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에서 예고했듯이 앞으로 식빵 종류가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얼핏 들으면 좀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의 풀만식빵은 쉽게 말하면 네모난 샌드위치용 식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버터톱식빵은 이름에 버터가 들어가는 만큼 버터가 듬뿍 들어가서 간단히 구워 먹으면 좋은 간식이지만 버터의 사용량이 워낙 많아서 일반 식빵보다 부드럽고 시간이 지나도 그 부드러움이 더 잘 유지된다. 풀만식빵은 19세기 발명가인 조지풀만이 만든 기차의 식당칸을 공간활용을 높이기 위해 네모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본떠 만든 식빵틀로 만들면서 풀만식빵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식빵 중에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품목이 바로 풀만식빵이다. 틀 아래에서 틀높이까지 2차 발효를 시키고 실온에 꺼내어 뚜껑을 덮고 발효가 네모 모양이 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야 하기에 시간초과가 될 수 있어서 완성품이 네모나게 각이 있게만 나온다면 합격할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나는 풀만식빵 틀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집에서는 한 번도 만들어 보지 못했다. 다만 일반 식빵이나 버터톱식빵을 만들어서 샌드위치를 해먹은 적이 아주 많다. 모든 도구가 집에 있다면 좋겠지만 최소한으로 사야 빵을 눈치 안 받고 계속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과제빵 도구가 욕심이 나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기준은 활용도가 높은 도구를 주로 고르며 자주 구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오만 원 이하로 쇼핑을 한다.
집에 식빵이 많으면 할 수 있는 요리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있다. 식빵을 갈아서 습식빵가루를 만들어 튀김요리를 할 수도 있고 간단히 식사대용으로 샌드위치나 계란물을 입혀서 토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깍두기 모양으로 잘라서 식빵 러스크를 간식으로 만들기도 하고 조금 난이도가 있는 요리인 새우를 갈아서 만드는맨보샤 또한 식빵이 들어가는 요리다. 작년에 남편의 일 때문에 미국 텍사스에서 잠시 생활했을 때 식용유가 저렴해서식빵으로 빵가루를 만들어 튀길 수 있었던 건 다 튀겨서 맥주와 함께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빵가루만 보면 미국이 떠오른다.
활용도가 좋은 식빵하나쯤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어떨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식빵 만들기를 한 번쯤은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반죽기가 없어도 무반죽 혹은 손반죽으로도 충분하고 발효기가 없으면 전자레인지 혹은 오븐을 따뜻하게 데워서 발효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 않았나. 제과제빵은 이름만 그럴싸할 뿐 손쉽게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많다. 이 책이 끝나갈 때쯤이면 누구나 자신 있게 빵하나 만이라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습식빵가루로 만든 새우튀김과 풀만식빵으로 만든 샌드위치
<풀만식빵>
1. 반죽기 통에 강력분, 이스트, 제빵개량제, 소금, 설탕, 분유를 넣고(설탕과 소금을 한쪽에 이스트는 꼭 반대쪽에 넣는다. 나머지 가루재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1단으로 15초 돌린다.
2. 가루재료가 골고루 분산되면 댤걀과 물을 넣고 1단으로 가루가 날리지 않을 때까지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