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최가은의 하루

사라진 동료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11일 금요일.

최가은의 기록을 각색.



오늘도 유진이 출근하지 않았다. 갑자기 몸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퇴근하고 유진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녀의 안부를 묻기로 했다.


“어? 유진 님 오늘도 안 왔어요?”


선준도 오늘 유진을 찾았다. 그녀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도 무척이나 실망한 것 같았다.


“제가 오늘 유진님네 한번 가보려고요.”


“정말요? 고마워요. 가은 님. 어.. 저 혹시 상태 보고 저한테 연락 주실 수 있어요?”


선준은 유진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을 보니 나 좋다고 하던 민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제 전화번호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저에게 꼭 연락 주세요.”


선준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줬다. 꼬깃꼬깃한 명함. 흔한 명함 케이스 없이 그냥 지갑에 명함을 보관하는 사람 같았다.


“네. 일단 상태 보고 제가 연락드릴게요.”


선준은 힘없이 안내데스크를 떠났다. 다시 재미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는 기숙사로 향했다. 내 방이 있는 곳은 기숙사 10층. 유진의 방은 7층이었다. 나는 가방을 놓고 간단히 세수를 하고 방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702호였다. 나는 702호의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방 안에 있는 여자가 물었다. 유진의 룸메이트였다. 아마 그녀의 이름이….


“안녕하세요. 현지 님이시죠? 저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최가은이라고 합니다.”


민망하게도 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가은 님 맞죠? 매번 회사에서 보는 사람이시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있는 곳과 똑같은 구조. 하지만 사는 사람이 달라 분위기가 다른 곳이었다. 나는 방 안을 살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유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 유진 님은 잠시 나간 걸까요?”


“어? 유진 님 짐 정리하러 오신 거 아닌가요?”


“네?”


현지의 말은 뜻밖이었다. 유진의 짐이라니?


“어? 짐 정리는 아닌가? 아아 유진 님은 어젯밤에 나갔어요. 나갔데요.”


“아니… 유진 님이 퇴사라뇨?”


“에??? 퇴사… 퇴사라는 단어를 모르시는 건 아닐 거고. 퇴사하셨잖아요. 모.. 모르셨어요?”


“그게 무슨…. 아니에요. 오늘도 저한테 몸이 안 좋아서 출근 안 한다고 이렇게 메시지도 보냈는데요.”


나는 현지에게 유진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어? 분명 퇴사라고 했는데.”


“누가 그랬는데요? 저는 정말 처음 듣는 거라서요.”


“그… 누구냐. 기숙사 관리하는 분. 지아 님이 그러셨어요.”


“지아 님이요?”


“네. 저는 그래서 같이 일하시는 분이 여기까지 오셨길래 짐을 가져가시나 했죠. 지아 님이 유진 님이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되어서 짐을 정리 못 했다고 정리 좀 도와달라고 했거든요. 가은 님이 짐을 옮겨주시러 온 건 줄 알았어요.”


“아니요…. 저 정말 처음 들어요….”


나는 방 한구석에 있는 유진의 짐을 보면서 말했다. 유진이 갑자기 퇴사라고? 나한테 말도 없이? 아니, 그보다 오늘 아프다면서?


방을 나와서 나는 지아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여자 기숙사를 관리하는 지아는 1층에 있었다. 나는 지아의 방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벨도 있는데 누가 매너 없이 문을….”


지아는 구시렁거리면서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 가은 님. 최가은 님 맞죠?”


“네 맞습니다. 임지아 님 맞으시죠?”


나는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네네. 제 이름이야 뭐.. 들어와요.”


지아의 방은 나와 유진의 방과 같은 구조였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다. 곳곳에 쓰레기가 가득했고 형광등도 나가서 모니터의 불빛으로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방 안으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그녀에게 유진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오늘 유진 님이 몸이 안 좋아 출근을 못 한다고 했어요. 자 여기 보세요. 그런데 현지 님 말로는 어제 지아 님이 유진 님 퇴사했다고 말씀 주셨다면서요. “


지아는 유진의 메시지를 슬쩍 보더니 관심이 없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뭐… 같이 일한 사람끼리 말 안 했다고 배신감 느끼는 건 알겠는데 저한테 따지듯이 묻는 이유가 뭐죠? 퇴사하고 민망해서 가은 님한테는 몸이 안 좋아 못 간다고 말했다보죠. 진실되지 않은 사람인가? 뭐 그런 사람 아닐까요? 보시다시피 저도 방 상태가 이렇고 기숙사 관리도 해야 해서 정신없어요. 저는 인사팀한테 연락받은데로 현지 님한테 말씀드린 거니까 따지려면 인사팀한테 물으세요.”


“지아 님. 저는 유진 님 걱정해서 그런 거예요. 퇴사한다는 사람이 오늘 아프다고 결근을 하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그러니까!! 인사팀에 따지시라고… 내 말이 어려워요? 하아…그리고 유진 님한테 전화하면 되잖아요. 무슨 일을 이렇게 어렵게 해.”


지아는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말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두려워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바로 그녀의 방에서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갑자기 퇴사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오늘 왜 유진은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했는가? 나는 유진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유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선준의 명함을 확인하고 그에게 전화했다.


“선준 님? 저 최가은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가은 님. 유진 님 몸 상태는 어때요? 제가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여자 기숙사 밖으로 나가면서 선준에게 유진의 일을 설명했다. 내가 말하면서도 이상했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아프다면서요? 그런데 어제 퇴사를 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죠. 어디세요?”


“저는 기숙사 앞이에요. 일단 회사 앞에 카페에서 만나죠.”


“네. 바로 가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회사 앞 카페로 갔다. 카페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곧이어 선준이 등장했다.


“가은 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선준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며 앉았다. 나 역시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선준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예요. 유진 님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아… 아직 모르셨어요?”


“아…네. 제가 숙맥이라…. 그래도 저 엄청 용기 내서 유진 님에게 다가간 거예요.”


“자 이 번호예요. 하지만 제가 전화해도 받지 않았어요.”


선준은 유진의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역시 그녀는 받지 않았다. 선준은 실망한 얼굴을 했다.


“그럼 떠난 건가요? 혹시 유진 님 어디 사셨는지는 알아요?”


선준의 표정은 간절했다.


“서울… 방배동이라고는 했는데 정확한 주소는 모르겠어요.”


“인사팀한테 물어보면 알려줄까요?”


“그럴 리가 없죠.”


“하아…. 그렇겠죠?”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페의 배경음악과 내 뒤에서 어떤 남자가 타이핑하는 소리만 들렸다.


“일단…. 저도 알아볼 수 있는 것 알아볼게요. 가은 님, 오늘 알려줘서 고마워요.”


선준은 일어나며 말했다.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네. 선준 님. 힘내세요. 저도 뭐 알아내면 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선준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분이 갑자기 퇴사를 하셨다고요?”


내 뒤에서 어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서 마시던 커피를 내던질 뻔했다.


“뭐… 뭐예요?”


나는 뒤를 돌아보며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나요? 저 얼마 전 입사한 정진우라고 합니다.”


내가 하루에 몇 명의 사람들을 보는데 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까…. 싶었지만 기억에 남는 얼굴이었다. 입사 첫날 안내데스크에 앉아있던 남자였다.


“아…네. 안녕하세요. 최가은입니다.”


“가은 님. 잠시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방금 하셨던 이야기 관련해서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진우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가 왜 우리의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은 뭘 하고 있던 거지? 그런 호기심 때문에 나는 그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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