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민아영의 하루

재회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15일 화요일.

민아영의 기록을 각색.


“또 사이렌 소리가?”


또다시 회사에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확실히 우리 회사는 요즘 이상했다. 소방 훈련이라 하기엔 너무 잦았고 단순한 해프닝이라 하기엔 윗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팀장님에게 최근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물어보니 그는 무서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영 님. 그냥 시키는 데로만 하세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최대한 멀리 도망가세요!”


팀장님은 보통 때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사이렌에 대해서 묻기만 하면 심각해졌다.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을 수가 없었다.


“요새 회사가 왜 이러나 모르겠어. 아영 님도 걱정이지? 너무 걱정하지 말아. 내가 있잖아. 아~건우 님. 팀장님 좀 챙기고 그래요. 요새 어린 친구들은 왜 저러나 몰라.”


은호가 저런 말을 할 때마다 역겨워 죽겠다. 저런 꼰대스러운 태도와 언어는 정말 어디서 교육을 받고 오나 몰라.

얼마 전 입사한 진우의 표정도 심각했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무언가를 바쁘게 필기하고 있었다. 저 사람도 은근 불쌍하네.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별 일이 다 일어난다고 생각하겠지….


“자, 이제 사무실로 복귀합시다.”


팀장님이 우리들에게 말했다.


“네? 오늘은 퇴근 안 하나요? 사이렌 울릴 때마다 퇴근하라고 하더니?”


은호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오늘은 빨리 정리… 아니, 단순 고장으로 울린 것이라고 합니다. 자, 다들 들어가서 일합시다.”


팀장님은 무언가를 숨기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지금 상황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나만이 아닌 것 같았다. 아까부터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는 진우도 그랬지만 윤서의 표정도 어두웠다.


“윤서 님. 괜찮아요?”


윤서에게 다가갔지만 그녀는 내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볼펜을 씹어 먹을 듯한 자세로 걸어가고 있었다.


“윤서 님!”


“아…. 아영 님이구나.”


윤서가 나를 알아보기는 했지만 그녀는 나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하세요?”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저 먼저 사무실로 들어갈게요. 아까 하던 일이 좀 급해서요.”


윤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윤서는 다가가기 힘든 타입이었다. 꽤나 나이가 어렸지만 누구보다도 성숙했다. 그리고 특유의 시니컬함까지. 그녀는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진우에게로 돌렸다. 천천히 걸으며 우리 중 가장 뒤처진 진우에게 말을 걸었다.


“진우 님! 뭘 그렇게 적으세요?”


“아… 아영 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윤서나 진우나 다들 짜고 이런 말을 하는 건가?


“회사가 좀 그렇죠? 이런저런 일도 많고 진우 님이 적응하기 힘들겠어요.”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하지만 진우는 윤서처럼 철두철미한 사람은 아니었다. 슬쩍 그의 노트를 보니 그가 무엇을 적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얼핏 봤을 때 그의 노트엔 회사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전에 퇴사자가 많다니 뭐니 말을 하더니 그걸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에 누가 죽었다고 했었죠?”


“네?”


진우는 내 말에 크게 놀란 것 같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에 밥 먹을 때 말이에요. 회사에서 누가 죽었냐고 물어봤었잖아요. 그 이야기….. 아…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그에게 말을 할 뻔했다.


“저… 아영 님. 혹시 뭐 아시는 것이 있을까요?”


그가 나에게 물었다.


“왜요?”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눈을 응시했다.


“저 사실 가은 님…아 저기 안내데스크에 계신 직원 분인데 그분한테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그래, 진우는 그 사실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전에 제가 말했죠? 헛소리 할 거면 저나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말라고….”


“아… 그렇죠.”


“그런데 아무래도 진우 님이 궁금해하시는 것이 많은 것 같네요. 어때요? 이따 퇴근하고 따로 이야기해보는 거?”


“왜… 갑자기 저를 도와주시려는 거죠?”


“그 노트. 거기에 적고 있는 것들. 아무래도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우리 팀 신입이 회사에 적응 못 하고 헛짓거리하는 것 같아서, 선배인 제가 충고하려는 거예요.”


진우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든 수습해야 했다. 회사에서 돌고 있는 이상한 소문들이 신입인 그의 귀까지 들어간 것은 사실인 것 같았고 그에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줄 생각이었다.


“저… 혹시 아영 님.”


“네.”


“혹시 저희 클럽 들어오실래요?”


“네?”


이게 무슨 말이야. 클럽? 무슨 클럽?


“저희 동아리를 만들었거든요. 퇴사 클럽.”


진우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퇴사…? 이 인간 벌써부터 퇴사를 생각하는 것인가? 나도 그런 생각은 아직 안 하고 있는데?


“저기…. 진우 님. 많이 힘드시죠? 일단 저희 사무실로 들어가서 일하고 이따 저녁때 이야기해요.”


“저희는 퇴사자들을 찾는 모임이에요. 그리고 저희는 퇴사자들이 실종되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회사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선배인 아영 님이 저희에게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무슨 미친 소리지? 아니, 그보다 이 사람 생각보다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꿍꿍이죠? 그보다 저희라니요?”


“저 말고도 퇴사자를 찾고 그 비밀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더 있습니다. 저는 아영 님이 저희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개소리…앗… 미안해요.”


하도 당황해서 말이 헛나왔다. 진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진우가 말한 클럽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니,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늘 있다는 클럽 모임에 한번 참여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이 사람 정말 심각한 사람이었네…. 계속 이런 식이면…. 진우는 위험할 수도 있었다. 내가 경고를 해줘야 했다.



퇴근 시간이 되고, 나는 어쩌다 보니 진우가 말한 퇴사 클럽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멤버는 진우와 안내데스크에서 항상 보던 최가은이라는 사람이었다. 가은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봐요. 제가 한 분 데려온다고 했죠?”


진우가 가은에게 말했다. 뭔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이 분은 우리를 혼내러 온 거라면서요?”


가은이 말했다. 이봐요… 저는 당신까지 혼낼….


“그나저나 가은 님도 새 멤버 데려온다면서요? 그분은 언제 와요?”


뭐? 여기에 사람이 추가된다고?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아 저기 온다. 이리와 요!”


가은이 내 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아…. 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안녕하세요. 진우 님. 가은 님….. 아….”


입구에서 씩씩하게 들어오던 남자 역시 나를 보고 굳어졌다.


“안녕하세요. 어 이쪽은 아시겠지만 진우 님. 그리고 제 이름은 최가은. 그리고 이쪽은 오늘 새로 오신 민아영 님이라고 해요. 아영 님도 인사하세요. 저분은 김선준 님이에요.”


가은은 친절하게 우리를 모두 소개했다. 하지만 나에게 김선준을 소개할 필요는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 하세요.”


우리는 어색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우리는 익숙한 사이였다.

선준과 나는 2년 전에 헤어진 사이였다.

우리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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