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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약사 Apr 17. 2020

엄마의 전화가 울리면 가슴이 콩닥콩닥...

'엄마여도 하고 싶은 거 하자'


1화 : 엄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밥과 설거지

https://brunch.co.kr/@ssena222/71

2화 : 게으름, 나태덩어리, 못남덩어리 아내, 엄마, 딸

https://brunch.co.kr/@ssena222/74

3화 : 왜 나는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까

https://brunch.co.kr/@ssena222/75

4화 : 하루라도 어린 오늘, 실행해야 했다.

https://brunch.co.kr/@ssena222/76

5화 : 나는 금수저가 맞다.

https://brunch.co.kr/@ssena222/77

6화 : 어른이 된 후에 변곡점을 만들, 한 웅큼의 용기

https://brunch.co.kr/@ssena222/78

7화 : 애들이 불쌍하네

https://brunch.co.kr/@ssena222/79







새로운 무서움


엄마가 무서웠다. 엄마가 화낼까 봐 무서웠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하숙을 했다. 집에서 나와 자유를 얻었다. 이제는 엄마한테 혼날 일이 별로 없었다. 새로운 무서움이 생겼다. 바로 엄마의 전화. 엄마가 전화를 하면 무섭다. 어제 너네 아빠가 술 먹고 들어와서 아침에 한바탕하고 엄마는 약 먹고 누워있다고... 엄마, 아빠의 싸움. 우리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은 간단한 말싸움이 아니다. 집안 물건이 부서진다. 고성과 욕설이 오간다. 신체 접촉으로 이어진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엄마는 아빠의 술버릇이 문제라고 한다. 내가 봐도 그렇긴 했다. 아빠는 평소에는 조용하시고 점잖으시다. 술만 마시면 새벽에 들어오고, 집에 들어오다가 넘어져서 다친다. 들어오면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엄마는 아빠가 들어 온 모습을 보면 화가 솟구친다. 왜 그렇게 술을 마시냐고. 딱 좋을 때까지만 마시고 들어오면 안 되냐고 소리를 지른다. 아빠는 아침에도 눈동자가 벌겋다. 입에서는 술냄새가 난다. 술이 덜 깨어 평소의 아빠가 아니다. 말로 싸움을 거는 엄마와 맞붙어 2차 대전이 시작된다. 


집안 물건이 부서지기만 하면 다행일까. 어떻게 이 싸움이 발전될까 싶어 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처음에는 엄마 말처럼 아빠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술이 원인이라서… 술만 안 마시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편을 먹고 아빠 비난에 동조했다. 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아빠의 편은 없었다…


나의 인생경험이 축적되고 생각이 성숙해지기도 하면서… 싸움을 해석하는 능력도 달라지는 것 같다. 처음엔 무조건 엄마 편이었는데… 나중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는 평소에는 조용하다. 엄마는 다혈질이다. 엄마는 틱틱대며 말한다. 내가 듣기에도 싫은 소리를 아빠에게 많이 한다. 아빠는 풀 데가 없다. 나가서 술 한 잔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이 아니었을까? 취한 기운에 기대어 슬픔이나 서러움, 외로움을 풀어낸 것은 아니었을까? 취하지라도 않으면 인생의 낙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쌈닭처럼 싸움을 거는 엄마가 미워서 오기가 생겨 더 마시게 된 건 아니었을까? 엄마는 대체 왜 저렇게 쌈닭인 된 걸까? 어릴 때는 나를 잡아먹더니, 이제는 아빠를 잡아먹으려고 할까? 사는 게 힘들어서? 엄마가 집안도 일으켜세우고 온갖 가정 힘든 일에 집안일까지 다 하려니 사는 게 퍽퍽하고 재미없고 서러웠던 걸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어느 순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구의 편을 들 수도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종결을 알 수 없는 싸움의 연속성에서 나는 우리 가족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 엄마 아빠는 왜 이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걸까…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래도 천륜이라고. 끝이 없는 싸움 속에서 살아가는 저들이 내 부모인데. 그냥 이 싸움이 오늘은 이 정도에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지뢰밭 밟듯, 폭탄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엄마의 전화가 울리면 가슴이 콩닥콩닥...


20살이 넘어가고 나서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엄마의 전화다. 엄마의 전화를 받으려면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오늘은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빠가 새벽에 술을 드시고 와서 어디 다친 걸까? 엄마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폭발하기 직전일까? 이미 폭발하다 못해 대참사가 나서 엄마는 약 먹고 누워있고 아빠는 또 술을 마시러 나간 건 아닐까? 


엄마와 전화로 그냥 편한 대화를 주고받는 모녀지간이 난 정말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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