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탁아동 'O' 이야기 - 9편
수요일 밤. 내일은 아이와 작별을 해야 한다.
하필 오늘 아이는 친엄마를 만나고 돌아와 눈물콧물 다 빼고 많이 지쳐있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맥도널드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O를 금방 기분 좋게 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맥도널드 치킨 너겟이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이라 자주 써먹지는 못하지만 맥도널드는 오늘 같이 큰 위로가 필요할 때 나오는 필살기다. (또 다른 필살기론 상어송이 있다)
다행히 동네 맥도널드가 있어 아이와 걸어가기로 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어른 걸음으로 15분 거리라 쉽게 생각했는데 5살짜리 걸음에 맞춰 걷다 보니 30분이 넘게 걸렸다. 한 사람이 좀비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이 장난감 총으로 좀비를 쏘아 무찌르는 놀이를 무한반복하며 겨우겨우 맥도널드에 도착했는데 맥도널드는 공사 중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다시 15분을 걸어 근처 치킨집에 도착. 오늘 저녁 먹기 참 힘들구나. 아이는 그새 오늘의 일은 이미 잊어버렸는지 다시 명랑한 모습을 되찾고 가게 테이블과 의자 사이을 돌아다니며 숨바꼭질을 하자고 졸라댔다. 치킨집 점원 아저씨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아이를 보더니 웃으시며 아이가 정말 이쁘게 생겼다고 하셨다. 내 딸은 아니지만 아이가 이쁘다는 말에 나도 덩달아 흐뭇했다. 우리 O는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참 예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생머리에, 동그랗고 파란 눈, 인형같이 요염하게 올라온 속눈썹. 45분 동안이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마주하며 걷는 바람에 발그래진 포동포동한 볼.
아이에겐 치킨 너겟을 시켜주고 난 피리피리 치킨과 감자튀김, 갈릭 소스를 시켰다. 이 집 갈릭 소스는 정말 예술이다. 아인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치킨 너겟을 집어 케첩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내가 시킨 갈릭 소스도 조금 먹어보더니 맵다고 이마를 찡그린다. 치킨 너겟을 다 먹지도 않았으면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길래 사주었다. 오늘 밤은 O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해줄 거다. 케첩과 아이스크림으로 끈적거리는 아이의 조막만한 두 손을 물티슈로 닦아주면서 이 것도 마지막이란 생각에 자꾸 눈물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9. 생모와의 첫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