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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May 17. 2022

내 하루의 삶을 1X만원에 팝니다 08...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

변함없는 새벽의 시간…

3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새벽은 그렇게 쌀쌀했고, 짙은 어둠만이 가득했다.

고작 4일, 같은 길을 출퇴근했을 뿐인데 이젠 익숙한 동네 도로가 된 듯한 기분이랄까?

한 블록 한 블록 코너를 돌고 쭉 뻗은 길을 달려 나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여기서 좌회전’

‘10분 정도면 도착하겠네…’ 하면서 어느덧 도착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현장에 가까워질 때쯤 무릎을 한번 주물러 본다.

약간의 아픔이 무릎에 맴돌긴 하지만 처음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컨디션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틀을 쉬고 병원 약을 복용했다.

덕분에 무릎은 상당히 많이 호전되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현장에 도착해서 발을 딛는 순간 무릎이 더 시큰 거린달까?

물론 기분 탓일 것이다.


마음속으론 잘하자, 돈 벌어보자 파이팅을 외쳐도

무의식 속 나는 여전히 이 일이 탐탁지 않는 듯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의 난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일반공과의 인사를 시작으로

반장님(이모부)과 하루 노동을 시작한다.


앞서 적은 것처럼 내가 맡은 주된 업무는

쓸만한 자재와 폐자재를 분류하고 현장에서 한번 썼던 각목들( 보통 다루끼, 투바이, 오비끼라 부른다)을 분류한다.

자재는 돈이니까 한번 쓰고 버리는 일이 없다.

쓸만한 건 잘라 쓰고 길이에 맞게 다시 한번 재단한 후 재사용한다.

목재는 더 이상 자를 길이에 못 미칠 때 한꺼번에 모아 반출한다.

이를 화목 다이라 불리는 긴 나무상자(?)에 목재폐기물을 담아 대형 화물차로 반출을 한다.

화목 다이 양 사이드에는 제법 긴 목재를 가운데는 자잘한 목재를 채워 나간다.


파이프도 원형과 사각 두 종류가 있으며 길이도 1, 2, 3, 4, 6 정도로 다양하다.

보통 2, 4미터를 자주 사용하며 상황에 따라 이를 잘라 1, 3미터를 쓰기도 한다.

서포트는 w4를 주로 사용하는데 w2도 간혹 사용한다. (w2가 길이가 짧다)

이 역시 종류별로 다이를 짜서 반출 및 재사용이 용이하게 한다.


이렇게 자재를 정리하면

목수들 또는 철근공들이 작업하는 공간으로 이동해 주변 공간 청소를 한다.


일과의 틀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긴 어떤 업무든 종류만 다를 뿐 다 거기서 거기다.


이 지겹다면 지겨운 이 일은 내가 휴일을 갖기 전까지 반복된다.

예전 커피를 할 땐 매장 문을 열고 머신을 세팅하고 출근하는 이들에게 커피를 제공한다.

오전과 오후에 재료 준비를 해서 점심과 저녁쯤까지 커피를 팔고 설거지 후 매장을 닫는다.

커피를 할 땐 이 단조로움이 단조롭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현장일은 지겹기 그지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와 땀으로 인해 몸의 찝찝함이 말로 표현 못할 정도다.

그런데 이 찝찝함은 하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날, 다다음날에도 이어진다.

이 찝찝함은 6일 되고 다음날 휴일이 돼서야 날아간다…


이렇게 월요일을 시작으로 화, 수, 목, 금, 토요일까지 반복된 일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장에 있으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기가 어렵다.

매일매일이 거의 똑같은 탓에 시간의 무한루프를 맛본달까?

더군다나 거의 대부분이 일요일까지 쉼 없이 일한다.

그래서일까? 나중엔 김 부장이 일요일 쉬는 나에게 핀잔을 준다.

일요일마다 쉰다고 말이다.


아니 사람이 일만 하다 죽을 일이 있는가?

주 6일을 일한 사람에게 하루 쉰다고 뭐라 하다니 난 적잖이 당황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난 그들과 다르다.

나에겐 돈이 전부가 아니다.

물론 돈이 필요한 상황인 탓에 내 생명을, 내 삶을 돈으로 적당히 치환할 뿐…

돈에 속박되어 의미 없는 하루를 살고 싶진 않다.

내가 띄엄띄엄 일하는 것도 아니요, 6일을 일했으면 충분히 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가 못했다.

모두가 돈, 돈 거리며 일하는 모습은 내가 하루 쉬는 게 눈치가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모두가 김 부장처럼 일요일 쉰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렇게 3월 마지막 주가 끝나간다.

4월 첫째 주 일요일엔 외할아버지가 있기에 전날 토요일 부산에서 어머니가 인천으로 올라오신다.

인천 올라오기 전에 뵙고 거진 2주 만에 뵙는 어머니…


난 그렇게 4월 첫째 주 주말 어머니를 맞이했다...


(왼쪽) 화목다이    (가운데) 파이프와 서포터    (오른쪽) 시스템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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