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Feb 15. 2022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

#PSH독서브런치141

사진 = 네이버 영화 <불한당> 스틸컷


서론. 그동안의 글에서는 자기 기준이 있고 일관성 있는 사람인지, 본인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람인지 등 신뢰할 만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이번에는 상대방의 특성이 아닌 '나의 능력' 관점 즉,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의 관점에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은 크게 1) 상황 파악 능력, 2) 기억력, 3) 보복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본론1. [상황 파악 능력] 영화 불한당에서 재호(설경구 분)는 현수(임시완 분)에게 "사람은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라고 합니다. 이는 인간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이기적인 존재이며 따라서 언제든 상대방이 나의 믿음과 신뢰를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한 말로 보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었을 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그 사람이 취할 행동'이 나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에 대한 상황 판단일 거예요.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설명하는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평판에 대한 걱정, 거래를 반복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사기와 절도에 대한 법적 제재 때문"입니다. 즉, 성악설을 받아들인다면 상대방이 '잃을 것이 있는' 사람이며,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을 원하는 사람인지, 법적 제재에 예민한 사람인지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과 그가 처한 상황 파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본론2. [기억력] 이태혁 작가는 <사람을 읽는 기술>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리 질문을 많이 해도 답변은 간결하고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거짓을 진실로 합리화하는 데는 시간이 흐를수록 답변도 길어지고, 그 답변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일관성도 흐트러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심문하고 기록해두지 않는 이상 어떤 사람의 일관성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나의 기억력이 아닐까 싶어요. 즉, 일관성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성임을 인정한다면 이를 검증해보기 위해선 기억력이 핵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론3. [보복 능력] "홉스(Hobbes)가 설파했듯이 인간 사회는 정글의 원칙에 따른 포식자와 피포식자들 간의 죽고 살기의 무서운 먹이 사슬이어서, 인간은 무질서하고 무자비한 투쟁의 긴장과 공포로부터 한순간이라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관점에 동의합니다. (『논어』의 논리 : 철학적 재구성, 박이문, 문학과 지성사) 그리고 정글과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옆 사람과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사피엔스가 그들보다 덩치가 컸던 네안데르탈인과 경쟁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허구의 등장으로 사피엔스간 협력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던 것처럼요. ("일대일 결투라면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를 이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명이 맞붙는다면 네안데르탈인에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협력했던 옆 사람이 나를 배신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내가 그 사람에게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게임이론 TFT(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설명하며 "보복의 위협은 항상 존재해야" 하고 "보복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은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일 수 있다고 설명하듯이요. 즉, '배신해서 좋을 게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주변을 믿을 만한 사람들로 채우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성선설과 성악설 중 무엇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악설을 가정하고 행동하는 게 나의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한 전략이라고 믿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게 나으니까요. 다만 이런 이성적인 전략만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 사람을 내 곁에 둘 수 없을 거예요. 상대방과 나의 감정적인 교류, 교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며 이에 대해서는 추후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28

https://brunch.co.kr/@thepsh-brunch/31

https://brunch.co.kr/@thepsh-brunch/69

https://brunch.co.kr/@thepsh-brunch/74

https://brunch.co.kr/@thepsh-brunch/94

https://brunch.co.kr/@thepsh-brunch/13


작가의 이전글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독서의 의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