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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pr 13. 2021

'마블의 아버지'를 콘텐츠의 황제로 만든 숨겨진 비결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의 아버지, 스탠 리에게 배우는 퍼스널 브랜딩의 정석

지금부터 소개할 이 남자의 이야기는 특히 콘텐츠 창작자를 꾸는 이들이라면 더욱 더 관심있게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다. 


반세기 넘게 온 세상을 휩쓸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아버지이자 ‘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호메로스’(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오디세이아>와 <일라이스>의 작가로 알려진 인물)로 불리는 인물의 성공 비결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 그대로 상상력 하나만으로 자신의 우주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스탠 리(Stan Lee).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슈퍼 히어로물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중에서도 마블 스튜디오에서 나온 영화의 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그의 이름은 낯설더라도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판타스틱4, 엑스맨 같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면 비록 기억은 못하더라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2000년에 영화 엑스맨에서 길거리 핫도그 노점상으로 등장한 이후 스파이더맨, 판타스틱4,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십여 편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마블의 감초이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들은 모두 ‘마블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만들어낸 주인공들이다. 그는 1940년 만화 출판사에 취직한 뒤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2018년까지 약 8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캐릭터들과 스토리를 창조했다. 


처음엔 만화로 시작했지만 세상의 변화에 따라 그의 활동무대도 점차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업계 전체로 넓어졌다.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지금 여기서 스탠 리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가 뛰어난 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직업적인 창작 활동과는 별도로 자기 스스로를 위한 글을 꾸준히 씀으로써 자신을 따르는 팬층을 만들어내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인물이기에 지금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있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글을 써야하는 이유


그는 자신의 작품 뒤에 조용히 숨어있던 동시대의 다른 만화 작가들과는 달리 글을 통해 대중들 앞에 나섬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렸고, 전 세계 마블 팬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슈퍼맨>과 <배트맨>을 처음 만들어낸 창작자의 이름은 대중들에게 잊혀졌지만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헐크> 아버지인 그의 이름은 계속해서 기억되는 것도 이 덕분이다. 

 

만약 그가 스스로를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 역시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의 그림자에 묻혀 매니아들 사이에서나 간간히 언급되는 흘러간 창작자로 남았을 게 분명하다.

  

그의 사례를 살펴보면 창작으로 먹고 사는 창작자라도 자신의 창작물과는 구별되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탠 리가 맡았던 만화 스토리 작가는 우리가 흔히 작가라고 하면 떠올리는 글 쓰는 작가의 일과는 상당히 다르다. 


젊은 시절의 스탠 리


그가 주로 했던 일은 만화책에 들어갈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구상하는 일이었다. 스토리 라인을 짠 다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그림 작가)와 논의해 책장마다 어떤 그림들로 채울지 결정하고, 그림이 완성되면 말풍선 안에 대사를 입혔다. 

  

나중에 가서는 만화책의 표지에 어떤 그림을 넣고, 어떤 제목과 문구를 달아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지도 정했다. 만화책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작가이자 동시에 기획·편집자였다. 

  

스탠 리는 필명이다. 그의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다. 필명을 쓴 건 만화 작가·편집자라는 직업이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자기 직업을 부끄러워하면서 보냈다. 한때는 만화 작가가 아닌 잡지 편집자나 시나리오 작가 같은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가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만화책 제작보다는 자신의 작품을 방송 드라마와 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일에 집중했던 데는 이런 영향도 있었다.


  

무의미한 만화책 찍어내기에 지쳐 회사를 그만두려 하다


그가 한창 만화책을 만들던 1940~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만화책은 어린애 그리고 나잇값 못하는 덜 떨어진 어른들이나 보는 유해물로 여겨졌다. 만화 작가는 어린애들의 코 묻은 돈을 노리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나 꾸며대는 한심한 인간으로 취급당했다.

  

젊은 시절 내내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하며 살았던 스탠 리는 30대 후반 무렵엔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으려 했었다. 

  

이 무렵 그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만화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베껴대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잘 팔리는 작품을 베끼면 적당히 잘 벌 수 있는데 뭐하러 팔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는 출판사 사장의 강요 때문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과 눈곱 만큼의 창의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작업 환경에 진저리가 난 스탠 리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이 같은 결심을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 역시 그가 회사 일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잘 알았기에 사표를 쓰겠다고 하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다만 ‘어차피 그만둘 회사라면 마지막으로 당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한 번 그려보고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스탠 리는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이렇게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놓은 작품이 바로 <판타스틱4>였다. 다른 만화책에 나오는 흔해 빠진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살아 움직이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덕분에 이 만화는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얻게 된 스탠 리는 계속 회사에 남기로 결정한다. 만약 그가 이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뒀다면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은 세상에 등장할 수 없었다. 

  

<판타스틱 4>를 시작으로 히트작들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탠 리는 이제 스스로의 존재감을 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슈퍼 히어로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을 자기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를 읽으시면 지금 이 글처럼 최고의 리더들이 글을 씀으로써 얻어낸 탁월한 성과와 이를 따라 배울 수 있는 방법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다


그는 사람들은 얼굴 있는 창작자에게 환호하며 얼굴 있는 창작자만이 대중들의 환호를 돈과 명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만화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든 자신은 계속해서 날품팔이 만화공장 일꾼에 머물러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중들 앞에 서기 위해 그가 선택한 수단이 바로 글이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건 대통령이 되는 정치인이나 만화 작가나 다르지 않다. 

  

1965년 그는 만화책 마지막 장에 ‘마블 작업실 게시판’이란 코너를 만든다. 해당 만화책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과 앞으로 나올 만화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1940년에 만화 작가 일을 시작한 지 25년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심슨에 등장한 스탠 리 캐릭터


만화 작가답게 그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선 자신과 동료들이 저마다의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자기 자신을 ‘스마일링 스탠 리’라는 이름의 언제나 일에 파묻혀 사는 괴짜 편집자 캐릭터로 나타냈다.

  

게시판 코너에 들어가는 칼럼의 주제는 다양했다. 어떨 때는 그저 시시껄렁한 유머와 수다로 한 페이지를 채우기도 했고, 때로는 인종 차별 문제처럼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다.

  

“특정 인종을 차별하고, 특정 나라를 멸시하고, 특정 종교를 비방하는 행위는 완전히 비이성적이고 명백히 정신 나간 짓입니다”

  

마블로 전해진 팬레터 중 재미있는 사연을 담고 있는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이 자리를 독자들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그는 모든 만화책마다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항상 즉흥적으로 글을 썼어요. 이야기를 한참 쓰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글에다 집어넣었죠”     



책뿐만이 아니었다. 일찍부터 캐릭터 상품 시장에 눈을 뜬 마블은 장난감과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등을 팔았는데 이런 상품을 주문하면 스탠 리가 쓴 ‘스탠의 솝박스 페이지’란 글도 상자 안에 담겨 배달됐다. 매달 한 번씩 마블의 캐릭터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글을 썼다.

  

“소소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최대한 따뜻하고 친밀한 느낌을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게 통한 것 같아요”

  

이처럼 작품 밖으로 걸어나가 자기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어린 독자들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스탠 리를 마치 친한 삼촌과도 같이 여기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블의 독자들에게 스탠 리는 그저 만화 작가가 아니라 마블 그 자체로 여겨지게 됐다. 

  

스탠 리는 자신이 처음 게시판 코너를 통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서 다음처럼 설명했다.

  

“우리가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은 자기가 마블의 일원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그 모든 괴짜 작가들과 절친한 사이가 된 것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독자들이 멀리 떠나 있는 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받은 것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자신의 사적인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독자들과 소통하려 했던 그의 노력 덕분에 그는 능력 좋은 작가가 아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마블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스탠 더 맨’이라는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캐릭터와 나란히 피규어 상품으로 만들어져 팔리고, 게임 속 캐릭터로도 등장하는 모습은 마블 팬들에게 그가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준다. 

  

글을 통해서 얼굴 있는 창작자로 거듭나겠다는 다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꾸준한 글쓰기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결과다.


홍선표 작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리치 파머, 한국의 젊은 부자농부들>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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