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11
가로등 간판 상점의 불빛들로 보도블록 위를 걷는 내 그림자가 네 개
이 중 무엇이 좀 더 나인지 이래서는 알 수가 없고
길쭉한 것 눌린 것도 앞서 뻗고 뒤를 따르는 것도 다 나 같고 남 같고
어떤 것 하나 선명해지려 하면 금세 변해 자취를 감추고
움직이는 상에 눈을 뺏겨 잰걸음을 놓는데 웬 소리가 뒤를 바짝 쫓고
차라리 먼저 지나쳐 가라고 흘깃흘깃 눈치를 줘도
추월하지도 비껴가지도 뒤쳐지지도 않고 따르는 리듬의 반복
누굴까 멈춰 돌아보는데 길 위에는 적막과 나 한 사람뿐이고
아무도 없고 네 그림자가 둘러맨 여덟 가방끈이 엇갈려 부딪고 있다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