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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Dec 28. 2016

차가운 발트해의 치열한 자유도시 그단스크(Gdańsk)

폴란드 북부 최대 항구 도시


그단스크(Gdańsk)

폴란드 북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폴란드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폴란드의 가장 중요한 항구다.


(그단스크 위치, 지도 출처: http://www.elrincondesele.com/gdansk-la-luz-de-la-luna-polonia/)


Gdańsk를 한국어로

"그다인스크"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던데,

사실 발음은 [그다인스크] 비슷하지만

(이 때 [인]은 매우 짧다),

그렇다고 정확하게

[인]으로 분절되는 독립 음절은 아니라서,

ń은 n의 변이음으로,

그냥 "ㄴ"으로 전환하여

"그단스크"라고 표기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같은 이유로

영어에서도 Gdainsk, Gdaynsk가 아닌

Gdansk로 표기한다.


내가 그단스크라는 도시에 가기 전,

그단스크에 대해 알고 있던 건

두 가지였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건데,

폴란드어로 그단스크(Gdańsk)이고

독일어로 단치히(Danzig)인 이 도시가

2차 대전 후 독일과 폴란드 사이의 국경을 정할 때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레흐 바웽사(Lech Wałęsa)

1980년대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던

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ć),

연대자유노조의 온상인

그 유명한 조선소가 있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 조선소 파업의 이미지 때문에

난 그단스크가 그냥

공장 많이 있고,

건물 빡빡하게 들어차 있는

산업도시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2013년에

폴란드를 여행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폴란드 사람들이 그단스크도 좋다고 하는데다가,


바다가 보고 싶은데,

폴란드는 북쪽에 바다가 있고,

북쪽에서 가장 큰 도시가 그단스크라

한번 가보게로 했다.


별로 낭만적이고 설레는 여행지 풍경은 아니겠지만,

사실 레흐 바웽사(Lech Wałęsa)가 있었던

그 조선소도 한 번 정도는 구경하고 싶었다.


폴란드 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장소이자

또 아주 중요한 인물이니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항상 그렇듯

난 떠나기 전

그단스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조사하지 않고,

그 흔한 사진도 하나 안 찾아보고,

그냥 우선 숙소만 잡고

교통편을 예약한 후

2013년 여름 그단스크를 향해

꽉찬 2박 3일 일정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단스크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내 주변 폴란드 사람들이

왜 거길 그렇게 좋다고 말했는지 알았다.


구시가는 큼직큼직하고 선명하여 아름답고,

구시가 이외에 공간에도

도시 전체에 활력이 넘친다.



그단스크(Gdańsk)라는 이름은

그단스크를 흐르는

모트와바(Motława)강의 옛 이름,

그다니아(Gdania)에서 나온 거라고 한다.


북부의 세 도시 그단스크(Gdańsk), 소폿(Sopot), 그디니아(Gdynia)를 묶어

폴란드 사람들은

 "트루이미아스토(Trójmiasto)"라고 하는데,


말 자체는 그냥 "세 도시", "세 개가 하나인 도시", "삼원도시"라는 의미지만,


이 세 도시는 비슷한 위도에, 거리도 가깝고,

모두 해안 도시고,

교통과 산업과 관광 측면에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삼원도시(Trójmiasto, Tricity)" 중 다른 한 도시

그디니아(Gdynia)라는 이름도

그다니아(Gdania) 강에서 파생된 것이라 한다.


2013년 8월에 2박 3일로 그단스크에 갔을 때는

이 "삼원도시(Trójmiasto, Tricity)"

즉, 그단스크, 소폿, 그디니아

그단스크 서북부 끝에 있는 올리바(Oliwa)를 갔다.



그 때 그단스크가 마음에 들어

2016년에 다시 폴란드에 갔을 때는

8월에 5박 6일로 좀 더 오래 있으면서

그단스크, 소폿에 갔다가

헬(Hel), 카르투지(Kartuzy), 와팔리체(Łapalice)도 갔다.



아래 지도에서 파란 네모로 표시한 곳이

내가 갔던 인근 도시들이다.


그단스크 인근 도시들, 출처: http://fratria.ru/cgi-bin/OnTour/index.cgi?country_id=poland&city_id=gdansk&print=1


그단스크라는 도시 자체도 아름다운데,

그 동네에 있는 다른 도시들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제 몇 개의 포스트에 걸쳐

그단스크와 그 주변 도시들에 대해

하나 하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단스크로 가는 대중교통은

기차와 시외버스가 있는데,

바르샤바에서 그단스크까지 

기차는 약 3시간 걸리고

2016년 현재 110-120즈워티 (약 3-4만원)이며,

버스는 약 4시간 30분이 걸리고,

40-50즈워티 (약 만원-만오천원)이다.


검색해보니

폴란드 남부 도시 크라쿠프에서 그단스크까지

기차로 최소 6시간(9시간까지 걸리는 노선도 있다)에 140즈워티(약 4-5만원)이며,

버스로는 자그마치 10시간이 걸리고

80-90즈워티(약 2-3만원)가 든다.


폴란드 서부 도시 브로츠와프에서 그단스크까지

기차로 6-7시간에 120-130즈워티(약 3-4만원)이며,

버스는 8시간 30분에 60-80즈워티(약 2-3만원)정도가 든다.


내가 크라쿠프나 브로츠와프에서

그단스크를 향해 가는 여행자라면

중간에 바르샤바에 들러 잠시 머물면서

바르샤바를 둘러보고 갈 것이고,

사업차 혹은 출장으로 가게 된다면

비행기를 탈 것 같다.


그단스크는 폴란드 북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르샤바 말고 다른 폴란드 대도시에서 가는

버스나 기차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직행버스라면서,

크라쿠프-바르샤바가 2시간,

바르샤바-그단스크가 4시간 반인데,

어떻게

크라쿠프-그단스크가 10시간이 될 수 있는지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온다.


난 2013년, 2016년 모두

바르샤바에서 그단스크로 향했고,

두번 다

"폴스키 부스(Poliski bus)"라는 버스를 타고 갔다.


그단스크로 가는 버스터미널이

내가 바르샤바에서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고,

[바르샤바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여러 개라

다른 도시에 갈 때는

다른 버스터미널들을 이용해야 한다]

요금도 기차보다 3배 정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바르샤바 사람들도 그단스크 갈 때

버스를 많이 타는지,

그단스크 다녀왔다는 나에게

바르샤바의 폴란드 지인이 대뜸

"폴스키 부스" 탔냐고 물어봤다.


사실 난 2013년에 "폴스키 부스" 타면서

요금이 너무 저렴해서 좀 걱정스러웠다.


어렸을 땐

단순히 돈을 조금내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

왜 요금이 저렴한지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그 이유가 딱히 발견되지 않으면,

과다경쟁이나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으로

그런 게 가능한 걸까봐,

그래서 그런 혜택이 정당하지 않은 걸까봐,

그래서 그게 오래 가지 못할까봐,

그래서

그런 좋은 기회를 오래 누리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


다행히 이 버스 회사는

2016년까지도 아직 안 망했다.


그렇게 저렴한 요금에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있나 보다.


Polski bus는 인터넷에서 예매하면 되는데

전화번호, 이메일 이외의 개인정보는

거의 요구하지 않고

예매 절차가 매우 간소하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치자마자

이메일로 e-ticket이 오는데,

버스 타면서 운전기사에게

그 번호를 보여주면 된다.


출력 안해도 되고 그냥 스마트폰 보여주면

알아서 그 번호를 체크한다.


좌석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맘에 드는 좌석을 골라 앉으면 되고,

대체로 만석이긴 하지만,

2층 버스고 예약제라 빈 자리가 없진 않다.


이 버스의 최고 명당은 아무리 봐도

2층 젤 앞좌석 네 자리인데,

명당인만큼

항상 먼저 자리가 찬다.


난 다른 도시 갈 때 한번

운 좋게 거기 앉아 가본 적이 있는데

운전석 바로 위에

통유리 창이 있는 좌석이라

전망이 장난이 아니다.


(2016년 8월, Warszawa, Młocin 버스터미널, Poland)
(2013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Poland)
(2013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Poland)
(2013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Poland)


바르샤바에서 그단스크로 가는 polski bus는

직행인데,

가는 길엔 산도 없고

'들판(pole)의 나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체로 평지지만,

중간중간에 숲도 나온다.


중간중간 큰 도시는 별로 눈에 안 띄고,

계속 자연이다.


2013년엔 그냥 눈으로만 풍경을 감상했고,

2016년엔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었다.


들판과 숲과 하늘, 그리고 멀리 보이는 마을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정감 있으면서 평온하다.


하나 아쉬운 건 2016년에는 가는 길에

유독 공사현장이 많아서

자연의 풍경이 드믄드믄 끊긴다는 거다.

길을 넓히거나 새로 만들거나 하는 공사들 같았다.


길이 좁아서 차가 자주 막히면

길을 확장하는 게 당연하긴 한데,

그럼 차창 밖 풍경이 또 많이 바뀔 것 같아

지금의 자연을 많이 잃을 것 같아

괜히 아쉽다.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바르샤바 버스터미널 옆은 이른 아침이라 아직 한산했다.)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2016년엔 동영상도 몇 개 찍었다.

특별한 사건 없는 단조롭게 지루한 풍경의

롱테이크이지만,

그래도 다시 보니 괜히 그립다.


동영상: Warszawa-Gdańsk 가는 길 1 (숲길)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동영상: Warszawa-Gdańsk 가는 길 2 (숲 옆길 공사중)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동영상: Warszawa-Gdańsk 가는 길 3 (들판)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동영상: Warszawa-Gdańsk 가는 길 4 (들꽃?)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동영상: Warszawa-Gdańsk 가는 길 5 (구름 속의 해)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동영상: Warszawa-Gdańsk 가는 길 6(바람개비)

(2016년 8월, Warszawa-Gdańsk, Polski bus 안에서 본 풍경, Poland)


그렇게 몇 시간을 차를 타고 가면

그단스크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데,

그냥 흔하디 흔한 평범한 시외버스터미널이다.


(2016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2016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2016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2013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2013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2016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2016년 8월, Gdańsk 시외버스 터미널, Poland)


그러고보면,

기차역은 꽤 멋있게 공들여 짓는 편인데,

그래서 근사한 기차역은 꽤 많은데,

시외버스터미널을 멋있게 지은 도시는

거의 본 기억이 없다.


한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내가 본 시외버스터미널은 다 좀 초라했다.


규모가 작거나,

규모가 커도 미학적 고려가 별로 없다는 의미로

그렇다.


아마도

기찻길 자체가

계획적으로 공들여지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머무는 장소이기 때문에

기차역은 크고 튼튼하게 지어야 하고,

그리고 좀 여유나 감각이 있으면

미학적 가치도 좀 따져서 만들 수도 있는데,


버스터미널은

그냥 버스 몇 대 세울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짓나보다.  


아니면

기차는 19세기에 처음 세워지면서

당시까지 축적된 여러 멋드러진 양식과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미학적 지향에 맞춰 지었지만,

(구 서울역 건물도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란다)


버스터미널은 20세기부터 세워지면서

아름다움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변화된 성향과

20세기의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건축 양식에 맞춰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초라한 버스터미널들은

밋밋한 20-21세기 대표건축양식(?)의 산물인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과연 아르누보 이후 20세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문화의 인류가 지어놓은 건축물 중에서

현대 건축이라고 부를만한 사조를

뽑아낼 수 있는지 의심스럽고,

과연 후세 사람들이

그런 건축을 뭐라 정의할까 싶다.


아니 사실 이런 콘크리트 건물 중에

과연 몇 개나 다음 세기, 다다음 세기까지

건재할 지 자체를 모르겠다.


시대를 대표하는

이렇다할 건축 양식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니,

여러모로

우리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단스크 시외버스터미널 앞 지하도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긴 지하통로가 펼쳐지는데,


그 지하도는

동쪽에 위치한 기차역으로도 통하고

좀 더 동쪽에 있는 대로로도 통한다.


그단스크 주 기차역(Gdańsk Główny, Gdańsk main station)

110여년 전인 1900년에 만들어졌고,

뭔가 고풍스러운 외관은

그단스크식 르네상스 양식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단스크 구시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식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2013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2013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2013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2016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2016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기차역 앞엔 동상이 하나 서 있는데,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몇달 전에

아동 수송(Kindertransport, Refugee Children Movement(RCM))의 일환으로

그단스크를 떠나

영국으로 향해야 했던

유대인 아이들을 기념하는 동상이라고 한다.


당시 부모와 떨어져 홀로 영국에 갔던

유대계 아이들 중 꽤 많은 수는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고 하던데,


아마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주인공 제이크의 할아버지가

그런 유대인 어린이 중 하나로

미스 페레그린의 집에 가 있었나 보다.


(2013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2013년 8월, Gdańsk 기차역, Poland)




"그단스크"라는 이름이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건

10세기 후반인데,

당시 무역 루트가 필요했던

폴란드 왕 미에슈코(Mieszko) 1세가

그단스크를 폴란드 영토에 편입시켰다고 전해진다.


폴란드인을 비롯한 슬라브인들은

9세기가 되어서야

자신의 왕국을 세우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세계역사에 등장하는데,

그 이전까지 슬라브(Slav)인들은

보석 호박(amber)으로 유명했던

발트해 연안 사람들과

로마인들이 무역을 할 때,

같이 사고 팔리던

노예(slave) 신분이었다고 하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많은 언어에서

'슬라브인'을 의미하는 단어와

'노예'라는 의미의 단어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제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국가를 가지게 된

당시 폴란드인이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또한

호박 무역이었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그단스크"는

폴란드에게 매우 중요한 도시였을 거다.


그 이후 14세기까지 "그단스크"는

행정적으로 폴란드였고,

주로 폴란드인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14세기초 그단스크에 많이 들어와

세를 확장하던 덴마크인들을 견제하여

독일 튜턴 기사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결국 도시는 독일인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기사단이 그단스크를 식민지화하면서,

독일인이 폴란드인보다 많아지고,

폴란드 도시 그단스크는

이제 독일 도시 단치히(Danzig)가 되고,

한자동맹(Hanse / Hansa, Hanseatic League)에도 가입한다.


한자동맹은

중세 시대 발트해와 북해 연안 독일 도시들이 맺은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동맹이다.


이 때도 국제법상으로는

그단스크가 폴란드 영토였다고 하는데

그것과 관련 없이 독일이 실질적 지배를 한 거다.


100년이 지나고 1410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이

독일 튜턴 기사단에 대승을 거둔

그룬발트 전투(Bitwa pod Grunwaldem) 이후

그단스크는 폴란드 손에 넘어오지만,


폴란드는 그단스크의 자치권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한자동맹도 계속 유지하면서

그단스크는 번성하게 되고,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했던 독일인 거주자와

그 밖의 여러 유럽인들로 인해

그단스크는 다문화적인 폴란드-독일 도시가 된다.


이 후 18세기 폴란드가 3국으로 분할되면서,

그단스크는 독일 프러시아의 관할 하에 놓인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자

폴란드인들은 그단스크를 다시 찾고자 했지만,

당시 그단스크 거주민의 대다수가 독일인이어서

그건 가능하지 않았고,

대신 단치히 자유도시(Freie Stadt Danzig, Free City of Danzig)가 된다.


자유도시 단치히는

자신만의 헌법, 국가, 의회, 정부,

그리고 굴덴(Gulden)이라는 독립적 통화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1939년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가장 먼저 함락된 도시가 그단스크였다.

아마도 독일인들은

그단스크가 자기 영토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그단스크 내 많은 폴란드인과 유대인들이 학살됐다.


이후 전세가 역전되어 소련군이 독일로 진격할  때

많은 독일인들이 단치히로 도망쳤고,

그로 인해 2차세계대전 중

그단스크는 연합군의 폭격을 많이 당했다.


2차세계대전이 종전되고

얄타 회담과 포츠담 회담의 결과

그단스크는 폴란드 영토가 되었고,

많은 독일인들은 독일로 추방되었다.


그 이후 폴란드는 공산국가가 되고

날이 갈수록 폴란드 내에서

공산 정부에 대한 불만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는데,

그것은 1980년 바로

이 그단스크의 조선소 파업과 함께,

그 유명한

연대자유노조(Solidarność)레흐 바웽사(Lech Wałęsa)의 반정부 운동으로 이어져

결국 20세기 말

중동부 유럽 공산 정권의 붕괴를 야기시켰다.


연대자유노조(Solidarność) 운동에서 외쳤던 게

무엇보다도 자유였으므로,

자유 도시로서

그단스크의 전통은

20세기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단스크는 폴란드 4대 도시이기 때문에

규모가 꽤 크다.

그단스크(Gdańsk) 지도는 아래와 같다.


(그단스크 지도, 출처: http://fratria.ru/cgi-bin/OnTour/index.cgi?country_id=poland&city_id=gdansk&print=1)


하지만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만 따지면

관광객에게 그단스크의 크기는 좀 더 줄어든다.


위 지도의 가운데 부분만 잘라내 편집한

아래 지도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이며,

그 옆 오른쪽의 살구색 부분,

즉, 북쪽 파란 네모 안의 유럽 연대 센터

(Europejskie Centrum Solidarności, European Solidarity Centre ),

남쪽 파란 네모 안의 성 게르트루다 보루(Bastion św. Gertrudy),

서쪽 노란색 대로,

동쪽 파란색 강으로 둘러싸인 그 지역이

그단스크의 관광명소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그단스크 구시가 중심부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트램 1-2정거장 정도의 거리였다.


그단스크의 가장 핵심적인 관광명소인

그단스크 구시가



모트와바(Motława) 강변,



유럽 연대 센터

(Europejskie Centrum Solidarności, European Solidarity Centre)

다음 포스트에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고,



이번 포스트를 마치기 전에

올리바(Oliwa)라는

그단스크 근교지역을 잠깐 둘러보겠다.




올리바(Oliwa)에는 2013년 두 번 갔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면

실수(?) 혹은 불운(?) 덕분이었다.


2013년 그단스크에 도착했을 때

시외버스터미널 아래 지하도를 통해

시내 쪽으로 걸어가다

여행안내센터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크기도 작고 직원도 많지 않은데,

아주 친절하고 군더더기 없이 일처리가 빨랐다.


내가 인터넷으로 예약한 숙소의 주소를 말하니,

순식간에

거기 가려면 어떤 출구로 지하도를 빠져나가서,

몇 번 트램을 타고,

무슨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말해주었다.


(2013년 8월, 기차역 지하통로, Gdańsk, Poland)


내가 그단스크 간 때가 8월 15일 연휴였는데,

우리는 8월 15일이 광복절이지만,

폴란드는 "성모승천대축일(Wniebowzięcie Najświętszej Maryi Panny)"

가장 중요한 국경일이다.


예전엔 아마 이 날 상점 다 문 닫고 그랬는지,

폴란드어 선생님이

자칫하다간 쫄쫄 굶을 수 있다며,

미리 장 다 봐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막상 그 날이 되니

2013년, 2016년 다

상점이며, 까페며, 식당이며 다 영업했다.


그래도 직장인들은 다 쉬는 데다가

마침 2013년 8월 15일은 주말과 연결된 연휴라서

그단스크로 놀러가는 사람이 많은지,

겨우겨우 숙소를 예약했었다.


숙소를 평가한 글에

숙소 정원이 매우 좋고,

위치도 구시가랑 가까운 편이라길래

당연히 도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여행안내센터 직원이

트램을 타라길래 좀 놀랐지만,

기차역이랑은 멀어도

그래도 구시가랑은 가까운 줄 알았다.


그런데 트램을 10-15분 정도 타고

여행안내센터에서 알려준 그 정류장에 내렸을 때,

동네가 그냥 주택가라

이정표도 딱히 없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그 때 선불 심카드에 돈이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도 안 됐다.


사실 폴란드에서는 딱히 내가 전화할 일도 없고,

인터넷 검색은 와이파이 되는 데서만 하면 되어서

특별한 불편을 못 느꼈는데,

꼭 그런 하찮은 결핍이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장애가 된다.


그래서 지나가는 어떤 중년 여자분에게

길 이름을 말하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었더니 모르겠단다.

 

그러더니 뒤에 주민센터가 있으니

거기 가서 물어보라고 알려주고 지나갔다.


(2013년 8월, 주민센터, Gdańsk, Poland)


마침 잘 됐다 싶어 주민센터에 들어가서

한참을 물어보는데

도무지 그 길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허망하게 주민센터에서 나온 나는,

여행안내센터에서 내리라고 한 데서 내린건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트램을 타고 여행안내센터로 다시 돌아가야하나

싶어 망연자실해하고 있는데,


좀전에 봤던 주민센터 경비 아저씨가 나오더니

결국 그 길이 어딘지 알아냈다며 길을 일러줬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호텔이 아니라 팬션으로, 일종의 민박이었는데,

알고보니

주민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바로 그 골목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만한

작은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었다.


근데 다른 나라에서 만나는

친절한 사람들은

그렇게 길 물어보면

자기가 몰라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알아봐주고

해결될 때까지 옆에 있으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는 편인데,

폴란드 사람들은 별루 안 그렇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됐던 걸 보면

폴란드인들은 오지랖을 넓게 펼치지 않을 뿐

불친절하거나 무심한 건 아닌 것 같다.


결국 도움을 주긴 하는데

호들갑을 떨거나 오바하지 않는다.


아무튼 덕분에

폴란드 주민센터까지 가 보는 경험을 해보고,

그리고

그렇게 어렵사리 찾은 숙소는

잘 손질된 정원이 보이는 통유리가 달린 큰 방에,

전반적으로 편안했다.


하지만 구시가에서 멀고,

그단스크 동쪽 끝이라

그단스크 어딜 가든 트램을 타야했다.


아마 내가 그렇게 구석진 곳에 숙소를 잡지 않고,

그냥 구시가 가까이 머물렀으면

아마 굳이 구시가 밖에까지 갈려고 안 했을텐데,

트램을 타고 다니다 보니

걸어갈 수 있는 범위뿐 아니라

트램 타고 갈 수 있는 지역으로까지

관심이 확대되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게

그단스크 서북쪽 끝에 위치한 올리바(Oliwa)였다.

트램 거의 종점이다.


(트램 지도, 지도출처: http://natropieweuropie.blogspot.kr/2014/08/gdansk-miasto-wolnosci.html)


그단스크에는 SKM, PKM라는

지하철과 근교열차를 합친 형태의 철도가 있어

주변 도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도시 고속 철도(Szybka Kolej Miejska)"의 약자인

SKM을 타면

"삼원도시(Trójmiato)"와 그 주변을 쉽게

오고 갈 수 있고,

그 SKM 역중에도 Gdańsk Oliwa가 있다.


마침 올리바가

그단스크에서 소폿,그디니아 가는 길에 있길래,

2013년에

소폿 갈 때 한 번,

그디니아 갈 때 한번,

이렇게 두 번 올리바에 갔다.


그 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SKM으로

올리바(Oliwa)에서 그단스크 주 기차역까지는 14분,

소폿까지는 7분 걸린다.


(지도 출처: http://skm.trojmiasto.pl/)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올리바(Oliwa)에 대한 첫 기록은

12세기 이곳에 세워진

수도원에 대한 기술이라고 한다.


"올리바"라는 이름 자체도

성경에 나오는 "올리브 나무"에서 따온 것이고,

12세기 이후 오랫동안 올리바는 수도원 마을이었다.  


현재에도 올리바에서 가장 유명한 이정표는

올리바 대성당(Archikatedra oliwska, Oliwa Cathedral)이다.


겉모습은 수수한데

내부는 화려하고,

나는 막귀라 특별한 걸 구별해내지 못했지만,

이곳의 파이프오르간이 또 매우 유명하다.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이 성당 뒤로 수도원처럼 보이는

좀 더 낮은 건물이 붙어 있고,

그 옆으로 아담 미츠키에비치 공원(Park Oliwski im. Adama Mickiewicza)이 있는데,

난 대성당보다

이 공원이 더 좋았다.


공원 가운데 연못이 있고,

나무가 많은데,

일부러 꾸며 놓은 정원보다는

그냥 아무렇게나 가지가 뻗은 나무 밑을 걷는 게

나는 더 좋았다.


아름답고 예쁘고 보기 좋다기 보다는

그냥 앉아 있기,

아님 걸어 돌아다니기 좋은 공간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사진에서는

이 공간의 매력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2013년 8월, Oliwa- Gdańsk, Poland)


뭔가 대도시 안에서

(행정구역 상으로 올리바는 그단스크에 속해있다)

시골스러운 마을과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자연스러운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올리바(Oliwa)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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