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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Jan 16. 2024

I don't like you. I love you.

나의 위탁아동 'O' 이야기 - 10편

아이를 떠나보내는 목요일 아침. O는 유치원 가는 길 내내 발을 질질 끌며 도무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뜬금없이 파키(공원) 가자고 했다가, 택시 타자고 했다가 - 어찌나 징징되고 칭얼되던지. 


며칠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끊임없는 아이의 보챔은 그날 유난히 달래고 어를수록 더 심해졌고, 매번 우쭈쭈 해주는 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대응방식을 조금 바꾸어보기로 했다. 


"안된다고 이미 이야기해 주었으니까 난 할 일 할게"라고 말하고는 난 아이가 징징대건 말건 부엌에서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나자 아이는 갑자기 떼쓰기를 멈추고 내 품에 꼭 안기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터트린 울음은,  떼쓰다가 마음대로 안되자 화가 나서 우는 울음이 아니었다. 깊은 곳에서 터져 올라오는, 통곡에 가까운 한 맺힌 그런 울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작은 5살짜리 아이의 칭얼거림은 단순한 칭얼거림이 아니었다는 걸. 비정상적인 가정사와 예고도 없이 엄마와 떨어지게 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이의 칭얼거림은 '나 지금 많이 힘들어요'라는 아이 나름의 표현이었다는 걸. 


징징거리는 아이가 정말 원했던 건 달라고 하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힘든 마음을 풀고 싶었던 거였다. 아이가 마음껏 징징거리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깊은 내면에 숨어있던 아이의 슬픔이 댐이 무너진 듯 쏟아져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내 품에 안겨 울던 아이는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듯했다.


목요일. 유치원이 끝나면 어디로 보내질 지 모르는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무서웠을지. 유치원 가는 길 그날 유난히 징징거리던 O는 나와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아이도 아이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멈추려 했다. 


"난 널 좋아하지 않아. 난 널 사랑해. 날 떠나지 말아 줘."

("I don't like you. I love you. Please don't leave me")


어제 아이가 내게 한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글은 5살짜리 영국 소녀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연재글 중 일부입니다.

O와 함께한 이전 이야기도 읽어보세요.


1. 프롤로그

2. O와의 첫 만남

3. O와의 첫 만남 (2)

4.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해

5. 아이에게 거짓말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

6. 애 키우는 건 처음이라

7. 너의 어둠의 그림자

8. 영국 슈퍼마켓에서 엉엉 울어버린 사연

9. 생모와의 첫 만남

10. 많이 먹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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