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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e 세인 Mar 12. 2024

자취

옥상시선 11


가로등 간판 상점의 불빛들로 보도블록 위를 걷는 내 그림자가 네 개

이 중 무엇이 좀 더 나인지 이래서는 알 수가 없고

길쭉한 것 눌린 것도 앞서 뻗고 뒤를 따르는 것도 다 나 같고 남 같고

어떤 것 하나 선명해지려 하면 금세 변해 자취를 감추고

움직이는 상에 눈을 뺏겨 잰걸음을 놓는데 웬 소리가 뒤를 바짝 쫓고

차라리 먼저 지나쳐 가라고 흘깃흘깃 눈치를 줘도

추월하지도 비껴가지도 뒤쳐지지도 않고 따르는 리듬의 반복

누굴까 멈춰 돌아보는데 길 위에는 적막과 나 한 사람뿐이고

아무도 없고 네 그림자가 둘러맨 여덟 가방끈이 엇갈려 부딪고 있다



Se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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