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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r 10. 2017

귀 열린 귀머거리

마음수련 명상일기 - 인간관계와 대화

사진 - 신도림 마음수련 명상센터에서


인간관계와 대화가 어려워서 고민이었다. 특히 생각이 너무 많았던 나는 머릿속에서 ABCDEF의 생각을 거쳐 G의 결론을 짓고는 입밖으로는 AD만 이야기해버리기 일쑤였다. 머릿속에 정리가 안 되니까 말로도 꺼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보니 오해를 사거나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말의 앞뒤도 맞지 않고, 결론도 없고. 명상을 하기 전에는 내가 왜 그런지도 모르고 답답했는데, 머릿속이 조용해진 지금은 내가 말하고 싶은 바가 더욱 분명해져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많이 편안해졌다.


짧은 대화에서조차 상대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겉으로 드러나든 속으로 끙끙 앓든, 마음속에 부딪힘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나도 상대와 부딪히고 싶어서 부딪힌 것은 아니었다. 상대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크지가 않았다. 마음수련을 통해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내 마음을 돌아보니 내가 왜 상대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지도 알 수 있었고, 그 원인을 버리니까 부딪힘도 저절로 해결이 되었다.


마음수련에서 알려주는 사람의 마음이란, 자기의 산 삶을 자기 뇌 속에 사진을 찍어 저장해둔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을 사진기에 비유한다. 눈으로 보는 순간, 귀로 듣는 순간, 입으로 말하는 순간,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는 순간에 이미 우리는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세상 속에 들어가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사람은 자기 마음속 세상에서 듣기 때문에 서로 다른 소리를 하게 된다. 과연 누가 들은 이야기를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사진이란, 진짜를 복사했다는 의미이다. 이미 그 낱말에서 드러나듯 사람은 가짜 마음세상에 살고 있다. 살아온 삶에 기억된 생각에 의해서 세상을 겹쳐 보고, 현재라고 착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과 같은 속도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입장에서는 자기가 항상 옳은 줄 알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기만의 마음 세상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마음이 가짜이기 때문에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마음빼기 명상의 핵심이다.


내가 대화하는 것을 힘들어했던 이유를 돌아보니, 특히 내가 미워했던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또'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이 들려서 화가 많이 났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받아치게 되고, 그러면 대화는 중단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와 자연스레 대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상대가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었던 과거의 기억된 생각, 사진들을 다 버리니 그가 다시 나에게 화를 내도 그 순간의 것만큼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오히려 하고 싶은 말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미워하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에게 화를 낸다고 여겨지던 사람의 말투가 상냥하게 들리고, 혹은 화를 내더라도 그 너머에 있는 상대의 마음이 와닿아서 이해가 된다랄까? 상대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내가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마음을 버려보기 전에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토씨 하나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그것이 있는 그대로 듣는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정작 상대의 마음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는 바로 나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대화가 안 통한다'며 불만을 토로할 때조차 무엇이 문제인지를 몰라 답답했었는데, 나를 돌아보니 나는 정말로 고집불통이었다. 나만 옳다고 고집하고 있으니 머리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살아온 삶에 기억된 생각들을 찬찬히 돌아보고 버리기만 했을 뿐인데 점점 다른 사람들의 말도 들리고, 인간관계와 대화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참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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