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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May 24. 2022

내 하루의 삶을 1X만원에 팝니다 09...

목수팀에 편입되다...

2주 만에 어머니를 뵈었다.

어머니는 뭐가 그리 안쓰러운지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일은 할만한지, 그리고 무릎은 어떠한지…


사실 난 어머니에게 내 신변에 일어나는 나쁜 것을 말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 교통사고가 났을 때나

몸이 아파 한 달간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그리고 이번 무릎도 그러했다.

그냥 대충 둘러댄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난 사실 어머니의 그 과도한(?) 걱정이 너무나 부담스럽다.

부모의 걱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당신의 몸 특히 불면증과 두통을 야기할 정도의 지나친 걱정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말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 몸 아픈 거에 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무릎의 통증을 이모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오자마자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건 마치 심문이나 다름없다.

어머니는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

무릎이 어떤 경로로 통증이 시작되어 왜 지금 이렇게 아픈지 그리고 차후 치료나 증상은 얼마나 호전되는지도 말이다.

글로서 이렇게 짧게 남기지만 그 상황은 나에게 내 몸 아픈 것보다 더 고역이다.


토요일 저녁, 부산에서 오신 어머니를 위해 이모부가 거하게 저녁을 쏘셨다.

그만의 과장된 말투와 행동은 맞장구를 쳐줘야 끝이 나기에 난 적당히 그의 비위를 맞춰줘야 했다.

식사 후 어머니는 내가 거주하는 원룸에서 잠을 청하고 싶어 했지만, 환경이 그렇지 못하기에 사촌동생 집에서 주무시기로 했다.


다음날 4월 3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외할아버지 제사가 시작된다.

오전부터 어머니와 이모는 제사에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셨다.

(음식은 토요일 이모가 만들어 두셨다.)


시간에 맞춰 어머니, 이모, 서울에 거주하는 동생, 나, 외사촌 동생 이렇게 5명이서 제사를 지내러 절로 이동했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맞춰 그곳 스님께서 경을 읊으셨다.

준비한 거에 비해 제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어머니는 이번 주 목요일 외할머니 49제에 맞춰 수요일에 이모와 이모부랑 함께 내려가신다 하셨다.

그렇게 당신은 월, 화요일 인천에서 내 원룸을 청소해 주시거나, 이모 식당을 거드셨다.


월요일 회식이 잡혔다.

이모부는 어디서 오리를 구해오셔서는 목수들에게 공지를 하셨다.

난 그때까지도 일반공들과 잡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날 저녁 이모 식당에 목수들이 모였다.

이모부, 김 부장, 그리고 직영 목수 6명… (나를 포함하면 7명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거취는 4월까진 일반공들과 잡일을 하며 이것저것 익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서였을까?

이내 내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부딪히며 익히면 되지.”란 이모부의 말에 김 부장은 나에게 내일부터 목수와 함께 일을 배우라고 통보한다.

그리고 나에게 사수도 붙여둔다.


뭔가 순식간에 결정됐다.

딱히 감정이 벅차올랐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아… 이제 목수일을 거드는 거구나.’ 정도랄까?


그렇게 이모네 식당에서 술과 고기로 배를 채운 이들은 2차에서 당구장에서 술을 마시며 내기 당구를 했고, 3차는 주점에서 새벽까지 마셨다고 한다.

(난 당구장에서 멀뚱멀뚱 구경하다 중간에 나왔다.)

항상 차를 얻어 타던 목수 삼촌은 그날 결근한 탓에 간신히 김 부장 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다.

(김 부장도 쉬려고 했는데, 이모부의 소환(?)으로 억지로 나왔다.)

그렇게 난 그날부터 목수팀에 합류했다.

형틀목수…

폼이라 불리는 여러 종류의 사각틀을 쌓아 거푸집을 만들고 거기다 시멘트를 부어 건물의 외관을 완성하는 이들이랄까?

물론 나무도 자르고 못질도 하지만, 그보단 폼을 쌓아 건물의 틀을 만드는 빈도가 더 많을 것이다.


그날 나는 안전벨트에 못주머니와 망치, 시노를 달고 아침체조에 임했다.

이제 나도 목수팀이다 생각하며 사수를 따라다녔다.

일반 공들 만큼이나 일에는 자비가 없다.

폼들을 들어 올려 그들의 주문에 맞게 그들 자리에 놓아둔다.

덤으로 외벽 작업도 한다.(점점 높아지는데 이게 무섭다.)

4미터 파이프를 들고 오거나, 철근을 메어서 그들 앞에 대령한다.


사실 일 자체만 본다면 생각 없이 일하는 일반공 작업이 편하다.

하지만 목수팀에 들어와서 좋은 점은 움직임이 적달까?

한 곳에 머물러 각자 일을 수행한다.

일반공처럼 지하부터 지상까지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극히 드물다.

그 덕에 무릎이 좀 편하다.

그 당시 여전히 난 병원에서 처방한 소염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이는 한참 뒤에서야 복용을 멈춘다.

(내 기억으로는 거의 3주를 복용한 듯싶다.)


목수가 되어서 한 첫 번째 일은 건물 외벽에 파이프를 대는 것이었다.

이는 나중에 시멘트 타설을 할 때 폼이 밀리지 않도록 덧대는 것이다.

시멘트를 부으면 거푸집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

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지기라도 하면 후에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이렇게 터지기라도 하면 목수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일이랄까?

그래서 그 구역을 맡은 목수는 마무리에 엄청 신경을 쓴다.


나와 사수가 맡은 구역은 주차장 램프 구역으로 아치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철근과 파이프로 벽면을 보강했다.

그렇게 일하고 나니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처음으로 맡은 목수일이라 조금은 신기했다.


그렇게 화요일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니

이모와 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해 주셨다.

내일은 어머니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신다…


사실 나도 외할머니의 49제에 가고 싶었으나 이모부가 두 명 다 현장을 비우면 그렇다고 말씀하셔서, 난 그냥 인천에 남기로 했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내 원룸에 오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리고 아프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다음날 수요일…

어머니와 이모, 이모부는 목요일에 있을 49제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셨고, 난 현장으로 향했다.


4월…어느 날…

어머니는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 외할머니를 배웅할 준비를 하시리라…

어머니는 어떤 표정으로 외할머니를 배웅할까…

나는 당신의 여린 마음을 보듬어줄 수 없기에 미안함이 가득한 하루였다…


4월…어느 날…

나의 봄은 여전히 차가웠다…


부산으로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남긴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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