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브랜드의 확장은 다시 로컬이다
우리는 어떤 ‘시작’을 찾을 때 ‘뿌리를 찾아서!’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브랜드도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죠. 그중에도 로컬 브랜드는 지역에 오래 머무른 사람이거나 오래된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역에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것은 로컬의 오랜 과제이자 역할이에요. 지역에서 이탈한 인구 1명을 다시 회복 하려면 수십 명의 관광객이 필요하다고 하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하고 뻗어나가는 로컬 브랜드는 사람을 끌어오는 데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심당과 대전의 관계를 생각해볼까요? 성심당이 성장하면 대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빵’이라는 키워드로 대전을 더 확실히 알리게 됩니다. 반대로 대전이 ‘빵’으로 더 잘 알려진 도시가 되어 성장할수록 성심당은 대전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겠죠. 즉, 로컬 브랜드가 확장하려면 지역이 성장해야 하고, 지역이 성장하면 브랜드도 성장합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로컬 브랜드와 로컬은 함께 성장해나가는 관계인 셈입니다.
로컬 브랜드의 확장은 다시 로컬이다
확장할수록 다시 밀도가 더욱 차오르는, 아이러니하고도 당연한 9번째 법칙을 보여주는 강릉과 부산의 로컬 브랜드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커피 자판기와 국내 최초 스페셜티 커피 테라로사,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알리다
강릉 하면 커피 거리.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저도 커피 자판기가 있는 거리로 처음 강릉을 알게 되었어요. 강릉이 해변을 낀 ‘커피 거리’로 이름을 알린 데는 스페셜티 커피를 한국에 대중화 한 ‘테라로사 커피’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용덕 대표는 서울의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맛 본 후 해외에서 고급 커피 문화를 수없이 경험하며, 믹스 커피가 장악했던 95%의 국내 커피 시장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그의 고향인 강릉에서요!
*스페셜티 커피 : 지리, 기후, 생산지 등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커피 중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평가를 거쳐 기준 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테라로사는 강릉의 시원한 이미지처럼 높고 탁 트인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이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을 기준으로 강릉에만 4개 지점, 전국에 21개 지점으로 몸을 늘렸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강릉 오면 테라로사지!’를 외치기도 하고, 원조 테라로사와 다른 커피들을 함께 경험하고자 강릉에 오기도 하죠.
실제로 테라로사 커피가 생겨난 후 1호점이 있는 강릉 구정면의 커피 공장에는 커피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과 테라로사 커피 뮤지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트 컬렉션이나 세계 각국의 커피 문화를 소개하는 등 강릉을 ‘커피 관광’으로도 확장시킨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카페 툇마루, 초당커피정미소 등 테라로사를 이을 강릉만의 시그니처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들과, 벌써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는 ‘강릉커피축제’ 또한 그 결과예요.
*매년 10월 개최. 바다를 보며 즐기는 커피 프로그램 및 체험과 100인의 바리스타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다.
강릉 하면 커피, 커피의 도시 하면 강릉. 원조 스페셜티 커피와 초당옥수수 커피 메뉴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강릉이라는 지역이 ‘커피의 도시’로 점점 몸집을 불려가고, 테라로사 커피를 포함한 강릉의 수많은 로컬 카페들도 커피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함께 성장하고 있네요:)
부산 하면 해운대/광안리? 다리까지 건너게 만드는 어묵의 매력
여러분은 혹시 어떤 브랜드의 어묵을 드시나요? 생선으로 만드는 흔한 어묵이 무슨 브랜드가 있나 하시겠지만 ‘어묵’ 하면 가장 먼저 ‘부산’이 떠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53년부터 부산 영도구에서 자리를 지켜온 부산어묵이 현재 3대째를 거쳐오며 ‘삼진어묵’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영도구에는 흰여울문화마을, 모모스커피 등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도 삼진어묵은 오랜 역사를 지키면서도, 어묵을 베이커리화 한 트렌디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영도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어요. 그냥 어묵은 마트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고-급스러운 디저트의 모습을 한 이 어묵들은 오로지 부산 영도의 삼진어묵에서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영도 하면 삼진어묵, 삼진어묵 하면 영도가 떠오를만 하죠?
삼진어묵에 들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로컬 브랜드와 지역 문화 플랫폼인 ‘아레아식스’ 때문입니다. 마켓이 열리는 스트리트 공간부터 코워킹 스페이스, 라운지까지 구성되어있어요. 오랫동안 어묵으로 부산을 알리고 또 부산이 가진 ‘해산물’과 ‘어묵’ 이라는 자산을 통해 성장해온 삼진어묵이 비영리재단 ‘삼진이음’을 운영하며 부산 로컬 브랜드를 위해 열게 된 더욱 의미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인지 카페가 아닌 F&B 브랜드로서는 삼진어묵과 아레아식스가 부산 영도의 이른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어묵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부산을 떠올리고, 부산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삼진어묵을 떠올리는 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삼진어묵이 멀리 뻗어나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과 어묵을 먹고픈 마음(?)이 다리 건너 영도까지 닿아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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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확장될수록 다시 밀도 높아지는 신기한 로컬 브랜드와 로컬, 어떠셨나요?
어떤 지역을 이야기 할 때 번뜩 떠오르는 로컬 브랜드가 하나라도 있다면 아마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그곳을 향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브랜드가 성장하면 우리 지역의 일상이 브랜드로 더 풍부해지고, 내가 사는 지역이 승승장구하면 지역의 브랜드가 더욱 성장하고. 그건 다시 풍부한 브랜드적 일상으로 더해질 거예요. 이번 주말은 우리 지역에 있는 로컬 브랜드에 한 번쯤 더 들러보세요. 수십 명이라는 관광객의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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