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천, 물은 고요히
흘러가고
초록 풀들 사이
빨간 양귀비 꽃이
조용히 몸을 열었다
너는
유혹의 꽃,
그렇게 아름답고
또 그렇게 신비로운 꽃
내 눈에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을
흔들어놓을지 모르겠네
너의 이름이 품은
두 얼굴의 역사
혹은 그 이름이 너의 아름다움을
가리려 했던 걸까?
내가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도
아름다움과 그늘이 함께
피어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면
너는 다시 나를 부른다
너의 꽃잎 속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들을
어찌 들을까,
내가 너를 너무 가까이 하면
그 이야기가 내게
스며들지 않을까,
양귀비야,
너의 유혹에
잠시 머물러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떨리는지
어쩌면 그 떨림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가
숨어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