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속을 만난 날
처음으로 나무의 속과 만났다.
신기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니,
나무가 할 이야기가 많은가 보다.
나무가 들려준 이야기
햇빛을 맞으며, 바람에 한들한들
기분 좋게 서 있다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차가운 삽자루의 끝이 뿌리에 닿아 무슨 일인가 했다. 낯선 남자의 소리가 들려오고, 뚝딱거리더니
어느새 내 속이 훤히 들키고 말았다.
오랜만에 햇빛을 만난 뿌리는 유쾌하지 않다.
서 있어야 하는 내가 마당 한편에 누워있다.
내 자리는 저기인데,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나를 보고 신기하다고 한다.
틀켜버린 내 속이 신기할 일인가?
나는 그저, 다시 저곳으로 가고 싶다.
오늘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겠구나.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서 나는 잠시 생각을 한다.
햇살 좋고 바람이 멋진, 좋은 곳으로 가는 상상을 한다.
이제 괜찮다. 마음을 달리하니, 나는 괜찮다.
내일 나는 그리 될 것이니…
마당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나무가
잘 자라주어 키가 훌쩍 커진 이유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크고 풍성해진 나무로 인해
그림자가 커져 그 아래 작은 나무와 꽃들이
빛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뿌리가 세상에 보이게 된 것이다.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한 오늘이 ‘쿵’ 하고 다가온
나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어느 날, 나무와 같은 상황이 생길 때가 오면
나도 마음을 달리해봐야지,
그래도 괜찮다. 나는 더 좋아질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