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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영화 러브레터가 슬픈 영화인 이유

#PSH독서브런치075

사진 = 영화 러브레터 공식 포스터


'직장이라는 데는 웬만하면 다 같이 하찮아지는 곳'이란 표현을 '오늘만 사는 여자'라는 책에서 읽었는데 공감되는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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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의 대리인은 경영진, 경영진의 대리인은 임원진, 임원진의 대리인은 중간관리자, 중간관리자의 대리인은 실무자이므로, 대리인의 대리인의 대리인의 대리인인 저 같은 월급쟁이는 구조적으로 가장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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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하나 작가가 '힘 빼기의 기술'에서 말한 것처럼 사랑만큼은 나를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의미를 찾기엔 완벽하게 허무한 삶에서, 한 존재가 다른 수많은 존재 중에 하필 바로 그 단 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막연히나마 ‘아, 내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이 세상에 왔구나’하고 느끼게 되는 사건이라니, 대단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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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후지이 이츠키 관점에서 영화 러브레터는 잊었던 첫사랑을 찾아가는 스토리이고, 많은 분들이 여기서 감명받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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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의 나레이터인 와타나베 히로코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사실은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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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조차 대리인이 된 와타나베 히로코와 월급쟁이인 저의 입장이 겹쳐졌습니다.



1. 잔인한 말이지만, 남자 후지이 이츠키는 자신의 첫사랑과 닮았다는 이유로 와타나베에게 사랑을 느꼈다. ... 흥미로운 것은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이입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을 원본같은 여자로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 와타나베는 “그녀와 닮았다는 이유로 나를 선택한 걸까요.”라고 말하며 아파한다. 그리고 대개, 우리는 후지이 이츠키가 아니라 ‘와타나베’와 닮았다.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 강유정, 민음사)


2. 어떤 문장도 삶의 진실을 완전히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어떤 사람도 상대방을 완전히 정확하게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한 진실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이것은 장승리의 두 번째 시집 『무표정』에 수록돼 있는 시 「말」의 한 구절인데, 나는 이 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고통을 자주 생각한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마음산책)



내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받고 싶고, 있는 내 모습 그대로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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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욕망은 돈의 요구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하는 사회인에게 충족되기 어려운 욕망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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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하며 직접 욕망을 충족시키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간접 충족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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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 감독은 관객들이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에 감정을 이입해 그 욕망을 충족하길 바랐겠지만, 저는 제 처지와 비슷한 와타나베 히로코에 더 이입이 되어 더 슬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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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떻게 영화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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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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