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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6. 2022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10)
영화의 역사(2) : 최초의 장편 영화
Day 12's Topic : Story Grammar
영화의 역사(2)
지나치게 긴 장편 영화의 탄생
처음엔 5분도 못 다뤘으니 좀 더 긴 영화를 다를 수 있다면 한 30분짜리 영화가 나오겠거니 했던 건 오산이었다. 원래 천재가 야망을 가지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 그리피스 감독이라는 야망 있는 감독이 3시간짜리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탄생은 백인 우월주의 사상으로 점철된 문제적 작품이긴 하나 영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의 편집 기술을 한 차원 끌어올림으로써 영화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작품은 대중적으로도 성공하여 그리피스 감독에게도 대단한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국가의 탄생>의 줄거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꺼려하는데, <국가의 탄생>이 다루는 이야기 자체가 "KKK 단의 영광스러운 탄생"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대의 데칼코마니
재미있는 점은 당대 기준으로 예술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이 영웅 탄생 신화와 유사한 스토리를 가졌다는 점이다. <국가의 탄생> 2부 줄거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벤은 흑인들의 악행(참정권, 흑인과 백인 간의 결혼 합법화, 백인 전용 시설 철폐)을 보며 안 좋아지는 세상에 대해 한탄한다.
그러던 중 그의 여동생이 흑인으로부터 도망치다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분노한 벤은 흑인의 악행으로부터 백인들을 구하기 위해 KKK 단을 모집하여 위기에 빠진 마을들을 구해낸다.
그리고 마침내 흑인들의 투표를 무력으로 막음으로써 백인들에게 환호성을 받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막을 내린다.
- 국가의 탄생 (1915)
그리피스의 사상이 점철된 이 줄거리는 매우 끔찍하다. 그러나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토리 구조 그 자체에만 집중해본다면 영화 <어벤져스> 스토리와 굉장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우선 줄거리 속의 "흑인"과 "백인"을 단순하게 "악당"과 "주인공"으로 치환해보자.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주인공 벤을 "토르"로, 악당 흑인을 "타노스"로 치환해서 줄거리를 다시 꾸려보자.
토르는 타노스로 인해 불안에 떠는 인류를 보고 위기를 느낀다.
그러던 중 그의 동생 로키가 타노스로부터 도망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분노한 토르는 타노스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아스가르드인들로 구성된 군대를 모집하여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릿을 사용하려는 것을 막음으로써 인간들에게 환호성을 받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막을 내린다.
- 어벤져스 엔드 게임 (2019)
놀랍게도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만 바꿨을 뿐인데 두 이야기는 매우 흡사하게 느껴진다. 국가의 탄생은 1915년에 나온 영화이고,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2019년에 나온 영화인데 말이다. 즉, 동일한 스토리에 캐릭터만 치환했을 뿐인데 과거에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이 현대에도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장르가 동일한 영웅 서사 구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까? 아니면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걸까? 우선은 원래의 목표대로 할리우드에 유행했던 영화들의 리스트를 조금 더 살펴보면서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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