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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Nov 07. 2018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아버지 예술학교>를 만나다.

아빠와 아이가 예술로 서로를 발견하는 [아버집] 프로그램 참관기

[Things we watch]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본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영화, 다큐멘터리나 책일 수도 있고 공연일 수도 있고 재밌게 들었던 팟캐스트, 영상 클립일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를 보고 나서 꼭꼭 씹어 소화하고 싶고 콘텐츠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글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7~9세 아이의 아빠들과 함께한 아버지 예술학교 [아버집] 프로그램 참관기입니다. 아이와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혹은 주말처럼 시간이 날 때 몸으로 실컷 놀아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아빠와 아이가 함께 예술 놀이를 하며 친해지는 [아버집]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버지 예술학교? 아버집이 뭐예요?


아빠와 아이가 3주 동안 매주 토요일 3시간씩 함께 집을 만들어보는 경험, [아버집] 프로그램 (사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아버집] 프로그램은 아빠들이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아이와 예술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가까워지도록 기획한 아버지 예술학교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데 관심이 많지만 어떻게 해얄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아빠들을 위해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아빠와 아이가 3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3시간 동안 내내 함께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아버집]의 의미는 신체와 설치 미술을 통해서 집을 구현하는 활동입니다. 집은 우리 모두가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첫 번째의 피난처죠.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에 나왔을 때 가장 처음 만나는 집은 무엇일까요? 아바타, 나비족의 몸처럼 우리가 입는 첫 번째 집은  몸이 아닐까요? 그래서 몸과 설치미술을 통해 집을 만들면서 예술의 언어를 특별하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해요

TA(Teaching Artist) 의 프로그램 소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아이와 아빠의 모습


오늘은 아빠가 아니라 큰 친구?!


프로그램이 시작하자마자 아이와 아빠, 모두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으라는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오늘은 아이든 아빠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누군가의 딸, 아들, 아빠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활동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에서 벗어나, 아이도 아빠도 나의 이름을 스스로 내가 다시 지어보는 시간을 가졌죠. 새롭게 만든 이름은 단어나 색깔, 동물, 관심사까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이끌어주는 선생님(TA)의 이름은 설레임, 빨간 머리 앤, 땅이었고 어떤 친구는 귀요미, 어떤 아이와 아빠는 아롱이, 다롱이, 어떤 아이와 아빠는 톰과 제리이기도 했습니다.


이름을 새로 지으면서 오늘만큼은 아빠가 아니라 모두 다 친구로 부르기로, 아빠라고 부르지 않기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오늘 아빠는 키가 크고 덩치가 큰 든든한 친구입니다. 아빠도 아이를 부를 때 내 아이, 내가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할 수 있도록 작은 친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아빠의 어린 시절, 지금 내 아이 같은 친구를 떠올리며 오늘은 친구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왜 친구로 부르는 건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이런 장치가 필요했는지 너무나 와 닿았습니다. 어쩌면 집에서도 가끔은 아이와 야자타임처럼 아빠 - 아이가 아니라 큰 친구 - 작은 친구로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어른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동등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으니까요.  


큰 친구와 작은 친구가 몸으로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습. 두 친구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큰 친구! 작은 친구와 말없이 교감해본 적 있나요?


이름을 짓고 나서 "마음껏 움직여보기"를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위치를 돌아다니며 움직여보고 어딘가에 멈춰 서기도 하면서 공간감을 느껴보는 경험이었는데요. 그러고 나서는 큰 친구, 작은 친구가 서로 자신의 짝을 찾아, 짝이 하는 활동을 그대로 따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단, 말을 하지 않고 말이죠. 처음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어색했습니다. 특히 큰 친구들이 많이 어색해했는데요. 서로의 마음을 말로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작은 친구들은 정말 빨리 적응했지요. 말없이 몸으로 하는 소통에 더 익숙하다고나 할까요? 큰 친구를 졸졸 따라다니고 따라 하고 눈을 맞추고 교감하려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큰 친구보다 더 소통 전문가 같았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큰 친구와 작은 친구가 상대의 마음을 읽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지켜보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몸으로, 마음으로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지만 평소에 너무 잊고 있었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친구들은 더 생생히 느꼈을 거예요.


큰 친구, 작은 친구가 말을 하지 않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모습. 아이들은 왠지 이러한 소통이 더 익숙한 모양이다.


큰 친구! 작은 친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번엔 큰 친구가 작은 친구 옆에 앉아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친구의 팔을 들어서 팔 무게를 느껴보면서 무거운지 가벼운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들고 있던 작은 친구의 팔을 내 몸처럼 소중하게 내려놓기도 했지요. 반대쪽으로 가서 반대 팔을 잡아당겨보거나 다리 한쪽을 들어보기도 하고 머리를 늘려보거나 귀를 살살 막아 보면서 신체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작은 친구의 팔, 다리를 잡고 공간을 돌아다녀보면서 움직임과 공간에 대해서도 함께 느껴보았죠. 작은 친구도 큰 친구의 몸을 찬찬히 느껴볼 수 있도록 같은 활동을 해보았습니다. 큰 친구의 머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손은 얼마나 큰지 찬찬히 느껴보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낍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움직임, 공간에 대해 함께 교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활동 내내 작은 친구들은 그저 신나고 즐거워 보였지만, 왠지 큰 친구들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울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처럼 평소에 집중해서 작은 친구의 몸을 바라본 적이 없다는 게 와 닿아서일 수도 있고, 아이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훌쩍 커버려서일 수도 있겠죠?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는지, 작은 친구가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순간


큰 친구와 작은 친구! 함께 몸으로 집을 지어볼까요?


마지막으로는 공간 전체가 스케치북인 것처럼 몸으로 집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을 몸으로 그리는 거죠. 각자 자유롭게 손가락으로 모서리와 모서리를 연결하면서 선을 그어보기도 하고 무릎으로 구불구불 곡선을 그려보기도 하고 낯설지만 정수리로 상상의 점을 찍으며 자유롭게 선을 만들고 공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처음엔 작은 친구, 큰 친구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점들을 연결해서 선을 긋고 공간을 만드는 것을 어색해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점을 상상하는 것도, 낯설게 몸을 움직여 선을 긋는 것도 어렵게만 느껴졌죠.


눈으로 보이는 점들을 연결하다가 점점 상상의 점을 찾아가는 작은 친구와 큰 친구들


그런데 설레임이 상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집을 만들 수 있다고 용기를 주자 작은 친구, 큰 친구가 함께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친구가 먼저 몸으로 선을 그으면 다른 친구가 이어서 선을 그으면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상상의 공간에만 들어가면 작은 친구와 큰 친구 모두 자유로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친구가 발끝으로 곡선을 그리면 큰 친구가 어깨로 직선을 이어 그리기도 하면서 한 팀을 이루어 함께 몸으로 공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던 친구들이 몸으로 상상의 점을 잇는 모습이라니.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관찰자로서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상상의 공간 안에서 한껏 자유로워진 작은 친구와 큰 친구. 그들이 함께 만드는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큰 친구! 작은 친구와 함께 한 3시간 어떠셨어요?


세션이 끝나고 3시간의 활동이 어땠는지 큰 친구에게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집 짓기를 가장 열심히 참여하던 큰 친구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겁이 나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진심으로 즐거워했습니다. 작은 친구와 끊임없이 장난치던 큰 친구는 "평소에 야근이 많아서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다가 오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했죠. 대다수의 큰 친구들이 "온전히, 오롯이 둘이서 3시간 동안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색다른 경험을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뿌듯해했습니다. 결국 함께 한다는 게 가장 좋았던 거죠!


더 잘 놀아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을 지속할 수 있도록. 큰 친구와 작은 친구에게 2차시 준비를 위한 숙제가 주어졌는데요. 바로 놀이 도장이었습니다. 집에 가서도 서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놀이표를 참고해서 큰 친구들이 하나씩 클리어하면 작은 친구들이 도장을 찍어주는 숙제였죠. 아빠가 아이에게 칭찬 도장 찍어주듯 작은 친구가 큰 친구에게 찍어주는 칭찬 도장이랄까요? 아빠들이 활동을 통해 "더 잘 놀아줘야지" 마음먹은 의지를 부담스럽지 않게 집에서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기획한 작은 배려였습니다.


이번 주말! 놀이 도장 한개씩 클리어하고 작은 친구에게 칭찬 도장을 받아보는건 어떨까요?




처음 아버지 예술학교를 들었을 때 "예술"이라는 것이 소수의 아빠들만 할 수 있는 활동처럼 약간 거리감이 있게 느껴졌는데요. [아버집]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나니 예술은 결국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을 알아가는 도구이자 아이와 가까워지는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들이 낯선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해방하고, 유치하더라도 아이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예술이 삶에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죠. 항상 똑같이 노는 것보다 예술 놀이를 통해 아이를 새롭게 바라보고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아이와 함께 해보고, 그 경험에 반응하는 나 자신을 지켜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욱 깊이 있는 교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잠깐,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어떤 곳인가요?


[아버집] 프로그램이 열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예술로 어린이들에게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자 2010년에 개관하였습니다. 1층은 [아버집]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램이나 공연을 운영하는 공간이 있고, 2층에는 어린이 책을 읽거나 만들기, 그리기 등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방이 있습니다. 3층은 옥상 쉼터이기도 하고 그리기 등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돗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금 확인해보세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찾아가기

봉천역 (2호선)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링크: http://naver.me/GIvfCAMy

2층 어린이책방과 공방의 모습.  컵, 색종이, 시트지 등 다양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3층 옥상 쉼터의 모습



<아버지 예술학교 '아버집'프로그램> 참관기, 어떠셨나요?


이 뿐만 아니라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감상글,  서울숲놀이터, 북서울 꿈의숲, 서대문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지난 4년간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공 공간과 놀이 환경에 투자해 온 C Program이 엄선한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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