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역사(3) :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프린세스 신화
놀랍게도 유성 영화의 시대에 이르러 기념비적 신기록을 달성한 건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였다. 제작비는 150만 달러였지만 흥행 수익은 1000만 달러가 넘었다고 하니, 당시에 얼마나 인기 있는 작품이었는지 알 수 있다.
재밌는 건 월트 디즈니가 모두가 망할 거란 말을 무시하면서 끝까지 만든 작품이 안데르센의 동화였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디즈니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촬영하면서 몇 번이나 파산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존폐가 달린 중대한 작품의 스토리를 오래된 민담으로부터 가져오고, 이 작품이 어떻게든 흥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스토리보다 당시에 시도했던 최신 애니메이션 기술에 대한 확신이 더 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을 쓰건 콘텐츠가 흥미롭지 않다면 성공은 어렵다. 실제로 디즈니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흥행을 기반으로, 오래된 민담들을 작품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대표적인 예가 프린세스 시리즈다.
무너지지 않는 이야기
오리지널 프린세스 계열인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부터 뉴웨이브 프린세스 계열인 뮬란, 라푼젤, 메리다, 모아나, 그리고 독보적인 인기로 아예 독자 노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겨울 왕국 시리즈까지. 이렇듯 디즈니는 그림 형제의 동화에서 세계 각국의 동화들을 수집하여 작품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현대에 이르러 가장 강력한 콘텐츠 왕국 디즈니가 지금도 취하고 있는 노선이 민담을 콘텐츠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마블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마블 시리즈는 "영웅 신화"라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장르 자체가 히어로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거의 대다수의 영화 스토리가 영웅의 여정을 따르고 있다. 이에 반응하듯 마블 시리즈는 거의 매 작품 흥행에 성공하여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조셉 캠벨의 영웅 신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개발한 루카스 필름의 스타워즈 역시 디즈니가 가지고 있으니. 디즈니가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 건 과거와 현대, 그리고 전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민담과 신화를 강력하게 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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