 수화 통역사와 농인을 연결시켜주는 중개 서비스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카카오 T에서 택시 기사님 얼굴과 연락처를 확인하고 서비스 이용 후 평가까지 하는 것처럼,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수화 통역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현영옥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각 지자체별로 수화통역센터가 있지만 통역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별다른 불만 사항을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농인들도 좋은 서비스가 있으면 적당한 비용을 지불할 능력과 의지가 충분히 있어요. 카카오에서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준다면 자주 이용할 것 같아요. 

김상화  카카오 T나 페이스톡은 처음부터 농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파급 효과로 농인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로 자리 잡은 것만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카카오의 서비스 기획력은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농인에게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카카오는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영상 통화, 그리고 택시를 이용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서비스로 표현을 해냈잖아요. 이런 역량을 잘 활용해 처음부터 농인들을 고려한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농인 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모두를 위한 연결, 카카오의 노력을 기대하겠습니다.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8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8호 목차

파트너와 함께 판을 바꿉니다 / Mason's Talk 

◼︎ Partners

미용실, 재래시장에서 승승장구하다 / 헤세드미용실 구월동본점 
헤어 고민, 헤세드가 날려드려요 / 헤세드미용실 구월동본점 
함께 그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도 / 국토지리정보원 
매일 입고 싶은 옷 / 나나살롱 

내 마음속 쉼표 하나 / 속마음산책 

◼︎ with Kakao

카카오 T가 만든 뜻밖의 변화 / 모두를 위한 연결 (본 글)
새로운 연결로 꿈꾸는 창조의 섬 / 제주 with Kakao 
지역아동센터에 찾아온 특별한 친구 / 카카오같이가치 
미용실, No-Show와 작별하다 / 카카오헤어샵 

스페이스닷원 갤러리로 초대합니다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8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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