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 한수남

by 한수남


회전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가

떠밀리듯 나오니 한 해가 다 지나간 느낌


깜박, 깊은 낮잠에서 깨어

다음 날 아침인 줄 알고 화들짝 놀라는 이 느낌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차 한 잔을 홀짝거리고 나니

한 해가 다 저무는 이 싸늘한 느낌


살수록 이상하게 가난해지고

가슴에는 꽝꽝 고드름이 찾아오지만

뜨거운 눈물은 얼지 않으니


한 방울 눈물의 힘에 기대어

또 새로운 유리문 앞에 서있는 이 느낌


호~ 입김으로 유리문을 한번 닦아주고 나서

이제, 문을 열고 안으로 입장해야 한다는

살짝 두근대는 이 느낌


2024년의 저무는 해


keyword
이전 22화국수 한 그릇 / 한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