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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Feb 24. 2021

빌 게이츠가 요즘도 일주일에 한편씩 꼭 글을 쓰는 이유

그가 코로나와의 전쟁을 이끌기 위해 쓴 글에 담겼던 3가지 전략

글쓰기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여러 세부 과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이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는 빌 게이츠의 역량은 앞에서 말한 편지를 쓴 지 44년이 지난 뒤 훨씬 더 크고 중요하게 발휘됐다.      

2020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을 당시 그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었던 데는 글을 씀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전략을 수립하고 사람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는 그의 능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오늘날의 리더들 중에서 꾸준한 글쓰기가 지닌 힘을 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이를 찾기란 힘들다. 그는 약 20년 전부터 개인 블로그 〈게이츠 노트〉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요즘도 이곳에 한 달에 서너 편씩 글을 쓴다.      


최고의 리더들 중에서도 이처럼 자기 생각을 바탕으로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2020년에는 50편의 글을 올렸고 2019년에는 39편의 글을 써서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글 쓰는 일만큼은 빠뜨리지 않는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글의 주제는 다양하다. 소문난 책벌레인 만큼 여름과 겨울 휴가철마다 책을 다섯 권씩 추천하며 각각의 책에 대한 짧은 소감을 올린다.      


오랜 친구인 워런 버핏이 90세 생일을 맞았을 때는 직접 케이크를 만드는 동영상과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글도 쓰고,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아버지를 기리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후변화, 빈곤, 질병, 교육, 환경, 과학기술 등 인류의 현재와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제들은 그가 글을 통해 반복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들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에는 이에 대한 글이 가장 많았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에 올린 글들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싶다면 글을 써라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져가던 2020년 4월 2일 그가 쓴 ‘우리 리더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What Our Leaders Can Do Now)’이라는 제목의 글은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고, 백신을 개발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그의 전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글이었다.     


그는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정치 지도자의 결정이 수많은 사람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는 때는 없었다며 리더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리의 리더들이 내리는 선택은 확진자 수가 얼마나 빨리 줄어들지, 우리 경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봉쇄될지,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묘지에 묻어야 할지에 대해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곧바로 그는 코로나19가 발견된 직후부터 자신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1억 500만 달러를 투입해 코로나 치료제와 확진자 검진 장비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내용을 말하기 시작한다.     


빌 게이츠가 쓴 '우리 리더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글


최고의 전략가는 아무리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더라도 하나씩 순서대로 접근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략도 세 단계로 나눠서 제안했다. 급박한 상황일수록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먼저라는 게 그가 수십 년 동안의 비즈니스를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또한 빌 게이츠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하고 단순한 말로 자신의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하고 정교한 전략이더라도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말들로 채워져 있다면 현실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제시한 3단계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전역에 걸쳐 ‘셧다운shut down’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둘째, 연방 정부는 확진자검진 역량을 강화한다. 셋째, 데이터에 기반해 치료법과 백신을 개발한다.     



얼핏 보면 전략이라고 할 것 없이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말들이지만 미국을 휩쓸기 시작한 코로나19 앞에서 백악관과 연방 정부, 주정부, 정치권, 의료계 할 것 없이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던 때야말로 이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전략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였다.     


“첫째, 우리는 미국 전역에 걸친 ‘셧다운’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합니다.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주들과 카운티에서는 셧다운이 완벽히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해변이 아직까지 개방돼 있고 다른 주들에서는 여전히 식당 안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모습들은 대재앙으로 향하는 확실한 길입니다. 사람들이 주간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 역시 그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셧다운을 둘러싼 그 어떤 혼란도 경제적 고통을 증가시키고, 바이러

스가 다시 확산되도록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 것입니다.”     


단계별로 취해야 하는 조치들을 말한 뒤에는 그 근거를 짧지만 강력하게 제시한다. 코로나19의 감염 현황에 대한 최신 데이터에 누구보다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그이지만 그의 글에 통계 수치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최고의 리더는 가장 쉽게 읽히는 글을 쓴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 역시 그럴 수 있다”, “정치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묘지에 묻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처럼 누구나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들만 사용해서 말한다.      


표현만이 아니라 단어들도 그렇다. 그가 쓴 글의 원문을 읽어보면 그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한국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 단어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글만이 아니라 다른 글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리더에게 글은 자신의 어휘력과 문장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자신과 함께 하도록 설득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리더일수록 화면 위에 띄워진 유려한 문장이 아닌 진짜 세상에서 거둔 성취를 통해 스스로의 지적 능력을 검증받는다.      



“당분간은 확진자 검진 장비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누가 먼저 확진자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우선순위를 마련해야만 합니다.”      


“최우선 검진 대상자는 의료진과 응급 구조요원처럼 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다음으로는 감염으로 가장 큰 위험을 겪게 되는 사람들,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되어야만 합니다.”     


“마스크와 산소호흡기 같은 장비도 똑같은 방식으로 분배돼야 합니다. 미국 50개 주 주지사들이 이 같은 장비를 남보다 먼저 구입하도록 경쟁하게 만들고, 병원들이 장비 구매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 상황은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악화시킬 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 가격이 크게 치솟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던 건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은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본문 227~235페이지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너도나도 달려가 마스크를 쓸어 담고, 일부 비양심적인 인간들이 이런 위기 상황을 한몫두둑이 잡을 기회로 여기면서 의료진, 응급 구조요원들처럼 최일선에서 위기와 맞서는 인력조차도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확진자를 선별하는 진단 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환자들과 접하면서 누구보다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의료진이 코로나 확진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제대로 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채 환자들과 만난다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빌 게이츠는 정부와 대중에게 위기와 맞서 싸우는 데 꼭 필요한 인력들에게 우선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먼저 의료진에게 자원을 집중해야만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라는 전략의 기본 원칙을 감염병과의 싸움에서도 잊지않았다.     



이어서 그는 “백신을 개발하는 건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미국 정부는 제약 회사들이 미리 대량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약 회사들한테만 맡겨놓으면 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이 정식 납품 계약을 맺기 전에는 생산 공장을 미리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백신 개발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장을 짓는 위험 부담을 감당하려는 회사는 없다.      


제약 회사들은 백신 개발이 성공한 뒤에야 새로운 공장을 짓기 시작할 것이고 공사가 완료돼 백신이 본격 생산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코로나19에 목숨을 잃고,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시간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빌 게이츠가 백신 개발과 생산 공장 건설이 반드시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리더에게 글은 전략을 수립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갑작스럽게 닥친 거대한 위기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지만 과학과 데이터, 전문가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의 글을 마무리한다.     

“2015년에 저는 TED 강연을 통해 전 세계 리더들에게 각 국가들이 전쟁에 대비하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시스템의 균열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전염병의 대유행에 대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듯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하고 의료 전문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들의 국가를 다시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이후 빌 게이츠는 자신이 글을 통해 밝혔던 전략들을 직접 실행해나갔다.      



사실 전 세계의 리더들 중에서 그만큼 이 같은 거대한 위기를 예견하고 미리 대비해온 인물도 없었다. 지난 2000년 자선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그는 이후 20년 동안 재단을 통해 550억 달러(약 61조 원)를 기부했다.      


대부분은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보건 수준을 높이는 데 쓰였으며, 나머지 160억 달러는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 개발·보급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 민간 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 창설되는 데도 게이츠 재단의 기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가 불길처럼 번지던 시기에 빌 게이츠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들과 수시로 연락하고, 주요 제약사 대표들과 회의를 하면서 백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입한 금액만 5억 달러가 넘었다.     



특히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과제는 가난한 개발도상국 주민들도 백신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백신이 비영리 기구를 통해 정상가보다 훨씬 더 싼 가격으로 개발도상국에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문제를 풀어나갔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그를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이끄는 최고사령관”으로 칭하는 것도 이러한 그의 역할 때문이다.     


지금껏 살펴본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워런 버핏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의 리더는 자신이 세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들은 전략을 통해 자신이 힘을 집중해야 하는 과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자신이 글을 통해 밝힌 대로 실천해나간다. 최고의 리더에게 글쓰기가 자신의 목표를 현실로 바꾸는 최고의 전략적 도구인 이유다.


홍선표 작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방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222~227 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이나모리 가즈오,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인이 글을 쓴 이유 5가지와 글을 씀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5가지 성과를 쉽고, 깊이있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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