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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un 14. 2022

내 하루의 삶을 1X만원에 팝니다 10...

반복...반복...반복...

목수팀에 편입된 지 어느덧 2달의 시간이 흘렀다.

여기서 나의 호칭은 ‘야’, ‘막내’, ‘내 이름’ 이 정도인 듯 싶다.

하지만 처음엔 이름으로 불러주다가도 일이 바쁘다든가 꼬일 때 혹은 내가 실수할 땐 여지없이 상스런 소리와 함께 “야”로 불렸다.

다행히 욕설은 듣지 않으나, 뭐랄까 사람의 인격이 보이는 순간이랄까?

이곳의 대다수 사람은 상당히 거칠다.

말투, 행동에서 기가 죽는다.

그들의 말엔 욕설이, 행동에는 거칠함이 묻어 나온다.

그들 대부분에게 배려를 기대한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나에겐 두 명의 사수를 배정받았으며 한 명은 나에게 친절한, 다른 한 명은 거칠기 그지없는 그런 존재였다.

둘 다 장단점이 분명했고,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덕분에 하나하나 잘 익혀나가고 있다.

뭐 욕먹는 건 흔한 말로 1일 1 욕 정도랄까?

하지만 그런 욕먹는 것보다 견디기 힘든 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고층의 외벽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단조로운 일상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일은 단조롭다.

커피일도 그렇고, 지금의 현장일도 단조로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점은 내가 스스로 뛰어들어 자발적으로 행한 일인가?

아님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인가? 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단조로움은 나에게 적당한 회의감도 안겨주고 있다.

이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마음먹은 들 딱히 뾰족한 수도 없다.

현장의 아재들은 그저 돈만 바라보고 움직인다.

나의 일당 하고는 수준이 다른 금액이다.

하긴 나도 일당 20만 원이 넘는다면 돈만 바라보겠다지만, 그 금액은 수십 년 동안 일하며 아슬아슬한

위험에 노출된 목숨 값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고층 작업이 너무나 고욕이다

14, 15미터가 되는 건물의 외벽에 설치된 가벽은 예전엔 아시바라 불리는 파이프로 세웠지만 요즘은 시스템 비계라고 해서 조금은 안전하게 설치한다.

그렇다고 한들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거리고, 걷는 사람의 발진동으로 흔들리는 그런 연약한 발판이다.

특히나 꼭대기는 안전망도 없는터라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게 내 발을 못 떼게 한다.

그런 와중에 고층에서 폼을 나르기도 하고 외벽에 폼을 붙이기도 한다.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세가 엉성해진다.

아래 또는 위에서 욕설이 들린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나는 “죄송합니다.”만을 연발할 뿐이다.

이 순간만큼은 나의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다.

일도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로 느껴진달까?


물론 그런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익숙지 않는 고층 작업을 토로한다 한들 그 작업에서 열외는 생각도 못할뿐더러, 어쩌면 일 자체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단조로움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라고 생각할 때마다 결국 난 그림과 글에 매달리는 것 싶다.

하지만 이 글은 재미가 없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한 푸념일 뿐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나에게 푸념하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글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구원해주는 글이 될 거라 믿는다.


난 하나도 성장하지 못했다.

글도 정신도 그리고 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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