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없던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화요일 전화가 왔다. 내일 아이가 친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미팅을 주선해 두었고, 아이를 장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위탁부모를 찾았으니 목요일은 나와 함께 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소식이었다.
당시 풀타임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던 난 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아이를 돌보아 주는 임시 위탁부모로만 활동이 가능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를 오랫동안 데리고 있고 싶어 이런저런 방안을 고민 중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아이와 작별하게 돼버렸다.
사회복지사와 통화를 마친 후 마음이 복잡했다. 같은 날 아이에게 어려운 소식을 두 가지나 동시에 전해주어야 했다. 내일 엄마를 만날 수 있지만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소식과, 그다음날엔 나와 작별해야 한다는 소식.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곧 엄마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들떠 두 번째 소식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지난 며칠간 엄마 주겠다고 아이가 꼬불쳐 두었던 초콜릿과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책가방 속에 미리 챙겨 넣었다.
수요일이 다가왔다. 유치원에서 아이를 픽업해 택시를 타고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 아동의 친부모와 위탁부모는 서로 만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아이를 데려다주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엄마 아빠를 보게 됐다.
어떤 사람들인지 참 궁금했었다. O위로 언니 오빠들이 세네 명 더 있는데 이 아이들 모두 친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었다. O의 아빤 나와 마주치자 멋쩍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아, O의 크고 동그란 사슴 같은 눈은 아빠를 닮았구나. O의 엄만 만삭인 상태였다. O에게 건네줄 장난감을 이불 가방에 잔뜩 담아 챙겨 왔다. 엄만 역시 엄마구나.
아이는 내게 인사도 없이 엄마 아빠에게 달려갔다.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아이에게 주어진 한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아이를 데리러 가니 아이는 이미 엄마에게 매달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엄만 아이를 애잔하게 바라보면서도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콜택시가 도착하자마자 몸부림치고 우는 아이를 들어 뒷좌석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억지로 아이를 차에 태우는 게 너무 미안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버거웠다. 아이 엄마가 싸준 두 개의 커다란 이불 가방, 노트북이 든 내 가방, 아이 배낭까지 양손에 한가득 들고 아이까지 달래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아인 집으로 오는 길 내내 "I hate you"라고 소리 지르면서도 집까지 잘 따라와 주었다. 손을 잡지 않으면 다른 데로 달아나버릴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어린 아이라 우리집 아니면 갈 곳이 없는 건 자기도 알고 있었나 보다.
"우리 맥도널드 먹으러 갈까?"
아이 마음도 달랠 겸, 나름 송별회도 할 겸,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맥도널드 치킨 너겟 먹으러 가자고 꼬셨다.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아인 고개를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