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최수영의 하루

행방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17일 목요일.

최수영의 기록을 각색.


[허기자, 정말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유민의 메시지는 며칠 째 이상한 것 같았다. 저렇게 차분하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아니었고 며칠 째 회사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몸이 아파서 병가를 쓴 거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일요일에 IB의 김지한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했고 그 이후 갑자기 몸이 안 좋다며 휴가를 냈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쉬지도 않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했다. 그녀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면 분명 김지한과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

오늘 나도 모처럼 휴가를 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유민을 찾기 위해서였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차를 몰고 IB로 갔다. 근처 공영 주차장에 차를 놓고 회사 근처로 갔다.


“어떻게 접근하지…?”


거창한 의도로 회사에 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내가 봐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유민을 찾으려면 여기가 아니라 김지한의 집 근처로 갔어야 했다는 사실도 지금 깨달았다.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저 멀리 좀 협조적일 것 같고 착해 보이는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 나는 또 아무런 생각 없이 그에게 접근했다.


“저기….”


“네?”


남자는 갑자기 덩치 큰 사람이 접근하자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수영이라고 합니다. 언론사에서 왔습니다.”


두서없는 자기소개... 나는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게 어려웠다.


“네? 아… 언론사면 어디… 아니, 그보다 언론사에서 무슨 일이시죠?”


“XXTV입니다. 어 얼마 전에 저희 기자가 여기 취재를 하러 왔는데 혹시 못 보셨을까 해서요.”


‘아….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죠?”


“하하…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두서없이 말했네요. 자 여기 제 명함입니다.”


나는 그에게 내 명함을 내밀었다.


“아…네… 진짜 언론사에서 오신 것 맞군요. 저는 이곳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장유호라고 합니다.”


유호도 나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 케이스에 두지 않고 주머니에 꾸겨 놓아 상태가 좋지 않은 명함이었다. 아마 그는 명함을 다른 사람에게 줄 일이 거의 없을 테지.


“저희 기자가 얼마 전에 여기 대표님을 취재했습니다. 그 이후에 파티에도 초청을 받았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 갑자기 아프다며 연차를 썼네요? 이상하지 않아요?”


“아……. 이상할 수도 있겠…. 그런데 사람이 아플 수도 있지 않나요?”


“아니, 두 번이나 김지한 대표를 만났는데 갑자기 대표를 만났는데 사라졌다니까요.”


“연락해보시면 되지 않나요?”


“아니, 답답한 사람이네요. 연락이 안 됩니다. 아니지, 메시지는 오긴 와요.”


“그럼 연락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거 봐요. 이 메시지를 봐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


나는 그에게 유민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음…. 기자님이 좀 딱딱하긴 하네요. 그냥 안 좋아하시는 것 아닐까요?”


“네? 아니 지금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아니라. 원래 유민 기자는 털털하고 나한테 이렇게 말을 안 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저…죄송하지만 두 분의 연애? 아니면 썸? 그런 것을 제가 조언해드릴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아니, 무슨 소리예요! 동료예요! 동료! 언론사 기자가 갑자기 취재를 하다가 사라졌어요. 그러면 제가 김지한 대표를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죠.”


“아…. 그런 이야기셨구나.”


“답답한 분이시네요.”


“어… 저 근데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지 모르겠고요. 김지한 대표에 대해서 안 좋은… 아니, 무언가를 조사하고 계신 거라면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저는 이만 연구실로 가야 해서요.”


“잠깐요!”


나는 자리를 떠나려는 그를 잡았다. 그는 내 팔을 내치려고 했지만 내 힘이 더 강했다.


“무…무슨 짓이죠?”


“김지한 대표에 대해 뭔가 아시는 것이 있나요?”


“아…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 말고 다른 분에게….”


“다른 분은 제가 알아서 물어볼 테니 장유호 씨가 아시는 게 있냐는 거죠. 아까 안 좋은 것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회사 사람입니다. 그걸 알아도 제가 말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갑자기 잡아서 이러시면 저는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제발….”


그는 짜증 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더 이상 그에게 듣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의 팔을 놔줬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행동해서.”


“그냥 때려치우고 싶네요. 이 회사 연구도 그렇고 소장도 그렇고 이렇게 회사 들쑤시는 기자님들도 그렇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호는 힘없이 회사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냥 회사에 찌든 직장인일 뿐인가?

나는 차를 타고 김지한의 집으로 갔다. 혹시 몰라 유민에게 받은 주소가 있었다. 하지만 지한의 집은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근처에 차를 둔다고 해도 쉽게 발각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회사로 갔다. 김지한이라는 놈도 오늘은 출근할 테니 퇴근하길에 만나겠지!라는 마음이었다.


밤이 되었다. 잠복중인 형사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너무 졸려서 잠시 머리도 식힐 겸 근처 카페로 갔다. 회사 앞 카페인데도 그곳은 매우 조용했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이도 다들 비슷해 보였다. 나는 커피를 챙겨 그들 근처에 앉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보통 이런 카페에서는 시끄럽게 떠들기 마련인데 그들은 굉장히 조용히, 그리고 주위를 살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좀 이상한데?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뭘 저렇게 속삭이는 거지? 나는 결국 참지 못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실례합니다.”


그들은 마치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처럼 나를 보자마자 크게 놀랐다. 한 명은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엎지를 뻔했다. 내가 그렇게 험악하게 생겼나? 아니면 정말 나쁜 짓을 하고 있던 것일까?


“저는 XXTV에서 일하고 있는 최수영이라고 합니다. 카메라 기자일을 하고 있죠.”


“기… 기자님이요?”


무리 중 한 남자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실례 지면 옆에 앉아도 될까요? 저 사람 하나를 찾고 있는데 혹시 아시는 게 있을까 해서요.”


나는 자연스럽게 의자를 하나 가져와 그들 옆에 앉았다.


“사람을 찾아요? 기자님도요?”


한 여자가 더 놀라며 말했다. 기자님도요?


“그게 무슨 말이죠? 여러분들도 누구를 찾고 계십니까?”


“아… 가은 님. 여기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처음에 당황해하던 남자가 여자를 책망했다. 가은이라 불린 여자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당황한 표정을 하며 옷을 가다듬었다.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머리 모양. 그에 비해 내면은 조금 신중치 못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방금 가은 님이라는 분이 말씀하신 걸 들으니 조금 흥미가 더 생기네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게 그러면 잠시 제 차를 타고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하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제가 의심되면 명함에 있는 번호로 최수영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들은 내 말을 듣더니 잠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조그맣게 말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들렸다. 저 사사람을 믿을 수 있느냐, 클럽에 또 멤버를 추가할 것이야 등이라는 말이었다. 클럽은 또 무슨 말이지?


“최수영 기자님? 혹시 누구를 찾으시는 건가요?”


또 다른 남자가 물었다. 꽤나 젠틀해 보이지만 속이 시커먼 사람 같았다.


“허유민 기자. 얼마 전 김지한 대표를 취재하러 왔었고, 지난주 일요일에 김지한의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갑자기 휴가를 냈어요.”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나…. 여기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 있겠네요.”


가은이 다시 말을 했다.


“좋아요. 그럼 잠시 가시죠. 그러나 차를 타고 어디를 가지는 않고 잠시 걸으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가은은 처음에는 신중치 못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꽤나 결단력이 있는 타입인 것 같았다.


“그래요. 아까 본 연구원 분보다는 훨씬 더 시원시원하구먼.”


우리는 카페에서 나왔다. 한 남자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있었고 또 다른 남자는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가은은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 같았다.


길을 걸으며 나는 그들에게서 그들의 이름과,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왜 모여있는지에 대해서 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모든 정보를 털어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사라진 퇴사자라니…. 유민의 상황과 어찌 보면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도 그 유민이라는 기자님은 연락이 온다는 거죠.”


“하지만 이걸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딱딱해요.”


“유민 기자님한테 원래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니라고요! 왜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가은도 아까 그 장유호라는 사람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풉… 농담이고요. 여하튼 이 메시지는 유민 기자님이 직접 보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겠네요.”


“그럼… 이번 사건에 김지한 대표가 연관되어있을 확률이 있는 거겠죠?”


진우라는 남자가 말했다.


“대표님까지 연관되어있다면…. 조금 무섭긴 하네요.”


이번에는 선준이라는 남자의 반응이었다.


“아영 님이 전에 말한 이야기까지 생각하면 대표님이 연관되어있는 건 놀랄 일이 아니죠.”


아영은 또 누구야? 그리고 그 사람이 한 이야기 뭔데? 나도 알려줘


“자 아저씨. 유민 기자님은 휴가를 내신 거지만 아저씨도 우리 퇴사 클럽에 잠시 들어오실래요? 어쩌면 아저씨의 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가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보다 왜 갑자기 아저씨라 부르니….


“회사에 이야기해서 휴가를 내거나 취재를 하고 있다고 말을 해야겠네요. 좋아요. 어디 한번 조사해봅시다.”


나는 가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은은 내 손을 잡았다. 이 어린 친구들이랑 내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대체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지만 나는 이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하였다.



[지난 기록 보기]


11월 1일

11월 2일

11월 3일

11월 4일

11월 5일

11월 6일

11월 7일

11월 8일

11월 9일

11월 10일

11월 11일

11월 12일

11월 13일

11월 14일

11월 15일

11월 16일



keyword
이전 16화11월 16일 정진우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