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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백 자판기 Oct 09. 2022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12)

영화의 역사(4) : 할리우드 역대 최고의 흥행작  

Day 15's Topic : Story Grammar

영화의 역사(4) - 할리우드 역대 최고의 흥행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흥행이 종료된 이후 할리우드의 흥행의 역사를 써 내려간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이다. 이 작품은 시대적 인플레이션 적용 기준으로 보아도 역사상 최고의 흥행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이후에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이 무려 26년 만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흥행 기록을 이기고 1위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재개봉으로 인해 4년 만에 1위 기록을 다시 내어주어야만 했다.



  흥미로운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성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의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억척스러우리만큼 주체적인 여성상을 가졌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당시에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캐릭터였다. 그녀는 전 재산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잃지 않았고, 하다못해 영화의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잃어버린 상황에서조차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 뜰 테니까."라는 말을 남기며 오늘이 아닌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의지를 다진다.


비비안 리가 연기한 스칼렛 오하라


   노예제도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만연한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백설 공주>에 이어 여성이 주체적인 스토리가 글로벌 메가 히트를 쳤다는 건 상당히 생각해 볼 만한 점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앞서 논의했던 대로 <영웅의 여정>에 부합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였던 걸까?



로맨스물과 영웅 서사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정말로 되는지 한 번 시도해 보자. 앞서 스타워즈와 마찬가지로 <영웅의 여정>으로 분석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시퀀스 1. 일상 세계

 남부의 대농장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는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성으로 태어났다. 그녀는 그녀의 외모를 무기로 남성들을 홀리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시퀀스 2. 모험의 소명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는 스칼렛 오하라였으나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애슐리였다. 그러나 애슐리는 그녀의 사촌 동생과 약혼을 진행했고, 그녀에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것을 권유한다.


시퀀스 3. 소명의 거부

 하지만 스칼렛 오하라는 애슐리가 자신의 곁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홧김에 찰스와 결혼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후 찰스는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남북 전쟁으로 인해 남부를 떠나 애틀랜타로 정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시퀀스 4. 정신적 스승과의 만남

 애틀랜타에 정착해서 살아가곤 있었으나, 결국 애틀랜타는 북군의 포위를 당하게 되고, 스칼렛은 다시 남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레트 버틀러에게 큰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레트 버틀러는 그녀를 남부까지 피신시키고 작별 인사와 함께 남부 정부군에 입대하러 떠난다.


시퀀스 5. 첫 관문의 통과

 도착한 고향은 더 이상 안락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농장은 황폐해졌고, 가축은 모조리 도둑 맞고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집을 일으켜 세우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스칼렛은 나름대로 빈집털이를 하러 온 북부 탈영병을 직접 쏴 죽이는 듯 심적으로도 강인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시퀀스 6. 시험, 협력자, 적대자

 그러나 몰락한 집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전쟁은 남부의 패배로 끝났고, 전쟁터에 나갔던 인물들은 돌아오기 시작했으나, 북군에 의한 군정 시기가 도래하게 되면서 남부 농장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세금을 징수한다. 만일 이대로 세금을 지불하게 된다면 그녀는 농장을 잃게 될 것이다.


시퀀스 7. 심연 가장 깊은 곳으로의 접근

 세금 때문에 전 재산을 잃게 생긴 스칼렛은 어떻게든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도와줄 남성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녀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던 레트 버틀러마저 북군에 의해 수감되어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스칼렛은 여동생의 애인 프랑크 케네디와의 결혼을 강행하여 그의 재산으로 자신의 농장을 지킨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의 재산으로 새로운 사업까지 추진하여 수많은 경영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시작한다.


시퀀스 8. 시련 (스승의 죽음)

 그러나 그녀는 경영일에 몰두한 나머지 그녀의 몸을 돌보는 것을 간과했고, 바쁘다는 이유로 슬럼가를 혼자 다니던 중 한 흑인에게 성추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에 분노한 그녀의 남편 프랑크는 자신의 아내를 성추행한 흑인을 보복하러 갔지만 그만 살해당하고 만다.


시퀀스 9. 보상

 다시 혼자가 된 스칼렛은 절망에 빠졌으나 레트 버틀러가 그녀에게 다가와 자신과 결혼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가 그녀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던 스칼렛은 레트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애슐리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시퀀스 10. 귀환의 길(보상을 입었으나 마지막 최악의 상황에 이름)

 그녀의 결혼 생활은 호사스러웠다. 레트는 부유한 남성이었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성이었다. 그녀가 만일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녀의 결혼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애슐리를 여전히 잊지 못했고 이를 눈치챈 레트는 그런 그녀로부터 지쳐간다. 그러던 중 낙마 사고로 딸까지 잃자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레트와의 이별이 사실상 정해진 수순일 무렵 애슐리의 아내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해 사망하고, 스칼렛은 혼자 남은 애슐리를 마주한다.


시퀀스 11. 부활

 그녀의 진정한 행복은 애슐리와의 삶에 있다 생각한 스칼렛은 단번에 애슐리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막상 그녀는 애슐리를 보았을 때 자신이 사랑했던 애슐리는 그저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인물은 자신이 힘들 때마다 곁에 있어주었던 레트 버틀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퀀스 12. 영약을 지니고 귀환

 애슐리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난 스칼렛은 이미 떠나기로 결심한 레트를 붙잡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인물은 레트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레트는 이미 지쳐버린 뒤였다. 결국 레트는 그녀의 곁을 떠났다. 그러나 스칼렛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택했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라는 말과 함께 남아있는 삶을 최선을 다해 살가기로 결심한다.



  소설로는 1000페이지, 영화로는 4시간이 넘는 영화이다 보니 전체를 12 시퀀스로 분리하는 게 맞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얼추 큰 줄기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영웅의 여정 공식에 아주 어긋나는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사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부합하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다. 정리하던 중 재미있었던 점은 스칼렛의 여정은 남북전쟁이라는 거대 사건보다 "첫사랑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였다는 것에 있다. 즉,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녀가 사랑의 환상에 빠졌다 진정한 사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reference


series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1) : 조셉 캠벨과 융의 분석 심리학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2) : 영웅의 여정 17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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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외전) : 생각할 점을 안겨주는 단편 영화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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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5) : 씬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6) : 시퀀스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7) : 이야기의 황금 비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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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9) : 영화의 역사(1) - 최초의 영화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10) : 영화의 역사(2) - 최초의 장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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