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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n 23. 2019

바보야, 문제는 결국 포털이야!

2019 WNMC 참관기⑤ 

일러두기 :  ①, ② 등으로 표시되는 것은 주석이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글의 가장 뒤에 배치한다. 


사진출처 : pixabay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한다. 

실험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된다. 


(1) 포털 네이버 검색창에서 '분양'이라는 검색어를 넣는다. 

(2) 그중 기사 하나를 선택한 뒤 첫 번째 문장을 복사한다. 

(3) 네이버 검색창에 복사한 그 문장을 넣고 다시 검색한다.


위 (1)~(3)의 방법으로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로 똑같은 사진똑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수 없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뭐 그럴 수 있지. 제목과 사진이야 같을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이번에는 기사 제목을 클릭해서 본문 내용을 살펴보라. 어떤가? 


아마 놀랐을 것이다. 바이라인(By Line,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이 서로 다른데 정말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수십, 수백 개의 기사를 보게 될 것이다. 

비단 분양 기사만 이런 게 아니다. 개인병원, 건강보조식품 등등 몇몇 분야에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미스터리랄 것도 없다. 답은 아주 심플하다. 


어떻게 수십, 수백의 언론사와 기자가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은 기사를 써서 내보낼 수 있는 것일까? 무슨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로봇도 아니고, 복사기도 아니고. 어떻게 한 자도 다르지 않은 기사를 수십, 수백 명의 기자가 동시에 쓸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미스터리랄 것도 없다. 이것들은 기사가 아니다. 광고다. 업체가 주는 '돈'을 받고 전송된 광고다. 


거기에 더해, 약간 복잡한 포털과 언론사(위 그림에서 A, B, C로 표시했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업체들을 언론사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광고를 중개하는 업체의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걸 '기사의 탈을 쓴 광고'라고 이름 붙여보자. 


그런데 궁금증이 생긴다. 자기 이름이 광고 뒤에 붙는데 그 기자들은 창피하지 않을까? 여기엔 두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첫 번째, 정말로 창피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두 번째, 아예 언론사가 '가상의 기자'를 만들어 중개 업체에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두 번째 경우 A, B, C 언론사는 언론사가 아니라 광고 글을 전송하기 위한 일종의 '파이프 라인'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광고는 '악'인가? 


광고는 나쁜 게 아니다. 원래 저널리즘의 역사는 광고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신문의 시작은 '광고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매체(언론사)는 이슬을 먹고 사는 봉사 조직이 아니다. 즉 돈을 벌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럼 문제는 무엇일까? 


먼저 '현재'라는 날카로운 칼로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베어 단면으로 살펴보자. 

이렇게 살펴볼 경우,  문제는 2만 개나 된다는 언론사의 난립① 인 것 같다. 모든 문제가 수준 이하의 작은 매체의 난립, 그리고 그 매체들의 양식 없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 같다. 



포털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그런데 이 문제는 좀 더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시계열(時系列, time series)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처음 인터넷이 생겨났던 과거에서부터 모바일의 등장,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이다. 


잠깐 앞선 글에서 예고했지만, 우리나라의 뉴스 콘텐츠 시장 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르다. 

이를테면 갈라파고스와 같다. 이는 어떤 시각에서 축복이고 어떤 시각에서는 저주이다. 


무엇이 다르냐고?  


ⓐ 영어가 아닌, 단일 언어를 사용하면서 인구는 5천만 명 수준이다.(2018년 기준 51,826,059명)  

ⓑ 인터넷 환경이 좋고 기술 수준도 높다. 

ⓒ 전 세계에서(중국은 논외로 한다.) 국가 단위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포털을 소유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즉, 영국의 포털, 프랑스의 포털, 독일의 포털은 없다. 그냥 구글만 있을 뿐이다. 

ⓓ 콘텐츠를 인링크로 연결시키는 포털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즉 제목을 눌렀을 때 네이버나 다음처럼 포털 안에 머무는 경우는 없다. ('인링크'가 '아웃링크'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서는 <포털에 웃고 포털에 울고> 참조)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PC, 모바일 인터넷은 어느 한순간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포털도 어느 한순간에 등장하지 않았다. PC 인터넷 초기에는 미국 '야후'가 최강자였고, 검색은 네이버, 다음, 구글이 있기 전에 '엠파스'라는 업체의 검색엔진 결괏값이 가장 좋았다. 콘텐츠 연결도 처음부터 인링크 방식이었던 것이 아니다. 인터넷 초기에 포털은 전화번호부처럼 사람들이 찾아갈 만한 사이트들의 주소를 모아놓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했고,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생산한 언론사(혹은 방송사)에 직접 찾아갔다.② 


그런데 기술 기업인 포털들의 실력이 급속히 좋아졌고 게다가 운도 따랐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지식인 검색'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점차 사람들은 콘텐츠를 포털에서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빠른 것이 아니었고 (한때 인터넷의 첫 자가 '참을 인忍'이라고 할 만큼 속도가 느렸다.), 콘텐츠가 밖에 있는 것보다 안에 있는 게 훨씬 더 다루기가 좋기 때문에 '인링크'를 선호했다.  



이렇게 되자,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와 포털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리고 승자는 포털이었다.(갈등의 승자가 포털이었다는 것을 'ⓔ'라고 해보자) 


포털은 전체를 상대하기보다 각 언론사와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으며 '각개격파'하는 방식을 취했다. (방송은 비디오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공동대응에 성공해 SMR이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세웠는데 유튜브의 등장으로 다시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이 내용에 관해선 별도의 글을 통해 다룰 예정이다.)  


설명이 길었다. 다시 아까 나열했던 차이점, ⓐ ⓑ ⓒ ⓓ로 돌아가 보자. 


ⓐ+ⓑ라는 조건에 ⓔ라는 역사가 결합되면서 ⓒ가 나왔다. 즉 우리나라는 자국 포털을 가진 유일한 나라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자국 언어로 검색이 최적화되어있고, 우리 고유의 것들이 잘 반영되어있는 포털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놀라운 일이다. 포털 덕분에 우리나라는 군소 언론사가 많은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또 어느 날 구글이 망한다 해도 (불가능한 가정일 것 같지만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야후도 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검색을 할 수 있으며 메일을 주고받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https://www.liberatemedia.com/what-would-happen-if-google-disappeared-in-fact-what-is-happening/


그런데 동시에 이러한 조건, 즉 (ⓐ+ⓑ+ⓔ)+ⓒ 때문에 ⓓ가 가능하다. 즉 포털은 분명히 '권력'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포털은 권력이다 


이 포털과 관련해 이른바 '제휴평가위원회'의 명단이 공개되느니 마느니가 기삿거리가 되는 이유도 '권력으로서의 속성'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④



그리고 '이 힘, 권력에 기생해 한몫을 잡아보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아까 처음에 보았던 그 '기사의 탈을 쓴 광고'도 그중 하나이다. 


포털이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을 이용해 어떻게든 트래픽을 끌어보려는 시도는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다. 한 지역 신문사의 온라인팀에 취업한 경험을 기록한 별지기(@greenbeing)님의 글을 보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주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엔 세상 쓸모없어 보이는 내용들이 주로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일회용 정보, 일회용 유희. 나는 그것을 재빠르게 주워 부풀려 기사로 쓰고 내 이름을 달아 송출했다. 수많은 매체들의 비슷비슷한 기사들이 최소 검색 페이지 3장을 넘어갈 정도로 많았다." 


이런 '기생'의 유형은 더 있다. 이른바 '블로거지'도 있고,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네트워크 광고'도 있다. 포털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꿀 때마다 이런 '기생'의 방식도 진화한다. 



언론사들은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제 언론사들은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힘 있는 포털의 중력장 안에서 탈출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기도 한다. 정치적 압력을 받았던 네이버가 언론사를 상대로 '인링크 대신 아웃링크로 전환할까?'를 물었는데 단 한 곳을 빼고는 다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너무 먼 길을 달려왔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4개의 문단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WNMC 기간동안 내 머리속을 떠돌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1. 나는 <개인화, 콘텐츠 유통의 혁명?>를 통해 이번 WNMC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것은 '개인화'라고 정리한 바 있다.  

2. 개인화는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이 말하는 것처럼 '기사의 탈을 쓴 광고'가 아닌, 저널리즘에 입각한 질 높은 기사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다. 달리 말하면 제대로 된 기사로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한 방법이다. 

3. 그러나 포털을 통해서만, 포털 안에서 '인링크'로만 기사가 소비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언론사 웹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꼴찌다.) 이런 시도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4. 그 결과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어뷰징'이 난무하고,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는 어쩌다 아웃링크로 방문한 사용자들에게 흉한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그것도 '19금'광고로. 가끔은 악성코드가 따라오기도 한다. 


역시, 공통의 해법은 없다


해법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시점에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글 <공통의 해법은 없다>에서 다룬 Dame frances Cairncross의 연구보고서 내용을 다시 꺼내본다. 


첫 번째 : 콘텐츠를 생산하는 신문사와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온라인 플랫폼 간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 계약을 규율하는 규범'이 필요하다. 
두 번째 : 시장 경쟁 감독기구가 온라인 광고시장을 조사해볼 것을 권고한다. 즉 '무조건 알고리즘 탓'이라며 불투명하게 돌아가고 있는 시장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내 탓 아니라며 가짜 뉴스의 유통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뉴스가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라.
네 번째 : 각 정부가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언론사, 학계, 온라인 플랫폼과 공동으로 연구하라.


캐린크로스의 보고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특별한 상황'에서 '포털'로 그 대상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도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 

 



 

"뭐라고? 실현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하지 않았었나?"이렇게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비대칭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툴툴대는 국내 포털에만 저런 무시무시한 해법들을 들이대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더군다나 더 근본적으로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하다. 이 전제는 특히 우리 사회, 우리 공동체가 함께 생각하고 판단하고 합의해야 할 전제이다.     

 

첫 번째, '저널리즘에 입각한 질 높은 기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사용자(독자)들에게 '저널리즘에 입각한 질 높은 기사'가 과연 필요한 것일까?  




이전 글 

① 공통의 해법은 없다

② 개인화, 콘텐츠 유통의 혁명?

③ NYT 마크 톰슨 대담

④ 워싱턴 포스트의 6가지 혁신 




| 주석 | 


① https://brunch.co.kr/@iamgh/16 

     http://hobbitwizard.cafe24.com/archives/1257

② PC 인터넷 초기 이른바 '닷컴' 회사들이 뜨던 시대가 있었다. chosun.com이나 imbc.com의 트래픽은 당시 네이버나 다음의 트래픽보다 훨씬 많았다. 믿을 수 없겠지만 imbc가 코스닥에 등록할 때 엄청난 돈이 모였었다. 

③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112093.html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682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555 

    https://brunch.co.kr/@teenkjk/14

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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