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최가은의 하루

모를 리가 없지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14일 월요일.

최가은의 기록을 각색.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유진의 빈자리를 볼 때마다 그녀가 지금 어디 있을까 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같이 일하는 동료인 유정은 사람 하나가 갑자기 줄었다며 툴툴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나한테 지랄을 할 것이 뻔했기에 참기로 했다.

선준은 오늘도 커피를 사 왔다. 풀이 죽은 표정을 한 상태로. 그는 이번엔 유정의 커피를 잊지 않았다.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커피만 주고 그는 쓸쓸히 자신의 일터로 들어갔다.

오늘도 하루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침 11시 경이되었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오면서 나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안녕하세요. 혹시 어떤 일 때문에 오셨을까요?”


나는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아이고, 여기 혹시 지수아라고 있나요? 우리 딸인데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아주머니는 다급하면서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지수아라고?


“저… 진정하시고요. 지수아라고 하셨나요? 어… 저 그분은 퇴사를 하셨다고….”


“아니, 세상에 어떤 사람이 퇴사를 했는데 연락이 안 돼요. 그게 말이 되나요? 수아는 연락을 안 받고 회사에 전화를 하니 퇴사했다고 하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수아라는 사람도 유진과 마찬가지로 퇴사 후 사라졌다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어.. 저 혹시 저랑 잠시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까요? 유정 님. 잠시 봐주고 있으세요. 제가 아주머님 진정시켜 드리고 올게요.”


“그… 그래요.”


나는 수아 어머님을 모시고 회사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회사 안은 보는 눈이 많았고 아주머니가 크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다들 무슨 일인가 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저 근처 카페로 가서 이야기해요.”


근처 카페로 간 나는 수아의 어머님을 진정시키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10월 24일 이후로 수아 님에게서 연락이 없다는 거죠?”


“그렇다니까요. 매일 나한테 연락하던 애가 갑자기 연락이 없으니 걱정이 되었지.”


“그럼 그 이후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계속해서 수소문하신 거고요.”


“맞아요. 처음 이틀 간은 연락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하고 지나갔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연락이 안 되니 회사에 전화했지. 기숙사에 살고 있으니 회사는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에는 25일에 수아가 퇴사를 했다는 거야. 이상했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며 좋아하던 애였는데 얘가 퇴사를 할 이유가 없었죠.”


“중요한 프로젝트요? 그게 혹시 무슨 일인지는….”


“저는 모르죠. 그냥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만 했어요.”


“퇴사한 걸 알고 난 다음에는요?”


“퇴사를 했으면 집에 와야 하는데 며칠을 기다려도 애가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수아 남자 친구 연락처를 어떻게든 알아서 그 사람한테 연락을 했죠. 혹시 그 남자 집에 갔을까 봐 남자 집에도 찾아갔어요. 하지만 그 남자도 수아가 어디 있는지 모르더라고요.”


“남자 친구도 모른다고요?”


“네. 그 이후에는 수아 친구들한테 수소문했는데 다들 모른데. 이거 이상하다 싶어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죠. 경찰은 처음에 남자 친구를 의심하더라고요.”


“경찰이요? 이상하네요. 그러면 저희 회사도 조사했을 텐데요.”


“처음에 경찰이 남자 친구만 조사를 하더라고요. 저는 회사나 다른 곳도 찾아보라고 했는데 경찰은 그저 ‘어머님 걱정 마세요’라고만 했어요.”


“걱정 말라고요?”


“이 회사에 경찰이 안 온 거죠? 경찰이 나한테 회사도 조사할 거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으니 나도 답답해서 회사로 찾아온 거예요.”


“네… 어머님.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가씨가 나 도와줄 수 있어요?”


“네?”


“아까 회사에서 수아 행방을 물을 때 아가씨 얼굴빛이 변하는 걸 봤어요. 무언가 간절한 눈빛이었어요. 그래서 아가씨한테 제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거고요. 제발 도와줘요. 경찰도 못 믿을 것 같아요.”


수아의 어머님은 내 손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누구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나라도 믿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사실…. 제 친한 동료도 퇴사를 했어요. 그런데 그녀도 사라졌어요.”


“네? 무슨....”


수아의 어머님은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네. 저는 이 사건들이 연결되어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동료인 유진 님도, 그리고 어머님의 딸인 수아 님도.”


“그… 그럼 누군가에게 살해됐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회사에 있는 누군가에게?”


“그.. 건….”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 확실한 것이 없었다. 어머님을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어떤 남자가 등장했다.


“실례합니다. 지수아 씨 어머님 맞으시죠?”


“누구시죠?”


“IB의 조민성이라고 합니다. 회사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수아 씨 행방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어서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조민성? 인사팀? 누구지? 내가 처음 보는 남자였다. 내가 얼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 수아 행방을 안다고요? 그럼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수아의 어머님은 따지듯이 물었다.


“지수아 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라… 음… 여기는 다른 분도 있으니 저를 따라오시죠. 회사에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잠깐만요!”


내가 그들 사이의 대화에서 끼어들려고 했지만 민성은 나를 제지했다. 인사팀 직원보다는 보안팀 직원에 더 어울리는 체격과 분위기였다. 수아의 어머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성을 따라갔다. 어머님의 머릿속에는 내가 했던 이야기는 더 이상 없는 듯했다.


전화가 왔다. 유정의 전화였다. 어디냐고 그녀가 물었다. 나는 다시 회사로 갔다. 나보다 먼저 나갔던 민성과 어머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연구실 쪽으로 나간 건가?


“가은 님. 근무 시간에 이렇게 나가면 곤란해요.”


유정은 나의 사정을 알면서도 나에게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가은 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다 잊어요. 가은 님이 본 것도 들은 것도 모두요.”


유정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내가 어머님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녀는 아는 것인가? 나는 그녀에게 대꾸를 하려 했지만 그녀는 내 다음 반응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까지 나는 거의 침묵을 지켰다. 그저 데스크로 와서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인사만 했다. 이상한 것이 있었다. 그 이후 어머님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의 입구와 출구는 여기뿐인데….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민성이라는 남자와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닌가?


퇴근 시간이 되자 나는 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퇴사 클럽. 오늘 모일 거죠?]


잠시 후, 진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퇴사자 모임 아니었어요? 이름을 바꾼 건가요? 네 오늘 모이죠.]


[퇴사 클럽이라는 말이 더 간단해서요. 전에 본 카페에서 봐요!]


나는 가방을 챙겨 진우와 만나기로 한 카페로 갔다. 진우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말해줘야겠다. 이상한 게 하나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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