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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r 21. 2021

45살 잭 웰치, 9장의 글을 써 GE회장직을 움켜잡다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 싶다면 반드시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역사상 최고의 상금을 내걸었던 글쓰기 콘테스트가 있었다. 승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40만 명의 직원이 일하는 미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였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회사가 앞으로 회사를 이끌 CEO 후보들에게 요구했던 최종 과제가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이었다는 걸 보면 글을 통해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는 역량이 리더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또한 평소 탄탄한 글쓰기 실력을 갖추는 게 자신에게 다가온 결정적인 기회를 움켜쥐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 있다.      


1980년 잭 웰치 당시 GE 부회장은 다른 두 명의 고위 임원과 함께 앞으로 회사를 이끌 차기 CEO 자리의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 선 45세 잭 웰치


발명왕 에디슨이 1878년 창업한 GE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였다. 1980년 한 해 동안 GE가 거둔 매출은 250억 달러에 달했고, 순이익은 15억 달러였다. 모두 40만 명이 일하는 미국에서 열 번째로 큰 회사였다.     


당시 잭 웰치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이었다. 함께 후보로 지명된 임원들의 나이가 각각 쉰여덟, 쉰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정상을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다.      


1960년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같은 해 GE에 입사한 그는 불과 20년 만에 말단 직원에서 차기 CEO 후보로 성장했다. 탁월한 능력에 지기 싫어하는 강한 승부욕, 이를 뒷받침하는 치열한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잭 웰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차기 CEO로서의 역량을 검증받고 있었다. GE는 몇 년 동안 이어지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차기 CEO를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였다.      



CEO 후보들에게 각자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부를 이끌게 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최종 후보들을 추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쟁자들이 한 명 한 명 줄어들었고, 마침내 그를 포함한 세 명의 후보만이 최종 리스트에 남게 됐다.     


수차례의 면접을 거친 이 세 명의 후보자에게 주어진 최종 과제는 글쓰기였다. 자신이 지금껏 GE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상세히 평가하는 글을 작성해서 회장과 이사회에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업무 성과뿐 아니라 그들이 어린 시절 어떻게 자랐는지, 앞으로 GE 회장이 된다면 어떤 일을 추진할 계획인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기업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작성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GE가 이미 혹독한 검증을 통과한 후보들에게 따로 글을 써서 제출하라는 최종 과제를 부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능력은 이미 확실히 검증된 후보들이었는데 말이다.      



글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GE는 후보자들의 글을 보고 그들의 사고력과 가치관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려 했다.      


직접 쓴 글만큼 그 사람에 대해 잘 알려주는 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글을 통해 그들이 이끌어나갈 GE의 미래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잭 웰치는 경쟁자들보다 젊은 자신의 나이가 CEO가 되는 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GE와 같은 거대 기업의 수장에게는 젊은 패기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연륜이 더 요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GE 이사회 안에서는 잭 웰치를 두고 조금 더 경험을 쌓게 한 뒤 차차기 회장으로 임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단지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순간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 글에는 당신과 내가 웰치라는 사람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것들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아홉 장의 글을 쓰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그는 자신이 지난 20년간 GE에서 이뤘던 성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높은 목표를 갖도록 끊임없이 요구했고, 장래가 촉망되는 직원에게는 무수한 ‘도약’의 기회를 제공해왔으며, 재능 있고 야망을 가진 인재들을 불러 모으는 데 필요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리더가 꼭 갖춰야만 하는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답했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는 목표는 목표가 아니며 지금보다 더 크고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리더십이란 내가 교제해온 사람들이 항상 주도적이지는 않더라도 보다 열심히 일하고 더욱 일을 즐기며, 마침내는 그들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것 이상의 성취를 이룸으로써 자신에 대한 더 많은 존경심과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자신에게 GE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그리고 GE 회장으로 일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회란 쉽게 찾아오지 않으며 다음 기회는 영영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최고의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그건 네가 갖기에는 너무 과분하다”고 눈을 치켜뜰 때도 고개를 똑바로 들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한다.      


잭 웰치도 그랬다. GE에 입사한 지 6년째 되던 1965년,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책임자 자리를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상사에게 요구했다.      


GE가 새롭게 개발한 화학물질을 제조업체들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역할이었다. 마케팅 경험과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리였지만 엔지니어 출신으로 그 이전까지 연구실과 공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일만 담당했었던 그에게는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은 책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의 본문 글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말하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떠나려는 상사의 차 옆자리에 올라타 한 시간 넘게 상사를 설득했다. 그래도 상사가 확답을 주지 않자 그 뒤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그 일을 맡아야 하는 이유를 지치지 않고 설명했다.      


“이 고집불통 같으니라고! 결국 자네가 이겼군. 그 일을 맡도록 하게.”     


일주일 뒤 상사가 그에게 내뱉은 말이다.     


15년 전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를 얻기 위해 끈기 있게 행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CEO 선발을 위한 최종 과제에서도 자신이야말로 그 자리에 어울리는 적임자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당신(글을 쓸 당시 GE 회장을 가리킴)이 있는 곳과 우리 셋이 서 있는 곳은 지금으로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지적인 능력과 깊이, 태도, 그리고 필요한 모든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GE는 내 인생 그 자체가 되었고, 그 중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내가 여러 업무를 적절히 조화시켜 잘 수행하는지의 여부는 다른 사람들이 판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글을 제출하고 얼마 뒤, 잭 웰치는 자신이 GE의 차기 CEO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40대 젊은 CEO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그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GE는 말 그대로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      

20년 동안 GE의 매출은 4배 이상 늘었고, 시가총액은 30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 세계에서 1위, 2위를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면 돈을 벌고 있는 분야라 하더라도 사업을 접는 과감한 사업 재편 전략과 GE의 성장을 가로막던 관료주의를 없애려는 끝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그를 “세기의 경영자”라고 칭했고 〈뉴욕타임스〉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며 안일한 기성세대를 타파한 화이트칼라 혁명가”라고 표현했다.      


각종 매체의 평가처럼 그는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경영자였다.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경영자가 스티브 잡스였다면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그의 시대였다.     


그는 훗날 자신이 CEO 선발의 최종 과제로 써냈던 글에 대해      


“거기에는 내가 20년 뒤에 실행하게 되는 많은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글을 통해 앞으로 자신이 20년간 걸어 나갈 방향을 정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말이다.


홍선표 작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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