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허유민의 하루

수상한 초대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13일 일요일.

허유민의 기록을 각색.



“그래서 거기를 진짜 갈 거야?”


아침부터 선배가 전화를 걸었다.


“네. 김지한이라는 사람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특종을 준다고 하잖아요.”


“이번 기회에 탐사 보도 기자라도 되려는 거야? 너답지 않은데?”


“원래 기자가 되려고 했을 때 저는 정의를 취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번 일이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냥 재수 없는 놈 취재하는 거 아니야?”


“김지한, 그 사람 수상해요.”


“수상한 게 아니라 재수가 없는 거야. 사기꾼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가보겠다는 거예요. 저는 사기꾼이라기보다는 사이코 같기도 했어요.”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해. 조심해. 그 회사, 김지한만 이상한 게 아니더라. 거기 소장이라는 사람. 그 사람 알아보니깐 여기저기서 문제가 많은 사람이더라고.”


“주혁진이요? 알죠. 그 사람은 정말 사이코 같던데.”


“그놈만 그러겠어? 대표와 소장이 그 모양이면 그 밑에 놈들도…”


“오케이. 알겠어요. 저 지금 김지한 집 앞이에요. 행사가 곧 시작된다고 하네요.”


“어? 벌써 거기 같거였어? 그럼… 너…”


“선배, 미안해요.”


나는 선배의 전화를 끊었다. 내 앞을 경호원들이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지한의 집은 대기업 회장 집처럼 넓었다. 그리고 곳곳에는 경호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행사라고 들었지만 어떤 준비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지한의 집 마당은 평온했다.


“저, 오늘 행사라고 들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시죠.”


경호원은 내 말에 대꾸 없이 나를 큰 문이 있는 곳 앞으로 안내했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잘 차려입은 여인 한 명이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박윤진이라고 합니다. 박지한 대표님의 비서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비서라고? 회사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은 없었는데?


“안녕하세요. 허유민이라고 합니다. 아 기자고요. 저는….”


“네. 알고 있습니다. 굳이 소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는 비서나 경호원이나 대표나 싹수없는 것은 마찬가지네. 나는 한숨을 쉬고 윤진의 뒤를 쫓아갔다. 또다시 마당이 나왔는데 기이한 조형물이 나를 반겼다. 보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여기로 들어오시죠.”


윤진이 문을 열고 나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이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그림이었다. 나는 단번에 그 그림을 알아봤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트루누스’였다. 집에 들어온 손님들이 처음 보게 되는 그림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다.


“아…이 그림은….”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진품은 아니지만…. 꽤나 멋지죠?”


멋지다라… 그림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걸 현관에 달아놓은 이유는 훌륭할까?


“아.. 네.. 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꽤나 깔끔했다. 사람이 산다는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거실로 추정되는 곳에 놓인 뻥튀기가 그나마 이곳에 사람이 산다는 흔적이었다. 그나저나 뻥튀기라니 이 집의 분위기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 있네….


“여기 앉아 계시죠. 음료는 뭘 드릴까요?”


윤진은 나에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거실? 여기에? 오늘 행사는 늦게 하는 건가? 나는 의아했지만 그녀가 시키는 데로 소파에 앉았다.


“아, 저는 물이면 됩니다.”


“물이요. 오렌지 주스가 있는데 그건 어떠신가요?”


내 선택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네. 그거 주세요.”


소파에 앉아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충격적이던 현관과는 다르게 집은 굉장히 평범했다.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집안을 꽤나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원래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상태였던 것 같다.


“여기 주스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대표님이 곧 나오실 것입니다.”


윤진이 준 주스를 마시며 지한을 기다렸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집 안은 윤진마저 사라지니 더욱더 조용했다. 방금까지 있었던 윤진의 기척마저 완전히 사라져서 무서운 기분까지 들었다.




“어머, 손님이 오셨네요. 허유민 기자님 맞으시죠?”


누군가 계단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이제야 등장한 사람의 흔적에 나는 감사하며 누가 내려오는지를 살폈다. 화장기 하나 없이 수수한 차림의 여인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녀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저는 김지한 대표의 아내인 이선아라고 합니다.”


선아는 굉장히 어려 보였다. 아니, 어린 게 분명했다. 그래, 어렸다. 내 기억에 그녀는 20대 후반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대표님 아내 분이시구나.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저희 남편이 손님이 오신다는 것을 방금 전화로 저에게 알려줘서 집에 먹을 것도 없네요. 뭐 좋아하세요? 제가 음식 해드릴게요.”


“아…? 어? 저는 오늘 행사가 있다고 해서… 대표님이 불러주셔서 온 건데….”


“훗… 남편이 또 그렇게 말했나 보군요? 남편은 지인 분이랑 밥 먹는 걸 행사라고 불러서 그런 것 같네요. 그래서 이렇게 오늘 차려입고 오셨구나.”


뭐야? 그런 거였어? 김지한은 끝까지 나를 놀리는구나….


“앗…. 그런 줄은 몰랐네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렇게 사모님께도 인사드리고 저는 좋네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얼마 전에 인터뷰도 했다면서요? 원하는 대답은 들으셨나요?”


“아…네. 대표님이 워낙 말씀을 잘해주셔서요. 정말 좋았습니다.”


나는 일부러 오바하며 엄지를 올려 그녀의 호감을 사려고 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웃으며 나를 상대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어딘가 무섭기도 했다.


“남편은 지금 회사를 갔어요. 아마 곧 돌아올 거예요. 어디 먹을 거…아 이 뻥튀기 좀 드세요. 호프집 가면 자주 보이는 거 그거예요. 저랑 남편이 정말 좋아해서 이렇게 놓고 지나갈 때마다 먹고 있어요.”


선아는 뻥튀기를 한 움큼 줄어들더니 자신의 입 속에 넣으며 말했다. 여러모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앉아 계세요. 남편 오면 다시 올게요. 편히 쉬세요. 여기 리모컨도 있으니 TV 보셔도 괜찮아요.”


“아.. 아닙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허유민 기자님.”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차갑게 인사하고 다시 계단 위로 사라졌다. 다시 집 안에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김지한 못지않게 선아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김지한보다 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같았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네. 허유민 기자입니다.”


“허기자님? 저 김지한 대표입니다. 죄송하지만 저희 연구실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김지한의 전화였다.


“네? 아니 오늘 행사 있다고 여기 오라고 하셔 놓고 이게 무슨 경우인가요?”


따지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하하. 죄송해요. 회사일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것이 많아서. 제가 김실장 보고 차로 기자님 모셔오라고 시켰습니다.”


“방금 저보고 오실 수 있냐고 물으신 것 아닌가요? 직원 분 보내신 것 보면 제가 거기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것 같은데요?”


“하하. 기자님. 죄송해요. 연구실로 오시면 제가 특종 하나 보여드릴게요. 이건 정말 기자님을 위한 것이에요.”


저 영혼 없는 웃음과 반응. 김지한은 아직도 나를 놀리고 있었다. 그의 술수에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았다. 잠시 후, 윤진이 다시 등장했다. 인기척조차 없이.


“대표님으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 김실장도 곧 오신다고 해서 저 따라 나오시면 됩니다. 짐 챙겨서 나오세요.”


공손한 명령이었다. 김지한 패거리는 하나같이 정이 드는 사람이 없었다. 기이한 집을 뒤로하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김실장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서있었다. 190은 되어 보이는 아주 큰 키에 짧은 스포츠머리, 그리고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허유민 기자님이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김실장은 고급 세단차의 문을 열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없이 차에 탔다. 김실장은 운전석에 타자마자 조용히 연구실로 출발했다. 김실장의 운전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이 마치 로봇이 운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착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 도착했고 전에 김지한을 만났던 연구실로 갔다. 나는 김실장에게 무언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답조차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그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몰래 녹음기를 틀었다. 혹시 모를 취재를 위함이었다.


“허유민 기자님!”


멀리서 김지한이 손을 흔들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그에게 다가갔다.


“이게 무슨 경우죠?”


나는 김지한을 쏘아붙였다.


“뭐가…아…죄송합니다. 오늘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기자님께 연락을 안 드린 게 생각이 나서요.”


김지한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떻게 하나 같이 거짓말일 수가 있지?


“사모님 만났고요. 사모님이 대표님은 지인들이랑 밥 먹는 걸 행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모님은 대표님께 제가 온다는 것을 연락받았다고 했고요. 다 좋은데 제 앞에서 거짓말은 하지 마시죠?”


내가 말하자 김지한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바쁘다 보니 제가 말을 이상하게 할 때가 있네요. 기억도 뒤죽박죽이고. 요새 하는 일이 잘 안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허기자님한테 실험 결과를 조금 보여드리려고 해요.”


“실험 결과요?”


“네. 진짜 출입금지구역. 그곳을 보여드리죠. 따라오세요.”


김지한을 따라가며 주위를 살폈다. 깔끔한 실험실이지만 어딘가 섬뜩한 곳이었다.


“저에게 왜 이걸 보여주시는 거죠?”


“기자님이라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딜 봐서요? 저는 그때 대표님이랑 잠깐 이야기한 것이 전부인데.”


“그 잠깐이 많은 것을 결정하기도 한답니다. 차마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느낌을 줄 때가 있어요. 기자님은 그런 느낌이 들었고요. 자, 여기로 오세요.”


그곳은 복도였지만 유리로 된 창이 있어서 실험실 내부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창으로 실험실 내부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실험용 쥐가 한 마리 있었다.


“저 쥐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나이가 많기 때문이죠. 자, 젊어지는 약을 저 쥐에게 바로 먹일 거예요. 자, 이제 약을 투여해주세요.”


지한은 귀에 찬 장치를 통해 누군가에게 명령을 했다. 아마 연구실 사람인 것 같았다. 곧이어 연구실 사람이 나와 쥐에게 약을 투여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힘이 없어 쓰러져있던 쥐가 갑자기 활발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약을 만들었을 때, 됐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냥 활발하게 하는 것만이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젊어지는 것도 젊어지는 건데 힘이 더 강해지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약을 강화해달라고 했어요. 자, 다음은 여기로 오시죠.”


지한은 앞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다른 실험실이 보였다. 이번에도 늙고 병든 쥐가 보였다. 여기서도 지한이 명령하자 한 연구원이 약을 투여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쥐가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연구원은 어쩔 줄 몰라하며 했다. 다른 연구원이 나타나 야구방망이로 쥐를 내려치면서 겨우 소동은 잠재워졌다.


“이… 이게 뭐죠?”


“이 실험은 주의점이 있어요.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는 거. 그래서 이렇게 대처 방법도 마련했답니다.”


나는 이제 김지한이 무서워졌다. 이 새끼.,.. 대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 거지? 왜 태연하게 이걸 설명하고 있는 거지?


“쥐에 대한 실험은 끝났으니 그다음 실험…. 이번엔 개를 실험해보기로 했어요.”


“연구원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개가 날뛰면 사람을 물 수도 있는데….”


“위대한 진보 앞에는 희생이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내 귀를 의심했다. 김지한은 미친놈이 분명했다. 나는 뒤를 살폈다.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도망칠 수가 없는 곳 같았다.

김지한이 다음 실험실이 보이는 곳으로 안내했다. 보나 마나 여기는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실눈을 뜨고 그곳을 확인했다. 녹음기가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왔어야 했다. 약이 투여된 개는 날뛰기 시작했고 연구원 한 명이 잔인하게 물어뜯겼다. 그리고 다른 연구원이 들고 온 마취총으로 겨우 잠재워졌다. 아니…. 잠깐… 저건 마취총이 아니라… 진짜 총 아닌가?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미친놈들이 하고 있는 짓을 빨리 밖에 알려야 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약을 세상에 퍼지게 할 수 없었다.


“자, 개는 보셨고. 이번엔….”


“잠깐만요!”


나는 김지한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이건 범죄야. 범죄가 될 수 있다고요. 이다음은 사람이겠죠. 당신들 미쳤어? 이걸 나보고 보도하라고요? 그래요. 보도할게요. 여기 내가 조사한 자료가 있어요. 이 회사 뭔가 이상하고 특히 김지한 당신이 제일 이상해!!”


나는 가방에서 그동안 IB와 김지한에 대해서 조사한 자료를 내밀었다. 아직 그들에게 내밀기에는 모자란 자료였다. 김지한은 그것을 보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뭐죠? 저에 대해서 조사하신 건가요?”


“그래요!”


“거기서 뭐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당신들 말이야 내가 반드시 정체를 밝혀주겠어!! 내가 당신들을…. 윽….”


‘쿵!!!’


그때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무언가 내 뒤를 내리쳤고 나는 쓰러졌다. 김지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김지한은 웃고 있었다. 저 미친 새… 끼….


“왜 정의로운척하세요. 기자님. 가끔 당신들이 그렇게 행동할 때가 제일 역겹더라고요.”


그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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