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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ybrush Feb 24. 2021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추락은 한순간이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의아한 분도 있을 것이다. 왜 계속 힘들다고만 하지? 가만히 앉아서 글만 쓰는데 그렇게 고통스럽나? 글 쓰면서 돈도 벌잖아요? 대박 나면 대기업 연봉도 우스울 만큼 벌 수 있다면서? 누가 글 쓰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싶은 일 한다면서 그렇게 징징거리는 거지?


지당한 의문이다. 우선 돈벌이에 대해 말해 보자.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알바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라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번다고 해서 일할 때의 고통이 사라지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그렇다면 월요일 출근길이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반문하실 것 같다. 직장인이야 하기 싫은 일 떠맡아서 하니까 욕하면서 다니는 거지. 하지만 당신은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잖아?


이 말도 맞다. 분명 웹소설을 쓰면서 나는 직장에서 감내해야 했던 비효율적인 일을 더 이상 겪지 않는다. 상사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그저 보고를 위한 보고도 하지 않는다. 후배를 끌어 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남의 실수를 커버할 필요도 없다. 보기 싫은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도 없다. 연초에 수립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쪼임을 당할 필요도, 반대로 누굴 쪼아 댈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이기에 나는 내 일, 내 작업물인 소설의 결과에 대해 완전히 책임져야 한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의 마음에 들도록 그들의 욕구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내가 글을 쓰며 살기는 하지만, 온전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며 산다는 형식은 내가 바라던 바가 맞지만, 쓰는 글의 내용은 내가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얻을 때까지는 웹소설의 규칙에 맞춰야만 한다. 아무도 나를 쪼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돈을 받고 글을 쓴다는 책임감, 그리고 매일매일 눈에 보이는 조회수와 구매수가 나를 채찍질한다.


무엇보다 글쓰기가 고통인 진짜 이유는 바로 나 스스로 글쓰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글쓰기를 선택했을 때는, 누구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도 작용했다.


어제보다 오늘 잘 쓰고 싶고, 오늘보다 내일 잘 쓰고 싶다. 소설을 쓴다면 탄탄한 세계관, 참신하고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가슴 찡한 감동, 다면적이고 생생한 캐릭터, 탁월한 리얼리티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 등등. 감히 시대 뛰어넘는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흥미롭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대기업 때려치우고 웹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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