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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04. 2021

연천군 50대 농부가 글쓰기로 14억 매출 만든 비결

20년 넘게 글을 써온 농부, 꾸준한 글쓰기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 도구다

성공한 농식품 기업 창업자들과 농민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가장 큰 공통점은 상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상품을 어떻게 팔지부터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판로 개척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건 글로벌 대기업이든 작은 농식품 업체든 마찬가지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같은 상품을 내놓는 수많은 경쟁자와 경쟁해야 하는 농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의 상품을 돋보이게 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만드는 마케팅 능력이 더더욱 중요하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50대 농민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농사지은 쌀에 발을 달아준 인물이다. 국내 농업계에서도 쌀 시장은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사람들이 점점 더 밥을 먹지 않아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빠르게 줄어들고 공급은 그대로이니 가격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탁순 백학쌀닷컴 대표


레드오션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한 비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과의 직거래를 바탕으로 한 농민이 연간 14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건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는 어떻게 레드오션 속에서 살아남는 걸 넘어 계속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걸까?     


김탁순 백학쌀닷컴 대표는 임진강 북쪽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부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IMF 외환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부터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옛 서울산업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공장 설비 자동화 업체에서 근무하던 그는 이 무렵 회사를 그만두고 쌀농사를 짓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19년 그가 쌀농사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14억 원에 달한다. 자신이 직접 재배한 쌀과 주변 농민들이 수확한 쌀을 사들인 뒤 백학쌀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백학쌀닷컴에서 팔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물량만 1년에 1,000톤이 넘는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가을에 벼를 추수한 다음 미곡 종합 처리장에 쌀을 넘기는 것으로 1년 농사를 마무리 짓는다. 김 대표처럼 자신이 농사지은 쌀을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는 농민들은 극히 드물다.      


아직도 대다수 농민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건 낯선 생각이다. 어렵사리 쇼핑몰을 만든다고 해도 더 힘든 일이 남아 있다. 쇼핑몰만 만들어놓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쇼핑몰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면 농사를 짓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어떻게 백학쌀닷컴으로 고객들이 찾아오게 만들었을까?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블로그


“소비자들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상품을 팔 수 있는 통로가 꼭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사람들이 어떤 농산물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대형 가공업체와 마트에 부품을 납품하듯이 한 해 동안 농사지은 농산물 모두를 납품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요. SNS,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직거래 장터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이용해서 소비자와 만나야 합니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온라인 농산물 직거래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농산물을 팔기 시작했다. 백학쌀닷컴 홈페이지를 만든 건 2005년이었다.     


그도 처음 몇 년 동안은 다른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쌀을 추수해 미곡 처리장에 넘기고 킬로그램당 얼마씩 쳐서 받아 오는 것으로 1년 농사를 마쳤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해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사이 쌀 수매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손에 쥐는 돈도 점점 줄어들어갔다. 


자신이 직접 고객을 만나지 못하고 납품업체처럼 쌀을 넘기고 끝내는 방식으로는 계속 떨어지는 쌀값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어떤 상품이 원하는지 알기 위해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시작했다.     

그는 고객에게 처음부터 자신의 상품을 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고객에게 무작정 좋으니 사라고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신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얼마나 정성 들여 쌀을 키우고 있는지부터 보여주려 했다.      


볍씨를 준비하는 일부터 모내기하는 모습, 파릇파릇한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 콤바인을 몰고 들녘을 누비며 벼를 수확하는 모습 등 자신이 하는 농사일의 모든 과정을 사진과 함께 그리 길지 않은 글로 담아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꾸준히 글로 풀어내다


농사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이 사는 백학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도 하나씩 글로 풀어냈다.     


사실 글의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농기계를 세차했다든지, 동네 후배가 일하는 밭에 새참을 사서 갔다든지, 새로운 품종을 심었더니 밥맛이 아주 좋았다든지 등등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농부의 일상을 담아낸 글들이 하루하루 쌓여갈수록 백학쌀닷컴을 찾는 고객의 수는 점차 늘어났다.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김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농부가 키운 쌀이라면 사서 먹어도 괜찮겠다는 믿음이 쌓여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블로그와 카페로 시작했지만 이후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등 새로운 SNS가 등장할 때마다 무대를 넓혀가며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본문 185~192페이지의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20년 가까이 꾸준히 글을 써온 결과 김 대표는 쌀농사로 10억원 중반대의 매출을 올리는 농부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껏 김 대표가 거둔 모든 성과를 글쓰기 덕분이라고만할 수는 없다. 이는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직접 쌀을 건조하고 도정하기 위해 설비에 투자하고, 새로나온 다양한 품종을 심어 밥맛을 높이고,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소용량 진공포장 패키지를 내놓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성공의 발판을 다져왔다.      

김 대표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쌀의 품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만약 그가 지금과 똑같은 노력을 했더라도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늘날과 같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쓸 이야기가 없어서 쓰지 못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일상을 담은 꾸준한 글쓰기로 사람들이 자신을 믿을 수 있는 농부로 여기게 만든 것이야말로 그의 오늘을 만들어낸 가장 큰 비결이다.      


자신의 상품을 팔고 싶은 사람이라면 먼저 사람들이 내 상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좋은 상품을 만들었는데 왜 아무도 몰라주느냐고 원망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그리고 진솔함을 담은 꾸준한 글쓰기만큼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글쓰기가 최고의 마케팅 도구인 이유다.     


이번 장에서는 내가 직접 현장에서 만났던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다루었다. 사실 이들을 최고의 리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물론 각자의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이뤄낸 이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성과를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과 비교하기란 어렵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꽤 길게 소개한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왜 지금 당장 글을 써야 하는지를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탁순 대표의 사례가 그렇다. 김 대표의 글은 대부분 분량도 짧은 데다 전문 지식이나 대단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책을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년간 꾸준히 글을 써옴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었다. 경기 연천군의 한 농민이 글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낸 모습을 보면 왜 당신이 지금 당장 글을 써야 하는지 깨달을 것이다.      


잘 쓸 자신이 없어서,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와 같은 말들은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상품을 팔면서 살아간다. 자신이 파는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당신은 반드시 글을 써야 한다. 최고의 리더는 자신과 조직의 상품을 팔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최고의 리더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해 글을 써야한다


홍선표 작가 /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저자

rickeygo@naver.com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185~92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있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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