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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ybrush Feb 24. 2021

웹소설 작가는 완결을 통해 성장한다

나는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연재를 이어갔다. 150회 즈음이었고, 완결 200회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 이제 두 달 정도만 더 고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올스타전이 끝나자 구매수는 다시 완만한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떨어지는 구매수를 막을 수는 없다. 최대한 완만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구매수는 500대에서 400대로, 190회 즈음에는 300대까지 떨어졌다. 시작할 때 구매 전환이 1,389였으니 유료 연재를 반년 정도 이어가는 사이 1천 명이 넘는 독자가 더 이상 내 소설을 읽지 않고 떠난 것이다.


독자가 떠난 만큼 내 수입도 함께 떨어졌다. 웹소설 작가는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데, 그중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예측도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도 연재를 이어가는 동안 적지만 매일매일 새로 유입되는 독자가 있었다. 새로 유입되는 독자분들이 그동안 쌓아놓은 유료 회차를 구매해서 읽어주시는 덕분에 문피아에서 수익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문피아만큼은 아니지만 타플랫폼 수익도 큰 도움이 되었다.


웹소설 연재를 하다 보면 웹소설은 내가 아니라 시간이 쓴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체 언제, 과연 내가 200회까지 갈 수 있을까 싶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흥분만큼이나 머나먼 완결을 향한 길이 막막하게 다가온다.


그러다 연재에 들어가면 하루하루 글쓰기도 벅찬데, 그 와중에 오타 같은 자잘한 실수부터, 생각지도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 생긴다. 이런저런 상황에 대처하면서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50회, 어느새 100회, 어느새 150회가 내 뒤에 쌓여 있는 것이다.


분명 내가 쓴 소설이 맞는데, 대체 내가 언제 이 많은 글을 다 썼는지 의아해진다. 잘 썼든, 못 썼든, 조회수/구매수가 좋았든 나빴든, 그동안 써온 몇십, 몇백만 개의 글자가 마치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내가 딛고 올라가는 계단이 되어 준다.




<대기업 때려치우고 웹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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