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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Apr 27. 2020

감정도 습관이다.  

습관처럼 찾아오는 우울함, 걱정과 불안함, 무기력증 관리법

당신은 주로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부정적 정서



어릴 적 맞고 자란 강아지를 집에 데려다 키운 적이 있다. 이름은 코로, 당시 3개월 된 강아지로 우리 집에 와서는 18년을 더 살았다.


코로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맹렬히 짖거나 물었다. 특히 발을 특히 무서워해 자주 사람들의 가락을 물었다. 집에 놀러 왔던 내 친구는 자기 발가락이 물릴까 무서워 뒷걸음질 치다 넘어져 귀가 찢어졌다.


산책 중에 낯선 사람을 만나면 바들바들 떨며 죽일 듯이 짖었다. 혼내기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공격성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으니 어릴 적 경험이 인생 전체를 결정한다 해도 무방하지 싶다.



나도 그랬다.


나는 어릴 적 엄마와의 따뜻했 기억이 없다. 부모님은 바쁘셨고 특히 엄마의 삶은 몹시 고단했었다. 


나였다한 달도 견디기 힘들만큼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이었다. 그래서일까?엄마의 다정했던 모습 대신 짜증을 내던 모습만 기억 속에 잔뜩 남아버렸다.


내가 어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가혹했다. 정서적 냉담함을 견딜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 당하고만 있어야하는 입장이다.


이해한다. 분명 우리 부모님은 그들의 고통을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고단함은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표출되고야 말고 어린아이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엄마가 괴로운 것이 나 때문일까?'

'나로 인해 기뻐했으면.'

'칭찬받을 행동을 해야지.'  



어린아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던하게 굴고, 칭찬받기 위해 착한 아이인 양 굴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모든 아이들이 마냥 착하지만은 않다. 틈만 나면 떼쓰고 싶은 어린아이 일 뿐이다.


우리 아이가 너무 어른스러운가? 다만 그런 척할 뿐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상처 받지 않을 테니까.



안타깝게도
어릴 적의 경험은 인생 전체를 결정한다.




반복되는 감정의 토대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른의 사랑은 아이의 생존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아이의 욕구가 원하는 만큼 채워지지 못하면 아이는 곧 불안해진다.


불안한 아이는 그 사랑을 외부에서라도 얻으려 애쓰게 된다. 자신이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받고자 한다. 그렇게 채워야만 하는 어른이 되어 간다.  


내 부모님은 나를 몹시 사랑하셨지만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의 욕구를 채워줄 만큼 한가하거나 세심하진 못하셨던 것 같다. 예상대로 나는 칭찬에 목을 매는 아이였고 그런 어른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이상한 어른. 그래야 안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사는 가여운 어른.


만약 외계인이 나를 싫어한대도 참을 수 없었다. 우주선을 타고 그가 사는 행성에 찾아가 설득해서라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을 정도로 나는 열심히 살았다. 덕분에 내 삶은 점점 그럴 듯 해졌다. 나 자신에게는 가혹했지만 원하는 모습이 되어간다는 것은 짜릿했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유지하려면?


쉬운 해답만을 찾아 헤매고 부족한 자신을 매일 닦달해야 한다. 그렇게 지치고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져 간다.



채워도 채워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깨진 독


어릴 적 결핍의 경험으로 인한 사랑의 욕구는 채워도 채워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깨진 독과 같다. 계속해서 채우기만 해야 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끊임없이 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겪는다. 이상한 선택을 하고 잘못된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나의 2,30대는 고통스러웠다.



나는 가끔 내가 죽도록 싫었다.




아직도 충분하지 않은 듯한 나의 모습과 마주할  나가 죽도록 싫어지기도 . 그것이 과한 욕심이란 걸 알아도 아무 소용없었다. 내 자신이 자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심정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홀로 괴로웠다.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니 이상한 논리에 빠져들었다.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다.



감정의 노예 허수아비 같은 나  



여행 질문서

"당신은 주로 어떤 감정을 느껴왔나요?"


"저는 불안함을 느껴왔습니다. 몹시 긴장하며 살았지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그 감정은 어디서 왔나요?"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어린아이였던 저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었고 안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부모님은 저를 몹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이 사실이지요."




여행을 통해 나의 습관적인 감정을 찾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길 위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넣은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여행이다. 한정된 배낭 속 공간과 메고 걷기 적합한 무게 안에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선별하여 넣어야 한다. 많아서도 안되고 너무 없어서도 안된다. 그렇게 선택된 물건들은 배낭 주인이 평소 자주 느끼는 감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자주 느끼는 감정대로 배낭을 꾸린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비상식량을 넣고 나눔이 중요한 사람들은 간단한 선물이나 편지지를 넣어 온다. 자아 성찰이 중요한 사람은 일기장을 넣고 재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젠가를 넣는다. 그렇게 자기 식대로 채운 배낭을 메고 한 달간 걸으며 자신의 감정을 깊이 알아간다.


나의 배낭 속에는 염려와 걱정, 괴로움 같은 감정들이 들어있었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알 수 없는 감정들을 파헤쳐보고 싶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감정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다. 다만 모든 관심이 나에게로 향해 있었을 뿐이다.



길을 걷는데 누군가 말 없이 건네 준 작은 선물




그마저도 사랑으로 포용하기


걷는 동안 여전히 나는 습관처럼 불안해했고 자주 나를 혼냈다. 늦게 일어난 것을 가지고 혼내고 빨리 걷지 못하는 것을 보고 미워했다. 그곳에는 비교할 대상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할 필요도 없었는대도 마냥 습관에 젖어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가여워졌다.



작은 아이였던 나.

뭐가 그토록 불안했을까?

 

그 아이를 만난다면 위로해주고 싶다.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괜찮다고.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 거라고.       



혼내는 걸 멈추고, 충분히 쉬게 했으며,  그날 가장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나를 더 사랑하고 더 세심하게 보살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위로하면 습관적인 감정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으리라.



사람에게 학대받던 기억으로
사람을 극도로 경계했던
우리 집 강아지 코로.



코로가 유일하게 무장해제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엄마였다. 그렇게 짖고 무는데도 엄마는 코로를 사랑했다.


어느 날부턴가 코로는 엄마에게만큼은 안심하게 되었다. 엄마의 깊은 사랑이 상처 입은 강아지를 변화시킨 것이다.



이 세상에 비난하고 협박하고 때려서 진정으로 변화되는 사람이 없듯 강아지도 그렇다.


오직 인내와 사랑만이 무언가를 변화시킨다.     



나의 평생에 걸쳐 나를 사랑해줄 유일한 사람인 나.

인내와 사랑으로 나를 돌보고 사랑하다 보면 결핍에서 벗어나 안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부정적 감정에서 서서히 자유로와지는 길일 테다.






여행 질문서

"당신은 주로 어떤 감정을 느껴왔나요?"


여행 질문서 추가 질문

"그 감정은 어디서 왔나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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