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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스thnx Oct 24. 2022

인생은 어쩌면, 겉뜨기와 안뜨기

취미가 업이 되어가는 이야기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나 이거 왜 자꾸 틀리는 거야?

몇 번 고백했지만 저는 기계처럼 고르게 편물을 떠내려가는 사람도 아니고 도안을 척척 그려내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뜨개 애호가'로 뜨개라는 행위, 그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이랄까요. (어쩌면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사실인 것을.)


뜨개라는 행위가 가장 좋은 순간은 '무아지경 떠내려갈 때'인데 생각해보면 대개 겉뜨기나 안뜨기 처럼 기본 뜨기를 반복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큰 고민 없이 바늘을 찔렀다 뺐다 실을 감았다 풀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편물은 어느새 이만큼 자라나 있고 마음은 가벼워지니 이 단순한 기법들을 사랑할 수밖에요.

조금 난이도 있는 기법들은 주의를 온통 기울이며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니 조금은 피곤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뜨개 애호가는 이 기본 뜨기를 특히 편애하죠.


그런데 최근에 이 기본 뜨기만을 이용한 샘플을 뜨다가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벌써 열번째 풀고 있어요. 10단도 채 뜨기 전에 계속해서 틀리고 틀리고 틀리고를 반복해서 말이죠.


뜨개의 가장 좋은 점은 틀리면 풀 수 있다는 것이야.
이렇게 관대한 취미 본 적 있니?


뜨개의 가장 좋은 점으로 늘 말해왔던 '틀리면 풀면 된다'라는 말도 지금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너무나 뜨고 풀고를 반복해서인지 실은 얇아져 있고 마음은 쪼그라들었어요. 뭐가 문제인지 찾아내자. 찾아내!

애증의 겉뜨기 안뜨기가 되어버렸다

원인이 뭘까... 고민하다가 "요즘 마치 블로킹하는 배구선수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 번에 다양한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최근엔 그게 좀 과했던 것 같아요.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 레이어가 가득 차서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회로 자체가 고장 나 버린 것 같고ㅎㅎㅎ 그래서 이렇게 단순한 겉뜨기 안뜨기 반복 뜨기도 오류가 나버리고 마는 것 같습니다.


진행하는 다양한 일들 중
마음을 무겁게 하던, 그러나 미루고 있던 일을 어제 끝냈습니다


그 일을 끝낸 기념(!)으로 다시 겉뜨기 안뜨기에 콤보에 도전했는데요, 현재까지 "틀린 부분이 없음!"을 보고합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쉽고 단순한 일일수록 작은 실수 하나의 여파가 무진장 커지더라고요. 왜냐하면 너무나 쉽고 단순한 일이라서 대비책을 생각해두는 일이 별로 없거든요. 예상치 않은 작은 구멍이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해결의 길은 더욱 멀어집니다.


지금 하는 일과 생각에 충실할 것. 쉽다고 얕보지 말 것.

만만하게 봤던 겉뜨기 안뜨기 콤보 사태를 겪으며 ㅎㅎ 새삼 깨닫습니다.


실은 스팀을 쐬어 원상 복구해보고
괜히 바쁘기만 했던 마음도 리셋하기



이번 주 저의 숙제이고요,

계속 풀기만 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겉뜨기 안뜨기 콤보도 매일 주의를 기울여 가며 아침, 저녁으로 뜨려고 합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완성하고 싶거든요. 이번 주 저의 #출근전 #퇴근후 #리추얼 입니다.


중간에 풀게 되지 않는다면 완성작을 브런치에 공개하겠습니다.

꾀부리지 않고 한눈팔지 않고 떠내려간 인생의 완성작을요!



지금까지의 이야기, 역주행하기

1) 뭐라고? 회사 그만두고 뜨개'질'을 한다고?

2) 어쩌다 보니 사장님이 되었네

3) 너 A4용지 돈 주고 사본 적 있어?

4) 작가님께 그림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5) 누구나 바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6) 매주 금요일, 뜨개클럽이 열려요

7) 광고기능이 영구적으로 제한되었습니다

8) 오프라인까지 가봐도 될까요?


내가 뜨는 라이프스타일, 땡스 thnx

직업인들의 뜨는 취미생활

오늘 쌓인 스트레스, 지금 뜨면서 풀어요

땡스 thnx는 과정을 즐기는 뜨개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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