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Jun 25. 2020

문명의 변곡점에서 ‘창조자의 길’을 말하다-2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를 읽고

[서평]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 - 한국사회 COVID-19 시민백서≫

모시는 사람들 철학스튜디오 기획, 모시는 사람들, 2020.


이우진(공주교육대학교 교수)




(위 글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2. 자부심에서 책임감으로


이 책의 구성은 크게 6부로 나뉘어 있다. 그 중심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즉 ‘재난’이다. 이 재난을 중심축으로 하여 ‘국가․매체․공공성․일상․종교․인문학’이란 주제들을 각기 3~4개의 시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 모델이 될 것인가」라는 한국형 방역(K-방역)의 의미에서 시작하여 ‘인류문명의 전환과 개벽’까지 논의하고 있다. 그 범위의 광대함이 실로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 책의 기획이 ‘미래를 위한 한국학의 인문디자인’이 아니던가? 따라서 그 문제의식에 대한 답은 포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곳곳에서 우리가 세계의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슴 뜨거워지는 희망과 함께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회의감마저 이어지곤 한다. 너무도 섣불리 축제의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너무도 위축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현대사는 식민지 경험, 민족 분단과 전쟁, 자기 성찰이 결여된 돌진적 근대화(rush-to moderni-zation) 등, 진정 아픔과 격동의 세월이었다. 스스로를 성찰하기보다는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전진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혔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실로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산업 성장을 이루어냈다. 더불어 수많은 희생을 통해 구축된 민주화의 물결은 촛불혁명을 통해 그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문화, 불평등과 차별, 미성숙한 시민의식과 같은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무엇보다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한국인 자신에 대한 자부심의 결여’이다. 그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현대사가 전통의 부정이자 자기 부정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우리 스스로 구축하지 못하였기에, 그 답을 언제나 ‘선진국이라는 외국’에서 찾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 사태를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이고, 우리가 선진국이라 불렀던 국가들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한국인 65%가 코로나 19의 대응을 보며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준비된 공공보건 시스템, 철저한 역학조사와 정보공개, 신속하고 효율적인 검사, 선별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민관협치의 거버넌스”를 통해 이번 팬데믹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껏 선진국이라고 인정했던 서구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과연 저런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민낯은 참으로 형편없었다. 실제적 문제 해결보다는 비방과 책임 전가에 골몰하는 지도자, 거기에 외출 금지·영업 정지조치에 항의해 총기까지 들고 나오는 시민들의 수준, 그것이 과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연기되었지만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위해 일부러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본 정부, 거기에 논리가 결여된 리더십을 감싸는 일본 사회의 집단주의는 참으로 어이없게 만들었다. 반면에 우리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평화로운 협치”를 통해 불시에 찾아온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은 더 이상 ‘모델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진정 자기 비하와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기 확신과 자존감으로 우리를 보는 일은 너무도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자부심에 도취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우리의 자부심이 기원한 근원을 탐색하여 뉴노멀을 마련해야 할 따른 책임이 있음을 요청한다. 


사실 저자들은 우리가 성급하게 ‘스스로 모델이 될 수 있는 이른바 선도국이 되었다’고 섣불리 말하지 말 것을 엄중하게 충고한다. 이번 팬데믹을 통해 우리사회는, 이 책의 저자들이 밝힌 것처럼, “과도한 혐오와 배척, 기성 미디어의 역기능적 보도 태도, 시민적 공공성을 무시하는 종교 등”과 같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참으로 많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그 위상에 오르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따라가는 학습자에서 선도하는 창조자가 될 수 있는 자원이 있다”고 희망에 찬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노동의 종말≫의 저자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에 대해,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해 서로 책임이 있다는 정신이 한국의 DNA”라고 평가한 바가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들은 이번 팬데믹 방역에서 나타난 한국의 DNA를 찾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그 ‘한국의 DNA’를 바탕으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여 한국적 뉴노멀을 마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단순한 자기도취가 아니라, 미래를 그것도 세계의 미래를 우리의 자원으로 구축해야 할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제시된 20가지 시선들이다. 표지에서 말한 ‘따라가는 학습자에서 선도하는 창조자로!’라는 말은 바로 이것을 의미하고 있다. (3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