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이모 Apr 11. 2021

비누

그렇게

무심하게

비벼대고

누르는 나에게


너는


원망은커녕


몸을 녹여 정화를

맘을 녹여 향기를

주는구나


오열도

몸부림도

마땅한 때에


오히려 너는


부딪혀 깨질 때마다

더 풍성하게


문질러 닳아갈수록

더 우아하게


두 손 가득

향취로 피어나는

황홀한

뭉게구름 안겨주고


더욱 얕게

더욱 짙게

여위어 가는구나







사진가  구본창님의 비누 시리즈 중에서





에필로그: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주신 구본창 사진작가님 감사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외국인 수행통역 일로 작가님의 작업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비누'라는 작품을 설명과 함께 처음 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제가 매일 만지는 비누가 결코 예전과 같이 보인 적이 없습니다.  깨지고 녹아내려 거품으로 사라져도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남겨주는 비누의 이야기, 참 향기롭습니다.  눈으로 그 향기를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8화 88년도 8만원의 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