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78
#PSH독서브런치013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에서 돈을 받는 프로가 된다는 것은 돈의 요구에 맞춘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하며, 돈의 요구 앞에서는 나 자신이 지워지기 쉬움을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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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조금 더 범위를 좁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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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독서브런치075 [영화 러브레터가 슬픈 영화인 이유]에서 일반 직장인은 회사 주인인 주주의 대리인의 대리인의 대리인의 대리인 처지임을 이야기한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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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취업한 직장인은 주주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가장 중요성이 떨어지는 수단, 부품, 소모품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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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직장인의 처지는 망치, 의자, 펜과 같은 소모품과 같은 처지일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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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간은 망치와는 분명 다른 존재이므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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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칸트 철학을 가르치는 것('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종교를 배포하는 것("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는 마라. 그가 밤에 날 죽일지 모르니까"(사피엔스에서 발췌)), 노동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것(최저임금),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노동법) 등이 그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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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과 같은 것도 주인이 노예를 효과적으로 부리기 위해 고안해낸 정치적 수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노동자는 거대한 생산 수단의 부품으로 전락하는 산업화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일에서 성취와 보람을 느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노동자는 임금에서 노동의 보람을 찾고자 하지만, 그것마저도 나의 노동에 대한 온전한 대가라기보다는 나의 노력과 시간 투여의 일부분만을 대신 받는 것이다. 임금에서도 노동자는 소외된다. (시민의 교양, 채사장, 웨일북)
2. 큰 집단에서는 각 개인을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실제로 그렇게 된다. ... 대규모 기관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일상적으로 구성원을 교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이나 군사조직, 대기업, 국회와 시의회, 시립오케스트라, 프로축구팀들을 생각해 보자. 이런 각 기관에 속한 개인의 자리들은 이미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적이 있고, 현 구성원들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원이 계속 교체되는 동안 그 기관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소모되는 남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시그마북스)
3. 우리는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의 삶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나를 중심으로 구성된 세계 안에서는 그가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의 여부만이 유일한 관심사이다. 즉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타인을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놓고 심하게 비난할 수는 없다. 인간은 가혹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므로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생각의 길)
이런 구조가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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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 아주 효율적이며, 직장인 입장에서도 잘 활용만 하면 아주 효율적인 구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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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주주, 경영진과 달리 직장인은 일정한 수입과 권리를 보장받으며 퇴근 이후 여가 시간에 회사 이외의 일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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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주주, 경영진이 의사 결정하는 방식, 대리인을 다루는 방식을 지켜보고 학습하며 직장인 이후 주인의 삶을 차근히 준비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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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구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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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주인에게 돈을 직접적으로 벌어다주지 못하는 문과 직장인(대리인)이 살아남는 전략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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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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