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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Oct 22. 2018

작가되기#30 더 세밀하게 그리기-무화과

보태니컬아트,색연필로 그리는 식물 세밀화

나는 추상화보다 사실적인 그림을 좋아한다. 그것이 보태니컬 아트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보타니컬 아트)는 구성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태니컬 아티스트들은 사실감과 세밀함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보태니컬 아트 그림을 '식물 세밀화'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실력의 한계도 있고, 어느 정도의 세밀함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세밀함에 신경 쓸 경우 올 수 있는 피로감과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 등도 세밀함이 잘 표현되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적성에 맞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의 경우는 어떨까? 적성에는 잘 맞는 것 같고 실력의 한계는 이제 조금씩 극복해가는 중이며 그림 그리는 기초적인 연습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피로감과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을 극복하고 좀 더 세밀함을 추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파인애플이나 상추 같은 그림도 사실적인 그림이긴 하지만 거기에서 좀 더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다.


내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 작가로서 좀 더 인정받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배움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고 그래서 얼마 전부터 좀 더 세밀하게 그림을 그리려는 새로운 배움과 훈련에 들어갔다.


그 첫 작품이 '무화과'다.

무화과. 2018. 10. 7. by 까실(B4사이즈 종이에 색연필)

이번 그림은 스케치 과정이 그동안의 그림들과 다르다. 사실감과 세밀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대상을 보고 스케치를 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고 아래와 같이 트레이싱지를 사용하여 꼼꼼하게 전사를 하고 이것을 또다시 그림 그릴 종이에 전사를 하는 두 번의 전사 과정을 거쳤다.

라이트박스를 사용하여 전사하는 과정(대상이 인쇄된 종이 위에 트레이싱지를 올려놓고 펜으로 윤곽을 베껴그린다.)

이런 식으로 실제 사진을 베껴그리는 방법으로 스케치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편법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적인 채색이 더 중요한 극사실화 작가들이 프로젝터 등을 사용하여 사진을 그대로 스케치하는 방법을 본 적 있듯이 목적에 따라 사용 가능한 방법인 것이다. (스케치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은 이 방법보다는 직접 대상을 보고 스케치하는 연습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래는 색연필로 무화과의 색을 올려가는 과정이다.

무화과 채색 과정 (by 까실)

사실감과 세밀함을 위해  배우고 익힌 중요 포인트는 이렇다.


1. 색연필을 매우 뾰족한 상태로 유지하여 채색한다. 

이것은 세밀한 표현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뭉뚝한 색연필로는 세밀한 표현이 힘들다.

(칼날이 달린 연필깎이가 불편하지만 보다 뾰족하게 깎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단, 칼날이 무뎌지면 교체해야 하며, 파버카스텔 유성 색연필은 규격이 맞지만 수채색연필은 규격보다 크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으니 연필깎이 외에 칼이나 사포 등을 사용한다.)

2. 색을 올리고 문질러 버니싱을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버니싱 작업은 종이에 색연필이 자연스럽게 착색되도록 하고 톤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도록 도와주어 사실감을 높여준다.

이전 글 '작가되기#7 색연필 기법(2)-버니싱'을 참고한다. 이번 그림에서는 찰필을 사용하였는데 찰필의 뾰족한 부분이 아닌 빗면을 사용하면 넓은 부위를 효과적으로 버니싱 할 수 있다. 쓰고 난 후에는 사포에 갈아서 깨끗한 상태로 사용한다.

3. 남겨놓고 그리기

이전 글 '작가되기#8 색연필 기법(3)-남겨놓고 그리기'에도 언급했듯이 광택, 흠집 등은 남겨놓고 채색을 해야 하는데 철펜을 사용하려면 어색하고 인위적이지 않게 잘 사용해야 하고 철펜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  있으나 신경을 많이 써서 하나하나 표현해야 하니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꼼꼼히 채색을 해야 한다.

4. 관찰 또 관찰하여 톤의 변화, 음영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관찰력이 세밀함과 사실감을 좌우한다. 미세한 톤의 변화, 음영 등을 관찰하고 그대로 표현해내는 능력은 끈기의 산물이다.

끝없는 관찰과 표현으로 네버엔딩이 될 수밖에 없는 보태니컬 아트의 완성도와 그 과정에서의 고단함은 관찰과 표현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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