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12
어떤 날은 새벽부터 눈꺼풀을 출발한 슬픔이 입가 목구멍 양어깨를 거쳐 손가락끝과 발꿈치까지 이어져 현관 앞에서 겨우 집안으로 들여놓은 택배 상자를 가를 힘조차 없고 원한다면 다시 누울 수 있을 침대까지도 그저 저 앞에서 무겁고 있다.
괜찮아 이거 이길 거야.
마음에서 우그러져 나온 말이 다시 마음으로 돌아가며 눈꺼풀에 입가 목구멍 양어깨 손가락끝과 발꿈치에 당부한다.
그러니까 하던 거 해 신경 쓰지 말라고.
빛을 씌우고 힘주어 잡아당기고 단백질을 삼키고 기타를 안아 잡고 책장을 넘기고 땅을 밟으라고.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